이호영 창원대 총장

이호영 창원대 총장
이호영 창원대 총장

코로나19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이 ‘MZ세대’이다.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에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아울러 ‘MZ세대’라고 부른다. 한 시대의 한 세대를 통칭하는 개념으로 최근 여러 분야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이 포괄적 단어는 종종 개인의 특성과 개성을 무시한다. 때로는 상업적인 수단으로 오남용되기도 한다. 이런 탓에 자신이 나이만으로 분류화, 정형화되는 것을 거부하는 ‘반(反) MZ세대들’도 적지 않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존재했다고 할 수 있는 ‘세대군’을 성급하게 일반화하는 경향은 분명코 바람직하지 않다. 그 속에 있는 한 사람 한 사람과 사회적 다양성은 존중돼야 한다. 다만 그러한 전제 위에서 우리가 ‘MZ세대’를 이해하고 연결하고 함께 일하며 생활하기 위한 노력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대학은 그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요구를 반영해야만 한다. 그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요 불가결한 거대한 흐름이 되고 있다.

MZ세대의 가장 보편적인 특징 중 하나로 ‘디지털 세대’가 꼽힌다. 밀레니얼 세대는 어린 시절부터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을 직접 경험했다. Z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공간에 둘러싸인 이른바 ‘디지털 네이티브’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주의 깊게 볼 지점이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디지털의 MZ세대는 온라인만큼이나 오프라인 공간에서 일어나는 경험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는 사실이다. 스스로 디지털 ‘디톡스(Detox)’가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대학은 우리들의 니즈에 응답하라”고 말하고 있다. 그 목소리는 코로나19와 뉴노멀, 포스트 코로나와 맞물리면서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창원대는 그에 대한 응답의 일환으로 ‘상아탑’의 상징이었던 도서관을 학생 중심의 교육혁신 공간 플랫폼으로 ‘진화’시켰다. 대학혁신지원사업을 통해 개방·공유형 창의·융합 학습공간과 취·창업 지원 서비스 공간 등을 대학 도서관에 조성한 것이다.

대학 구성원들과 외부 전문가 그룹의 컨설팅을 거쳐 지난해 10월부터 열람실과 카페부터 우선 리모델링했다. 기존의 좁고 일률적인 칸막이가 설치된 2층 열람실은 탁 트인 개방형으로 바뀌었고 1인석과 다인석을 동시에 배치함으로써 학생들의 취향과 목적에 따라 원하는 곳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도서관 1층 카페는 차와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거나 토론하며 공부할 수 있는 이른바 ‘카공(카페+공부)’의 공간으로 1층 열람실은 학생 맞춤형 취·창업 원스톱 서비스 공간(‘드림캐치’)과 스터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2~5층 휴게실은 층별로 편안한 소통형 환경에서 학습과 휴식이 모두 가능한 공간으로 혁신적인 변신을 꾀했다. 도서관의 실외 정원은 싱그러운 캠퍼스 자연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벤치와 소파 등을 배치해 쉼과 교류의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 같은 변화로 중앙도서관은 공간 구축이 완료된 직후부터 학생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호평을 받고 있다. 높아진 층고로 확보된 개방감과 쾌적함, 막힌 공간과 트인 공간의 공존, 전자학습기기 지원 인프라 등이 MZ세대의 성향과 맞닿아 있는 이유에서일 것이다.

우리대학 도서관의 변모는 대학이 나아가야 할 바를 가리키는 풍향계라 할 수 있다. 대학을 넘어 시대적·사회적 화두인 창의와 공유, 융합, 소통 등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지금의 대학생 그리고 미래세대들이 요구하는 것들이 새로운 도서관 모습에 투영되어 있다. 

비단 도서관뿐만이 아니다. 창원대 캠퍼스에는 올해 세 곳의 ‘야외 스터디 카페’를 만들었다. 사림폭포와 공과·메카트로닉스대학 앞 정원 그리고 기숙사 앞 연못인 청운지가 그 주인공이다. 공과·메카트로닉스대학 앞 ‘Study-Cafe’는 면적 약 300㎡에 퍼걸러와 하트형 트렐리스, 파라솔, 테이블 등이 설치돼 있으며 주변에는 꽃잔디와 홍가시, 남천, 산사나무, 병꽃나무 등이 식재돼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이와 함께 학생들의 야외학습을 지원하기 위해 무선와이파이가 제공되고 노트북 등의 전자기기를 충전할 수 있는 시설 등이 설치돼 이용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사림폭포 일원 ‘Study-Cafe’도 학습과 휴식을 제공하면서 학생·교직원은 물론 지역시민들의 큰 사랑을 받는 핫플레이스가 되고 있으며 청운지 스터디 카페도 곧 개장을 앞두고 있다. 학생회관에는 ‘울산·경남 지역혁신플랫폼’ USG공유대학 학생라운지가 새롭게 들어섰다. 

도서관 리모델링과 스터디 카페, 학생라운지는 학교 밖 카페나 유료 스터디룸으로 향하던 대학생들을 다시 캠퍼스 안으로 불러모으고 있다. 

이와 병행해 캠퍼스 곳곳에는 권역별로 맞춤형 화원을 조성했다. 청운지 앞 로즈가든(Rose Garden)과 메타세쿼이아 숲, 동문 코스모스 꽃밭 등은 대학은 물론 지역사회의 명소로 인정받고 있다. ‘Rose Garden’은 청운지 일원 약 3000㎡ 면적으로 조성됐으며 둘레의 400m 산책로를 따라 장미 20여 종 7000본과 수국, 아이리스, 창포, 꽃무릇, 체리세이지 등 각양각색의 꽃을 식재해 다양한 경관을 연출했다. 장미터널과 장미트렐리스, 장미타워 등도 설치됐다. 이 역시 ‘갬성(감성) 있는’ 삶을 추구하는 MZ세대 그리고 지역시민들을 향한 대학의 응답이다.

대학은 열린 플랫폼이며 복합문화공간이다. 대학 본연의 역할과 전통, 정체성을 지키면서 변화에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다음과 같이 질문해 보자. 고등교육과 연구에서 스트레스를 완전히 분리해 낼 수 있을까. MZ 다음의 세대는 또 다른 디톡스가 필요 없지 않을까.

답은 명확하다. “대학은 학생 가치 중심으로 사회와 연결되는 공간으로 지속가능한 사회를 선도하는 창의·혁신 문화를 창출하는 공간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우리가 머무르는 공간은 인간의 사고 작용뿐만 아니라 인지, 정서발달 등에 영향을 준다. 이러한 대학의 건물, 정원 등 공간에 새 숨결을 불어넣는 변화는 학생들의 변화를 이끌 것이다. 

본지가 창간 32주년을 맞아 희망 대한민국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코로나19, 학령인구 감소 등 어려움에 직면한 대학들을 격려하고 희망의 메시지로 내일을 향해 나아가자는 취지에서입니다. 캠페인은 참여한 대학 관계자 및 저명인사들이 다음 주자를 지목하는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편집자주>

다음 기고자는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입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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