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전문대학생 평균 5만명 이상 ‘학업중단’ 선택
‘학업중단자 수’ 지표, 대학에겐 마이너스, 수험생에겐 플러스
‘학업 기간’, ‘교수 교류’ 등 이유로 중단 결심
대학 역량 부족 학생 대상으로 진단 및 상담 창구 개설해야
[한국대학신문 이중삼 기자] 대학 졸업장을 뒤로한 채 캠퍼스와 ‘작별 인사’를 나누는 전문대학생들이 늘고 있다. 대학 입학을 위해 공부에 매진했던 이들이 대학에 ‘휴학서’와 ‘자퇴서’를 건넸다.
교육부가 지난 8월 발표한 ‘2021년 교육기본통계 주요 내용’에 따르면 전문대학 학업중단자 수는 매년 증가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5만 1719명(2017년) △5만 1803명(2018년) △5만 2428명(2019년)이 교문을 나섰다. 학업중단은 개인의 의지 혹은 대학의 강제로 인해 일시적이거나 영구적으로 학업을 중단한 상태를 말한다. 유형에 따라 △미등록 △자퇴 △미복학 △학사경고 △학생활동 △유급제적 △수업연한 초과 △기타까지 총 8개 사유로 나뉜다. 사유에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대학을 떠났다는 점은 모든 학업중단 학생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
학업중단자 수가 늘어나는 것은 결코 대학에 ‘긍정적’ 신호로 볼 수 없다. 어렵사리 입학한 대학에서 학업을 중단하거나 다른 대학으로 편입하는 것은 그만큼 대학에서의 학업·학교생활에 만족하지 못하는 학생이 늘어난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대학의 교육여건이 좋지 못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지표로도 볼 수 있다. 학업중단자 수가 늘어나면 대학은 골머리를 앓는다. 학생이 떠나면 다시 그 빈자리를 메꾸기 위해 유·무형의 노력을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대학 입장에서 학생의 학업중단은 분명 ‘마이너스’일 수밖에 없다.
이렇듯 학업중단자 수는 대학에게 중요한 지표다. ‘흥망’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2019년 8월 발표한 ‘2021년 대학 기본역량진단 기본계획’에 따르면 평가 항목 중 100점 만점에 25점에 해당하는 ‘교육 성과’ 부분에 ‘학생 충원율(신입생·재학생)’이 포함돼 있다. 학업중단자가 발생할 경우 대학은 편입학 등을 통해 빈 자리를 채울 수 있지만 빈틈없이 자리를 메꾸기란 쉽지 않다. 결국 학업중단자가 많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재학생 충원율은 낮아지고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가히 ‘명운’이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생들 ‘학업중단’ 사유… ‘개인’, ‘기관’, ‘경험’ 3가지 = 학생들이 쉽게 이탈하지 않도록 대학들은 사전에 방지할 필요가 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처럼 대학은 최우선적으로 학생들이 왜 떠나는지를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학생들이 학업중단을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크게 △개인 요인 △대학 기관 요인 △대학 경험 요인 등 3가지로 압축된다. 지난 6월 공개된 백찬영 저자 ‘대학생의 수업 외 활동과 대학몰입이 학업중단 의도에 미치는 영향’ 논문에 따르면 “개인 요인은 학생 고유의 개인적인 특성과 가정배경, 대학입학 전의 경험들을 포함한다. 특히 경제사정이 궁핍한 경우 학업중단을 고려했다. 반면 부모의 재산이 많을수록 자녀에게 상위 대학에 진학하게끔 재수나 편입을 독려했다”며 “고교시절 내신과 수능 성적 등 입학 전의 학업 성취도 수준이 낮은 학생도 학업중단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았으며 통학 거리도 학업중단 의도를 높이는데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이어 “저학년 특히 신입생 시기가 학업중단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러한 현상은 대학 1학년이 기존의 공동체를 떠나 새로운 교육환경과 학업에 적응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고 시사했다.
대학 기관 요인은 무엇일까. 학생들은 ‘소재지’, ‘명성’ ‘학업 기간’을 꼽았다. 특히 전문대학 학생들은 일반대학 학생에 비해 자퇴할 가능성이 높았으며 수도권보다 지방권 학생들이 학업중단을 선택할 가능성이 컸다. 또한 대학의 명성도 학업중단의 요인 중 하나로 뽑혔다. 입학난이도가 높을수록 학업중단을 결정하는 학생의 비율이 줄었으며 사회적 평판이 좋을수록 학업중단율이 낮았다. 학업 기간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마지막으로 대학 경험 요인은 ‘학업적 요인’, ‘사회적 요인’, ‘정서적 요인’, ‘대학 지원’의 세부 요인으로 나뉘었다. 구체적으로 보면 △성적이 좋지 않은 경우 △학교 교육 서비스 △교수·강사진의 전문성에 대한 만족도 △교수와의 상호작용에 대한 만족도 △수업 내용에 대한 만족도 △대학생활 만족도 △대학생활 적응 △학교 시설 만족도 △학교 행정 서비스 등이었다.
또 다른 논문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귀납됐다. 2021년 학습자중심교과교육학회가 발행한 ‘전문대학 신입생의 학업중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 A대학 사례를 중심으로’ 논문에 따르면 전문대학의 학업중단 상황이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논문은 “우리나라 고등교육기관 학업중단 문제의 심각성은 특히 전문대학에 집중되고 있다”며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의 학업중단율은 2010년부터 현재까지 전문대학은 7.1%~7.7%, 일반대학은 3.9%~4.3%로 이는 오랜 기간에 걸쳐 전문대학의 학업중단율이 일반대학에 비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논문은 학업중단 원인 가운데 ‘학업 기간’에 주목했다. 김민선 서울시립대 교육연구객원교수는 “전문대학은 학업 기간이 짧다. 학생들은 기초 지식에 대한 충분한 탐색 없이 바로 전공 교과목을 이수한다”며 “아울러 짧은 기간 내 교과목 이수는 물론 현장실습 과정을 거치고 자격증도 취득해야 한다. 이는 자신이 진학한 대학의 학과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수집하고나 전공과 관련해 적성을 파악할 여유가 없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고 강조했다.
2019년 한국콘텐츠학회가 발행한 ‘전문대학 신입생의 학업중단의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논문에서도 학생들이 학업중단을 결심하는 사유로 △개인 요인 △가정 요인 △교육기관 요인 △사회 요인 등 총 4가지로 정리했다. 논문에 따르면 “개인 요인은 능력이 낮은 학생들이 설정한 목표가 비현실적일 경우 성취를 경험할 수 없으므로 학업중단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 가정 형편의 경우는 가족이 대학생활을 응원하는 정도가 학업중단에 영향을 미쳤다”며 “교육기관 요인은 교육과정 만족도와 대학시설, 교수의 진로에 대한 비전과 자부심을 갖게 해주는 정도 등이 학업중단 결정요인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주원식 전문대학학생처장협의회장(경남정보대 학생처장)은 전문대학생들의 학업중단 사태에 대학이 발 벗고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 회장은 “학업을 포기한 이유가 무엇인지 살펴봐야 한다. 학생들의 학업중단을 방지하기 위한 교수들의 노력이 절실하다. 학생들이 대학에 잘 적응해 학업을 포기하지 않고 원하는 진로대로 나아가도록 도와주는 것이 대학의 역할이다”며 “전문대학 2년제 학제에서 신입생 한 명이 입학해서 한 학기를 마치고 자퇴해 버리면 대학은 남아있는 3학기 등록금 1000여만 원 이상의 손실이 난다. 모든 인프라는 정원에 맞춰져 있는 상황에서 학생들의 학업중단 방지는 그만큼 중요하다. 이미 잡은 물고기라 생각하고 소홀하게 대하면 큰 낭패를 보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학업중단 위험 처한 학생 위해 대학이 해야 할 일 = 대학은 학생이 떠나는 이유를 파악했다면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세 논문은 학생들의 학업중단을 막기 위한 시사점을 각각 도출했다.
먼저 ‘대학생의 수업 외 활동과 대학몰입이 학업중단 의도에 미치는 영향’ 논문에서는 학업중단자 수를 줄이기 위한 2가지 대책을 제시했다. 논문에 따르면 “교수와의 상호작용이 학생들의 학업중단 가능성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수와의 교류활동을 통해 학업적 통합을 이루고 높아진 학업적 통합 수준이 대학몰입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친구와의 교류활동은 대학몰입을 증가시키고 학업중단 의도를 줄이는 효과가 있었다. 이는 타인들과의 관계를 확장하거나 사회적 통합성이 높을수록 학업중단 가능성이 낮다는 시사점을 보여줬다. 대학은 교류가 학업중단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것을 파악하고 이에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 등을 개발·운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음으로 ‘전문대학 신입생의 학업중단의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논문에서는 3가지 방안을 내놨다. 논문은 “학업중단의도를 지닌 학생들의 개인특성을 살펴볼 때 나이가 어릴수록 학업중단의도를 가지고 있으므로 전문대학 신입생 중에서도 고등학교에서 바로 진학한 학생들의 학교 적응에 도움을 주기 위해 선배와의 유대감을 높일 수 있는 멘토링 프로그램 운영이 절실하다”며 “또한 신입생의 안정적인 학교 적응과 생활을 위해서는 가정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에 부모 상담이나 부모교육이 필요하다. 결국 학생 본인과 가정, 대학 모두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야 한다”고 시사했다. 덧붙여 학생들의 부족한 역량을 진단함과 동시에 이들의 요구를 지속적으로 파악해 맞춤형 지원을 해야 한다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이어 ‘전문대학 신입생의 학업중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A대학 사례를 중심으로’ 논문에서는 ‘신입생’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논문은 “전문대학생 자퇴자의 50% 이상이 1학년 때 일어났다”며 “1학년 1학기 시기에 신입생의 대학생활 적응을 집중적으로 지원해줄 수 있는 대학 차원의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또한 학생들에게 미래사회는 학력보다 능력이 중요한 사회임을 인식시키고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학령인구는 점점 감소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처음으로 20만 명대로 내려앉았다. 점차 입학자원이 줄어들고 있다. 대학은 생존을 위한 몸부림으로 입학자원을 확보하는데 사활을 걸고 있지만 입학자원에 한계가 불어닥치고 있다. 이제 대학은 신규 입학자원을 발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확보한 입학자원이 학업중단을 선택하지 않도록 교육의 질적 내실화를 제고해야 한다. 덧붙여 다양한 소통 창구를 만드는 일에 총력을 다 해야 한다. 분명 학업중단자 수가 준다는 것은 대학에게 큰 손해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