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희 전문대교협 회장 “전문대 평생직업교육 활성화로 고등교육 위기 극복가능”
미국의 ‘커뮤니티 칼리지’, 평생교육으로 나아가는 징검다리 역할 시사
‘제4차 평생교육진흥 기본계획안’에서 밝힌 평생직업교육의 허브기관으로 육성
U턴·만학도생 전문대 입학 증가, ‘대선 어젠다’ 내 평생직업교육 포함
“전문대 졸업생, 일반대 중하위권 졸업생보다 소득 계층 상승 높아” 관련 논문 ‘주목’
[한국대학신문 이중삼 기자]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고등교육의 위기와 베이비붐 세대 퇴직률 증가 등 다양한 사회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전문대학을 통한 평생직업교육 활성화가 이뤄져야 한다.”
남성희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장은 2022년 신년사에서 전문대학이 평생직업교육기관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뜻을 확고히 했다. 전문대학의 위기를 풀 핵심 키워드로 ‘평생직업교육’을 꼽은 남성희 회장은 성인학습자를 위한 평생직업교육을 통해 인생이모작 시대에 맞는 교육 수용성과 탄력성을 길러주는 데 전문대가 중심축을 담당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남 회장은 “평생직업교육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구조화된 저성장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 전문직업인의 전성시대를 열어가는 데 전문대가 초석이 되고자 한다”며 “평생직업교육을 원하는 국민에게는 새로운 기회와 삶의 활력을 전해주고 대한민국에는 건강한 발전 동력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다짐했다.
■ 전문대 ‘평생직업교육기관’ 중추적 역할 수행 = 이토록 전문대가 평생직업교육기관으로 초석을 마련하겠다는 데에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 과거부터 직업교육과 평생교육에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해오던 입지를 더 견고히 하겠다는 것이 첫 번째다.
그 시발점은 2020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문대교협은 전문대의 한 뜻을 모아 전국 단위의 평생직업교육 허브 구축을 위해 ‘전문대학평생직업교육발전협의회’(이하 발전협의회)를 발족했다. 발전협의회 출범은 전문대가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감소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신기술로 고용 환경의 급격한 시대적 변화를 대비해 평생직업 교육의 전환을 위해 기획됐다. 전문대가 고등직업교육이라는 개념을 평생직업교육으로 바꾸는 것은 물론 직업교육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 사라지는 일자리에 대한 직업전환 교육을 담당하고자 하는 목적이다. 지난해 상·하반기 정기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향후 전문대가 평생직업교육기관으로 입지를 다지는 데 꾸준한 새 길을 개척해나가고 있다.
두 번째는 정부의 선언이다. 교육부는 전문대가 평생직업교육 허브기관이 돼야 한다고 못박았다. 교육부는 2018년 ‘제4차 평생교육진흥 기본계획안(2018~2022년)’을 발표하면서 전문대학을 평생직업교육의 허브기관으로 육성하겠다고 공표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전문대학 평생직업교육 혁신 △전문대학의 성인평생교육 기능 강화 △대학본부의 평생직업교육 기능 강화 등이다. 사실상 교육부가 평생직업교육을 담당하는 교육기관으로 전문대를 콕 집어 인정한 셈이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도 후보 시절 한국의 전문대에 해당하는 ‘커뮤니티 칼리지’의 무상교육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이는 미국 공교육 시스템에서 커뮤니티 칼리지가 직업교육 또는 평생교육으로 나아가는 중요한 징검다리 구실을 하고 있음을 인정한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는 대목이다.
남성희 회장은 “미국의 커뮤니티 칼리지는 성인학습자와 재취업자들에게 평생교육과 또 다른 취업의 길을 열어주기 위해 만들어진 교육기관이다. 지역의 평생직업교육대학의 개념으로 볼 수 있다”며 “커뮤니티 칼리지는 대부분이 공립이나 주립이면서 학비를 지원하는 등 정부가 책임지는 평생직업교육기관이다. 대부분 사립인 우리나라의 전문대를 향후 우리 정부가 책임지는 직업교육으로 방향성을 잡는 것이 올바른 평생직업교육대학으로 가는 길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문대가 평생직업교육기관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이유는 또 있다. U턴 입학생과 만학도 급증 사례다. 실제로 두 집단의 전문대 입학은 상승곡선을 그렸다. 전문대교협에 따르면 U턴 입학생의 경우 △1253명(2013년) △1283명(2014년) △1379명(2015년) △1391명(2016년) △1453명(2017년) △1537명(2018년) △1525명(2019년)으로 2019년에 소폭 감소한 것을 제외하면 꾸준히 늘었다. 만학도의 경우 △2017년 5997명 △2018년 6935명 △2019년 7265명 △2020년 7760명 △2021년 8150명으로 4년 만에 2153명이나 늘었다. 특히 전문대 입학자 가운데 26세 이상 만학도는 매년 증가해 지난해 2만 명을 돌파했다.
강문상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부설 고등직업교육연구소장은 “정부 발표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생산연령인구는 약 340만 명 감소한다. 그런데 청년·여성·고령층의 경제활동 참여율을 10%p를 올리면 약 300만 명의 생산인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미취업 청소년, 경력단절 여성, 고령층 재교육을 통한 취업으로 생산인력 확보를 해야 한다. 전문대는 평생교육기관으로 이들의 재교육을 담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전문대교협 ‘대선 아젠다’로 평생직업교육 포함 =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대선 시계가 빨라지고 있는 만큼 전문대학가에서도 공약 채택을 위한 목소리를 분주히 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말 전문대교협 부설 고등직업교육연구소에서는 ‘제20대 대선 공약과제(안)’을 발표했다. 대선 후보자들에게 전문대학의 뜻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전문대교협은 총 3가지의 대선 어젠다를 내걸었다. △4차 산업혁명 대응 고등교육체제 혁신 △전문대학을 지역거점 평생직업교육기관으로 육성 △고등직업교육에 대한 국가 책무성 강화 등이다. 특히 3가지 대선 어젠다 중에는 평생직업교육이 포함돼 있다. 그만큼 전문대가 평생직업교육에 엄청난 힘을 쏟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전문대교협은 ‘전문대학을 지역거점 평생직업교육기관으로 육성’이라는 대선 어젠다를 내걸고 △전문대학의 평생직업교육기관 법적 근거 마련 △기초지자체-전문대학 연계기반 지역혁신체제 구축 △지역특화산업 연계 유학생 유치 확대 등을 핵심 과제로 설정했다.
강문상 소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따른 기술혁신과 산업·직업구조의 변화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등에 따른 평생직업교육 수요 증가에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전문대가 산업과 인구구조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해 평생직업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면 중등단계에서 노년까지 생애주기별 맞춤형 평생직업교육체제 구축이 이뤄져 평생직업교육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한광식 전문대교협 산학교육혁신연구원장은 “성인학습자도 고등교육을 받아야 할 필요가 커졌다. 기술혁신으로 산업구조와 직업구조가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며 “새로운 직업을 갖기 위한 사람과 진보한 기술로 인해 업무 환경이 바뀐 직장인 등 성인학습자의 평생직업교육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전문대는 지역에서 원하는 인재를 배출하고 지역문제를 해결하는 싱크탱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대가 평생직업교육 기관으로 돼야 한다는 주장에 간접적으로 힘을 싣는 논문도 있다. 최성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가 발표한 ‘한국 대학들의 사회이동 성적표’ 논문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전문대가 계층 상승 이동의 사다리 역할을 잘 이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은 전문대 졸업생이 지방 일반대 중하위권(40위권 이하) 졸업생보다 소득 계층 상승 이동 확률이 높았다고 분석했다.
최 교수는 “하위 소득 40% 학생이 입학해 졸업 후 상위 소득 40%로 올라갈 확률이 경상권 전문대는 13.61%, 충청권 전문대는 12.24%로 도출됐다”며 “반면 같은 계층상승 이동 확률이 경상권 중하위권 일반대에서는 12.2%, 충청권 중하위권 일반대는 10.33%로 나와 근소한 격차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전문대가 중하위권 일반대보다 계층상승 기회를 많이 만들어내는 이유는 취업에 목적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취업특화에 맞춰 현장실습을 중시하는 전문대 과정이 인문교육을 중시하는 일반대보다 취업에 유리하게 작용한 탓이다. 특히 전문대는 산학협력을 통해 노동시장에 맞춤형 인력을 조기에 공급하는 효과도 있어 상위 소득층 진입 성공률을 높이는 데 효과를 거두고 있다.
그는 “하위 소득의 세대간 상승 이동을 올릴 수 있는 정책 효과성 잠재력이 가장 높고 고등교육을 통한 기회균등 효과를 가장 많이 기대할 수 있는 대학군은 전문대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는 전문대가 직업교육은 물론 평생직업교육 분야에서도 일반대 보다 강점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방증하는 대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