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창선 전국대학교 산학협력단장·연구처장 협의회 회장(건국대 산학협력단장)

송창선 전국대학교 산학협력단장·연구처장 협의회 회장(건국대 산학협력단장)
송창선 전국대학교 산학협력단장·연구처장 협의회 회장(건국대 산학협력단장)

오늘날 우리 대학을 둘러싼 환경은 대내외적으로 급속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와 재정위기 심화, 코로나 팬데믹 등 당면한 어려움뿐만 아니라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기술 산업 발전의 가속화는 오늘날 우리 대학에게 생존을 위한 끊임없는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전국대학교 산학협력단장·연구처장 협의회(이하 산단장 협의회)는 지난 97년 설립 이후 대학이 창의적 인재양성을 통해 국가 발전에 기여해야한다는 일념 하에 산학협력의 궁극적 목적인 기업과 대학의 연계를 바탕으로 한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힘써왔다. 연구를 토대로 미래기술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 산학협력의 중요성은 날로 증대되고 있으며 비단 대학의 생존뿐만 아니라 지역과 국가의 생존을 결정지을 수 있는 주요한 가치로 자리잡고 있다.

인재양성, 연구개발, 기술 사업화로 이어지는 대학과 기업의 선순환 체제는 혁신주도형 경제 성장을 위한 필수 요소로 여겨지고 있으며, 이중 연구개발(R&D)은 대학과 기업 간의 가장 대표적인 협력 모델로 활용되고 있다. 지난 1963년 12억 원으로 시작된 국가 R&D 예산은 곧 30조 원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우리나라는 R&D 총액 기준 세계 5번째 국가이지만 미국이나 중국 대비 절대 규모는 현저히 작기 때문에 성과관리를 통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시행된 국가연구개발혁신법은 부처별로 산재된 R&D 관리 규정을 단일 규정 체계로 정리하고 서식 및 첨부 서류도 약 70% 축소하는 등 대학이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행정부담을 간소화하는 데에 그 의의가 있다. 총 59개 부처별 연구지원시스템을 범부처 통합 연구지원시스템(IRIS)로 통합하면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 교육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다양한 부처의 과제 관리가 일원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으로는 간접비의 학교 회계 전출 시 불이익을 부여하고 그 내역을 일일이 보고하도록 하는 등 대학의 자율성이 침해받을 소지가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주요 대형 기술사업화 R&D 과제의 경우 대부분 중기부 및 산자부에서 수행하고 있다. 대학에서 주로 참여할 수 있는 R&D 과제는 기본성능 확인을 마친 기술성숙도 3단계(TRL 3)정도의 수준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학이 국가의 대형 기술사업화 과제에 참여할 기회가 적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한 예로 2021년 기준 산자부의 R&D 예산은 약 5조 원으로 정부 전체 R&D 예산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지만, 대학이 수행 주체로 산자부 과제에 참여한 비중은 약 8.6%에 지나지 않는다. 대학의 재정 자립화를 위해서는 대형 기술사업화 과제 및 창업으로 이어지는 기반 마련이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관계 부처의 보다 전향적인 개선과 함께 대학 스스로도 시장 수요에 부응하는 과제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자구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미국 실리콘 벨리는 기업과 대학 간 산학 연계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실리콘벨리 내 1호 기업은 프레드 터만 스탠포드대 교수의 지원으로 두 명의 학생 휴렛과 팩커드가 설립한 휴렛펙커드(HP)였다. 스탠포드대의 창업을 바탕으로 한 산학협력 수준은 세계적으로도 가장 앞서 있는 것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스탠포드대 졸업생이 지금까지 세운 회사는 지난 19년 이미 70000여 곳에 달하고 창출한 일자리는 600만여 개에 달한다. 대학과 기업의 성공적인 창업 연계 사례는 영국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케임브리지대의 제조공학연구소에서는 석·박사 학위 과정을 위한 연구 프로젝트 수행 단계에서부터 기업이 연구비 지원과 함께 먼저 자신들이 당면한 문제를 연구 주제로 제시한다. 이후 학생들의 관심 분야 및 역량에 맞춰 연구 주제가 매칭돼 진행되고 이후 대학과 함께 조인트벤처를 설립해 연구소의 기술을 사업화할 기회를 갖게 되는 방식이다. 

이렇게 창업 초기 단계부터 기업이 참여하게 될 경우 창업으로 인한 위험도 크게 낮출 수 있고 무엇보다 시장의 수요에 맞춘 기술 개발이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성공 확률이 크게 높아진다. 성공적인 창업생태계란 대학, 기업, 투자자 등 창업의 구성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연계돼 창업이 활성화될 수 있는 환경을 의미한다. 창업생태계는 각 구성요소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이들의 상호작용 또한 매우 중요하다. 국내 대학들도 향후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대학내 유휴 공간을 공유랩 등과 같은 형태로 바꿔 창업 지원 및 기업 유치에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으며, 이러한 적극적 노력이 대학과 기업의 협력적 생태계 조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미 우리 앞에 성큼 다가온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데이터의 상호 연결과 지능화를 특징으로 한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R&D 혁신 방식도 변화하고 있는데 기존의 독점적 내부 연구개발 역량 기반의 폐쇄형 혁신에서 외부 기술의 적극적 수혈과 내부 기술의 자발적 제공을 특징으로 하는 개방형 혁신으로의 변화가 그것이다. 하지만 개방형 혁신의 경우 개발 기술에 대한 대내외적 홍보 활동이 선행돼야 함과 동시에 핵심 기술 가치에 대한 보호나 성과에 대한 보상 등과 같은 이슈가 발생한다. 특히 대학의 경우, 핵심 기술 연구의 최종 결과물뿐만 아니라 연구 개발 각 과정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유무형의 성과물들을 각종 침해 행위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연구 보안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연구 보안 방안 마련을 위한 재원도 간접비에서 지출되는 만큼, 향후 간접비 제도 개선 마련에 대한 요구도 점차 커질 것으로 판단된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디지털 전환과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경제사회적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산학 협력이 국가 경쟁력 제고의 핵심요인이 될 것은 자명하다. 산학협력을 통해 산업 발전과 대학 재정의 선순환 구조가 확립될 수 있도록 하는 산학협력 시스템의 고도화에 국가적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산단장 협의회에서도 이러한 국가적 노력에 발맞춰 기술사업화와 창업을 중심으로 하는 산학 협력 인프라 확충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대학에서도 기업이 먼저 대학을 찾을 수 있도록 학사구조 및 교원 평가 체계 개선, 공간 관리의 효율화 등을 선제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 이러한 생태계 조성에 있어 대학 내 총괄 기획 및 조정의 역할을 할 산학협력단 위상의 제고도 필수적이다.

대학은 교육, 연구, 혁신활동에 모두 참여하는 지식트라이앵글의 주체로 산학협력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사명을 가지고 있다. 산단장 협의회는 앞으로도 대학, 정부, 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가교 역할을 수행하면서 산학협력 생태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기여토록 하겠다.

< 한국대학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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