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근 창신대 총장

이원근 창신대 총장
이원근 창신대 총장

제20대 대통령 선거일이 코앞에 다가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간의 여론조사 지지도가 오차 범위 안에서 접전을 벌이면서 여론조사 기관조차 누가 선출될 지 섣불리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통령 선거로 인해 갈등과 분열이 심화되는 부작용도 있지만 국정 전반에 걸쳐 기존 정책이 점검되고 새로운 정책이 모색되는 변화와 혁신이라는 순기능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두 유력 대선 후보는 각각 200여 페이지에 달할 정도로 두꺼운 공약집에 수많은 공약들을 제시하고 있다. 교육 관련 공약 역시 유아에서부터 초중등, 대학, 평생교육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에 걸쳐서 많은 공약들이 제시돼 있다.

학령인구 급감과 13년째 이어지는 등록금 동결 등으로 인해 대학들은 행‧재정적으로 심각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 특히 지역의 중소규모 대학들은 어려움을 넘어 존폐의 갈림길에 서 있다. 전국적으로 고3 학생 수가 3만 5000여 명이 급감하는 2024학년도가 되면 신입생 충원 정도에 따라 지역중소규모 대학들의 지속가능성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절박한 상황으로 인해 고등교육에 대한 대선 공약은 대학 사회의 중요한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다. 소극적인 관심 표명에서 나아가 적극적으로 공약에 포함시키기 위해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전국국공립대학총장협의회 등 다양한 대학협의체에서 여러 가지 정책들을 미리 개발해 각 캠프에 건의하고 있으나 기대한 만큼의 성과는 거두지 못하는 듯하다.

그럼에도 양당 후보들이 내걸은 공약은 이들의 고등교육 발전 의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이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대학 관련 주요 대선 공약을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양당의 대학 관련 주요 공약
양당의 대학 관련 주요 공약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힘 모두 대학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은 같다고 할 수 있겠으나 방법론적으로는 다소 차이가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학부 단위, 대학 단위, 대학원 단위에서의 공유 체제를 중시하고 국민의 힘은 개별대학의 특성별 경쟁력을 제고하는 전략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양당 모두 한계대학의 구조조정에 대한 문제를 공약에 담았으나 현실적 방안은 회피하고 선언적 문구만 넣었다. 모든 고등교육계가 염원하고 건의했던 GDP 1% 수준의 재정투자 확대 및 이를 담보하기 위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이나 특별회계법 등 어떠한 법적 수단도 양당의 공약에 반영되지 않았다. 국민의힘이 ‘고등교육의 안정적 재원 확보 마련’을 공약했지만 구체성은 없다. 구체적인 재정투자 의지를 보인 것으로는 더불어민주당이 ‘서울 주요사립대 수준으로 지역거점국립대 교육비 집중 투자’하겠다는 것과 국민의 힘이 ‘지역 거점대학의 1인당 교육비 투자를 상위 국립대 수준까지 상향’, ‘10개 학문 분야 10년간 집중 투자’, ‘지방대학 GBK(Glocal Brain Korea)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정도다. 하지만 이조차도 추가 재원을 확보할 것인지, 기존 고등교육재원을 재조정해서 할 것인지는 향후 지켜볼 일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살펴본다면 20대 대선 이후 지방대학의 앞날이 어떻게 펼쳐질지 대략 예상해 볼 수 있겠다. 양당 모두 투자 확대를 약속하고 있는 지역거점대 또는 지역거점국립대는 어떠한 형태로든지 현재보다는 많은 지원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에서 지방대학을 육성해 지역균형발전을 돕겠다는 공약 하에 지역 중-고-대학 연계 육성, 지방대학 GBK(Glocal Brain Korea)사업 추진을 약속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방대학들은 그나마 기대감을 가져 보는 것 같다.

그러나 당장 생존의 위기에 몰려있는 지역의 중소규모 대학들은 여전히 절망적이다. 모집정원이 1000명 이하인 대학은 총 61개교로 사립대학의 38.5%를 차지한다. 모집정원은 2만 5000여 명으로 사립대 총 정원의 약 10%에 불과하다. 작년 교육부의 대학기본역량진단에서 재정지원대학으로 선정되지 못한 25개 대학 중 16개 대학이 모집정원 1000명 이하의 중소규모 대학들이다.

대학 규모와 관계없이 신설해야 하는 인권센터, 원격교육지원센터, 현장실습지원센터 등 법정부서들과 평가를 위해 갖춰야 하는 각종 센터 등으로 인한 조직 및 인력의 비대로 인한 행‧재정적 부담은 갈수록 버겁기만 하다. 대학평가가 대학별 규모와 특성에 따라 이뤄지지 못하고 대규모 대학에 유리한 요소투입형 기준에 의거하기 때문이다.

지역중소규모 대학들은 부실·비리대학으로 치부해 정리돼야 할 대상인가? 지역중소규모대학들은 지역 거주자의 진학 비중이 절대적이고 졸업 후 지역 잔류율도 높아 지역 사회와 지역 산업에 필요한 인력 수급에 큰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서도 이러한 지역중소규모 대학들의 순기능을 살려야 한다. 막대한 재정투자나 정치적 결단이 없어도 가능하다. 중소규모 대학들의 규모와 특성에 맞게 평가해 주고 특색 있게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조금만 지원하면 된다. 투자 대비 효과성을 따진다면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다른 어떤 분야보다 가성비가 높을 것이다. 누가 집권하든 (가칭)지역중소대학 특화지원사업(연 1000억 원 규모)이 신설 추진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필자가 대학 총장으로 재직 중인 창신대학교는 부정·비리·분규 없는 대학으로 ‘학생제일, 취업최강’을 슬로건으로 지역인재 양성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2021년 취업률 71.4%로 부울경 공동 1위, 2022학년도 신입생 100% 충원을 달성한 창원에 소재한 강소대학이다. 국공립대학이나 대규모 대학과 모든 면에서 불공정 게임을 벌여야 하는 현실 속에서도 지역사회 공유가치를 창출하는 ‘스마트휴먼교육 특성화대학’을 비전으로 우리 대학의 재단을 책임지고 있는 부영그룹과 함께 지역에서 인정받는 대학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번 대선을 기점으로 대학 양극화 현상이 완화되고 건전한 지역의 중소규모 대학들도 특색 있게 성장해 지역균형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공정한 기회가 주어져야 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