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한 영진전문대 학술정보지원팀장
“메타버스 도서관 둘러보고 사진 찍기” 필자가 소속이 된 영진전문대학교 도서관에서 신입생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이벤트다. 많은 신입생들이 거울세계 메타버스 도서관을 둘러보고 인증샷을 보내고 있으며, 실물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있다. 메타버스 도서관에서 이미 ‘책맹탈출클럽’이란 문화행사를 치러본 경험이 쌓이고 몇 번의 리뉴얼을 거친 탓인지 이제 완성도가 꽤 높아졌다. 1년 전 메타버스란 용어를 듣고 이게 무슨 시내버스인가 고속버스인가 시절을 생각하면 웃음이 절로 난다.
‘메타버스’란 용어를 처음 접했던 건, 2020년 연말에 ‘EBS Business Review’란 프로그램에서였다. 주로 기업체에서 메타버스를 활용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로블록스, 나이키 등이 대표적이었다. 이후 도서관 사서선생님들과 점심식사 후 가지는 티타임에서 메타버스에 대해 얘기하는 시간이 잦아졌다. 거울세계 메타버스 도서관 구축이란 목표가 머릿속에 그려졌다. 관련 자료의 검토와 사서 선생님들과의 협의를 통해 메타버스 도서관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북큐레이션과 문화행사를 적용하기로 했다. 메타버스 도서관 구축기를 몇 가지 관점으로 나눠서 얘기해보고자 한다.
첫째,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플랫폼은 로블록스, 제페토, 게더타운, 이프랜드 등을 검토했다. 플랫폼을 결정할 때는 메타버스 도서관 구축을 통해 무엇을 하려는지가 명확해야 한다. 우리 대학 도서관의 경우 실물도서관의 구현과 북큐레이션 및 문화행사 개최가 목적이었다. 따라서 실물도서관을 3차원 3D로 구현할 수 있고 음성과 채팅을 모두 지원해 문화행사 개최에 적합한 제페토 플랫폼으로 결정했다.
둘째, 구축 인력과 예산이다. 메타버스 구축 인력은 IT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는 사서선생님을 담당으로 지정했다. 그리고 디자인 전공 도서관 근로장학생을 채용해 함께 작업을 하도록 했으며, 현재는 건축과 전공 학생이 리뉴얼을 담당하고 있다. 디자인 전공자는 표현력에 강점이 있어 도서관의 세부사항을 잘 구현했으며, 건축과 전공자는 공간 지각력이 뛰어나 도서관 주변 환경을 빠른 시간 안에 확장 구축했다. 메타버스 구축 예산은 자체 구축이라 별도로 비용이 들지 않았다. 네이버 제페토 ‘build it’이란 프로그램을 활용해 무료로 구축했다. 이후 확장 및 유지보수 역시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기에 추가적 비용도 들지 않고 있다.
셋째, 리뷰(심사) 통과다. 사실 도서관 홈페이지 구축처럼 파일 업로드를 하면 바로 메타버스 도서관을 개설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마치 논문투고 후 심사를 통과해야 게재가 결정 나는 것처럼 제페토 역시 리뷰(심사)를 통과해야 개설이 가능했다. 처음 리뷰(심사) 결과는 보류였다. 이유는 기업홍보 목적의 로고가 포함돼 있어서였다. 실물도서관을 그대로 구현하다보니 학교 마크 등의 로고가 기계적으로 체크돼 보류가 된 듯 했다. 그래서 제페토 담당자에게 메일을 보내 기업홍보 목적이 아니라 비영리기관인 대학도서관의 메타버스 개설임을 설명했다. 재신청 끝에 리뷰 통과가 됐으며, 전문대학 도서관 최초로 메타버스 도서관을 개설하는 데 성공했다.
넷째, 적용이다. 물리적 실물도서관을 메타버스 도서관으로 구현했듯 도서관 서비스를 메타버스 서비스로 적용하는 것이다. 먼저 실물도서관과 메타버스 도서관에서 북큐레이션 서비스를 같이 실시했다. 번역서 북큐레이션을 거쳐 현재 ‘도서관과 만나다’란 전시회를 동시에 실시하고 있다. 그리고 방탈출카페 컨셉을 활용한 ‘책맹탈출클럽’ 행사를 실시했다. 이 행사는 2017년 실물도서관에서 시작해 매년 개최하던 행사다. 이를 메타버스 도서관에서 그대로 실시한 것이다. 학생 3명이 한 팀을 이뤄 사전에 제시한 책을 읽고 각 코스별로 대기 중인 사서선생님이 내는 문제를 가장 빠른 시간 안에 맞추는 팀이 우승하는 행사다. 필자 역시 메타버스 도서관에서 마법광선을 발사하며 학생들에게 문제를 내고 함께 춤도 췄다. 현실세계보다 더 친밀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을 경험하면서 느낀 점은 확장세계였다. 현실세계와 가상세계가 다른 영역이 아니라 조화를 이루면서 만들어내는 확장인 셈이다.
대학교육 인재양성에 있어 메타버스는 핵심 키워드로 급부상하고 있다. 메타버스 융합대학원 설립·운영, 디지털 신기술 인재양성 혁신공유대학 선정, 54개 전문대학 메타버스 컨소시움 구축 등 미래 대학교육의 핵심 키워드로 메타버스는 깊이 자리잡아가고 있다.
대학도서관은 정보자료를 수집하고 유통하는 기관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문화와 신기술을 경험하는 곳이기도 하다. 정보를 체득하는 것은 눈으로 보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오감을 통해 전달되는 자극을 통해서도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래교육의 핵심 키워드인 메타버스는 대학도서관에서 관련 자료를 제공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메타버스 도서관 구축과 운영이란 신기술을 도서관 이용자에게 경험하게 하는 것, 그것 역시 대학도서관의 정보제공 영역이다.
<한국대학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