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한국교육학회 특별 교육정책 포럼, 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
새 정부의 교육 거버넌스 구조와 역할에 대한 교육정책학자들 모여 제언
“교육부 폐지론 불거진 것은 대학 지원보다 규제에 초점 맞춘 정책 탓”
교육부 변화 주문…“등록금 동결로 인한 대학재정 결손 해결하고 규제 일변도 탈피해야”
새 정부 출범 이후 국가교육위원회 운영 향방은…양당 대립 속 혼란 전망

8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교육학회의 주최로 ‘4차 산업혁명 시대, 교육 거버넌스의 재설계’를 주제로 한 특별 교육정책포럼이 개최됐다. (사진 = 허지은 기자)
8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교육학회의 주최로 ‘4차 산업혁명 시대, 교육 거버넌스의 재설계’를 주제로 한 특별 교육정책포럼이 개최됐다. (사진 = 허지은 기자)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교육부 폐지‧축소론 문제가 불거지면서 교육부는 큰 홍역을 치러야만 했다. 교육부가 이렇게 비판을 받게 된 데에는 대학을 위한 지원보다 규제에 초점을 맞춰온 교육부의 ‘자업자득’이라는 교육정책학자의 비판이 제기됐다. 한국교육학회는 8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 교육 거버넌스의 재설계’를 주제로 2022년 특별 교육정책포럼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교육 전문가들은 교육부가 교육기관 지원 중심으로 역할 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 “사립대 규제‧통제 중심의 교육부, 신뢰 상실 자초” = 이날 포럼에서 ‘고등교육에 대한 교육부의 역할’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송기창 숙명여대 교수는 교육부의 조직 개편 역사와 대학 재정지원 실적을 토대로 그간 교육부가 대학에 대한 행‧재정적 지원 기능이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대통령 선거와 정권 교체기마다 겪는 교육부 폐지 주장과 대학 관계자의 교육부 폐지 호응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교육부는 직시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교육부의 역할은 고등교육법과 사립학교법을 규제 덩어리로 만들어놓는 데 일조했고, 대학의 자율성 보장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학, 특히 사립대는 교육부가 대학을 위한 조직이라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대학을 위한 노력은 보이지 않고 대학에 대한 규제와 간섭만 부각되는 상황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먼저 교육부의 대학 관련 조직, 대학 재정관련 조직, 사립대학 감사조직 변천을 짚었다. 그러면서 송 교수는 “교육부의 조직은 국립대학에 대해서는 지원자, 사립대학에 대해서는 관리‧감독자의 역할에 충실했다고 볼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송 교수의 발표에 따르면 1948년 ‘고등교육국’이 등장한 이후 교육부 조직에서 대학 관련 실‧국이 제외된 적은 없었다. 대학을 교육부가 담당해야 할 중요한 교육기관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2003년 이후 사립대학 관련 ‘과’가 설치되고 2004년 사학정책과가 사학지원과로 바뀌면서 사립대학 감사조직이 신설된 이후, 사립대에 대한 규제는 계속 증가했다는 것이 송 교수의 설명이다.

사립대에 대한 규제가 늘었다는 것은 관련법인 고등교육법과 국립학교설치령, 사립학교법을 비교해 보았을 때도 확인된다. 1998년 시행된 고등교육법은 의무 조항이 15개였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개정되면서 2022년 현행법을 기준으로는 의무조항이 총 60개까지 늘어났다. 재정에 대한 조항은 임의 규정으로 명시된 데 비해, 행정과 관련된 사항은 강행 규정으로 담긴 점도 대조적이다.

사립학교법 역시 의무조항이 크게 늘어났다. 1963년 시행 당시 의무조항의 개수가 62개였던 것이 2022년 들어 126개가 됐다. 송 교수는 “사립학교법 제1조는 사립학교의 자주성 확보와 공공성 제고를 이야기했으나, 정작 사립학교법은 자주성을 세밀하게 제한하고 공공성만 확대해 ‘사립학교 규제법’으로 변모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국립학교 설치령은 국립학교 조직을 규율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며 “사립학교법과 대조적으로 국립학교 규제 조항보다는 지원 조항 위주로 구성돼있다”고 말했다. 국립학교 설치령의 의무조항은 총 8개이며, 재정 지원 조항도 강행 규정으로 담겨 있다.

송 교수는 대학들이 재정난을 겪고 있는 와중에도 교육부의 대학 재정 지원 기능은 부실했다고도 지적했다.

송 교수는 “등록금 동결로 사립대의 세입결산액이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소폭 증가하다가 이후 계속 감소하고 있고, 국가장학금을 국고보조금으로 세입 처리한 후 학생에게 국가장학금을 지급하고 다시 등록금으로 세입 처리하는 데 따른 이중 계산분을 제외한 순세입의 감소 폭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2011년 사립대의 교비회계 세입결산액은 약 17조4388억 원, 순세입은 약 17조859억 원이었으나 2020년에는 세입결산액이 약 18조1114억 원, 순세입은 약 15조9283억 원으로 나타났다. 10년간 세입결산액은 다소나마 소폭 늘어난 데 비해 순세입은 크게 줄어들어, 실제로 대학들이 대학 운영에 활용할 수 있는 재정 여력은 악화된 것이다.

이어 송 교수는 “교육부는 대학재정지원사업을 수단으로 등록금 동결을 강제해 ‘고등교육법’상 법정인상률은 물론,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등록금에 반영하지 못하게 강제함으로써 등록금 보전을 위한 어떠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21년 기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3%였지만 법정 대학 등록금 인상률은 이를 밑도는 1.2%였으며 심지어 대학의 등록금 인상률은 0.17%에 그쳤다.

송 교수는 “고등교육 재정 지원 총액은 계속 증가하고 있으나 교육부 외의 부처의 지원 예산 증가 규모가 더 컸다”며 “2015년 이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R&D 지원액은 교육부보다 많아졌고, 양 부처 간 예산 규모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사립대는 국립대보다 지원에서 후순위로 밀려나 어려움이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다. 송 교수는 “교육부의 재정지원은 국‧공립대학에 집중되고 있다. 경상운영비를 제외한 학자금 지원, 사업비 지원의 경우에도 국‧공립대학 비중이 높다”며 “사업 목적이 정해진 국고보조금 형태의 사업비 지원이 대학 자율로 집행가능한 경상운영비 지원보다 더 비중이 크고, 사립대의 경우는 사업비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2020년 정부의 4년제 대학에 대한 일반지원 금액을 보면 사립대의 경우 대학 당 평균 232억7000만 원을 받은 데 비해 국립대는 평균 496억30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타 두 배 가량 차이가 벌어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 교육부가 대학의 지지를 회복하려면 = 교육부의 부정적 기능인 고등교육에 대한 과도한 관리·통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자들은 교육 정책의 추진을 위해 교육부가 존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와 함께 교육부가 대학의 지지를 확보하고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영호 서울기독대 교수는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교육부의 폐지‧축소, 타 부처와의 통합설 등이 끊임없이 나돌고 있지만, 국민 교육에 대한 막중한 책임을 지니고 있는 교육부는 안정성을 가져야 한다”며 “장기적 안목을 갖고, 계속성을 유지하며 추진돼야 할 교육정책의 근본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교육부의 존재 이유를 주장했다.

교육부가 처한 현재 상황을 “우군 없는 사면초가의 교육부”라고 표현한 송 교수도 교육부가 대학의 지지를 얻기 위한 방안을 내놨다. 송 교수는 △규제 부서 축소 및 지원 부서 확대 △포지티브(Positive) 규제를 네거티브(Negative) 규제로 전환 △대학 요구 대응력 높이는 조직 개편 △정치권의 무분별한 대학 규제 요구에 맞서 대학 대변 기능 강화 등을 제시했다.

특히 교육부의 대학 재정 지원 기능에 관련해 “국세 교육세를 고등교육세로 전환하거나 내국세의 일정률을 고등교육 재정으로 확보하는 방안을 도입해 안정적으로 대학 경상운영비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며 “법정인상률 범위 내에서 등록금 인상이 가능하도록 고등교육법 제11조에 반하는 규제를 철폐하고, 등록금 동결에 따른 대학 재정 결손을 한시적으로 보전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 국가교육위원회 추천 인사들의 갈등 예상…난항 전망 = 새 정부 출범 이후 교육계의 현안 중 하나는 국가교육위원회(이하 국교위)의 역할이다. 홍창남 부산대 교수는 국교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요소들을 우려하며 혼란이 있을 것이라 예측했다.

홍 교수는 정권이 교체됨에 따라 다시 한 번 국교위의 설립을 둘러싼 양당의 대립이 국교위 운영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 내다봤다. 그는 “국민의힘은 과거 국교위 법률 통과에 반대 입장을 고수했는데, 정권의 교체로 대통령 소속의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규정돼 있는 현재 국교위의 위상을 자문기구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며 “새 정부 출범 후 여소야대 상황에서 이 주장이 관철되기 어렵더라도, 국교위 운영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 말했다.

이어 “21명의 위원 추천, 위촉을 둘러싼 잡음도 예상된다. 위원회 출범 이후에도 여야 추천 인사들의 갈등과 대립 가능성이 높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국민 참여와 사회적 합의에 의한 정책 결정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국교위 운영에 있어서 최소 2,3년의 혼란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홍 교수는 국교위가 양당 체제의 폐해와 전문가주의를 극복하고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독립성 확보 △다양한 국민 참여 △과학적 데이터 기반 정책 결정이라는 세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교위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국교위원장의 부총리급 격상 의견에 대해서는 “국교위의 심의‧의결 내용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차기 대통령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부총리급 격상은 상징적 의미는 있지만 기존 기획재정부 장관이 겸임하는 부총리와 교육부 장관이 겸임하는 부총리의 실질적 위상 차이를 고려할 때, 현 시점에서 국교위원장의 위상을 재론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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