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애란 울산과학대 학생생활관장

이애란 울산과학대 학생생활관장
이애란 울산과학대 학생생활관장

국민정신건강 실태조사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우울 평균 점수가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 점수가 가장 높았던 조사대상자는 20대 청년층이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대학생의 심리 정서를 조사했더니 코로나19로 수일간 우울감을 경험한 학생이 33.2%였고, 생활에 불편감을 경험한 학생이 41.4%, 극단적 선택을 고려한 학생이 20.2%였다. 대학생들의 마음 건강 상태는 위기 수준인데도 아픈 학생을 선별해낼 가이드라인이 없었다.

그나마 마음이 아파서 스스로 상담센터를 찾는 학생들은 고마운 고객이었다.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상담자 수가 증가한 소식은 고무적이었다. 학생들의 상담 대기 시간이 많이 늘어났고, 상담사도 심리검사며 프로그램을 지원하느라 업무가 증가했다. 일부 대학에서 한시적이나마 기간제 인력을 충원해 지원하는 것은 상담실을 찾는 신청자의 대기 시간을 줄여 주었고, 결과가 정상범위인지 여부를 신속히 알려주고 지원함으로써 생활에 활력을 찾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상담을 신청하지 않은 학생 중에서 아픈 학생을 선별할 기준이 막연했다. 물론, 독일고등교육학술연구센터(2021)가 대학생의 스트레스 고위험군으로 밝힌 장애인이나 코로나19 감염 위험군 그리고 자녀를 둔 학생을 먼저 선발해 지원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들 숫자는 상담실을 스스로 찾는 학생 수만큼이나 전체 재학생 수에 비하면 소수에 불과하다. 가능한 모든 대학생을 대상으로 잠재된 질환자를 선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데 여건이 쉽지 않다.

가령, 정신 상담을 위한 전수조사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부정적 상황과 맞부딪힌다. 일반적으로 상담을 정신적 영역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학생들이 심리조사를 꺼리거나 민감하게 반응한다. 게다가 정신적 병증은 간단한 진단과 처치로 단기에 회복되는 것과는 달리 회복 시간이 길고, 성과도 더디게 나타나므로 동참보다는 회피해 버린다. 학생상담센터에서 잠재고객 확보가 어려운 이유다.

그래서 상담실을 찾아오는 학생이나 신입생 그리고 희망 학과 중심의 지원에 그치고 있다. 비록 코로나로 인해 상담자가 증가한 것은 분명하지만 총재학생 수 대비로 볼 때 지원 비율은 매우 낮다. 2년여 동안 코로나로 마음의 상처를 입은 학생들을 빠짐없이 선별하기 위해서는 학생상담센터의 상담 지원만으로는 무리라고 생각한다.

대학 내에서 학생의 고충을 지원하는 상담업무는 학생상담센터에서만 하는 것은 아니다. 수백 명 이상이 공동생활하는 기숙사의 고유 업무에도 상담 기능이 포함돼 있다. 얼마 전, 중국의 모든 대학 기숙사가 심리상담실을 설치하고 심리상담 업무를 의무화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코로나라는 특수상황을 맞아 기존의 상담 업무를 확대하고 강화한 사례다.

이렇듯 업무기능이 유사한 부서가 동시에 업무를 지원하거나 협업하면 심리검사를 통한 위험군의 선별이 폭넓고, 효율적 지원도 가능해진다. 그래서 기숙사에 근무하는 나는 학생상담센터에 사생들의 정신건강과 관련한 심리검사를 요청했다.

기숙사는 학생들에게 상담지를 배부해 채점하고, 학생상담부서는 그 결과지를 토대로 경증과 중증도에 따른 상담과 프로그램을 지원하기로 했다. 상담의 지원범위는 심리검사와 함께 일상생활에서 정신을 건강하게 성장시키는 프로그램까지 포함했다.

그러나 많은 학생을 대상으로 위험군을 선별하는 일은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좋은 성과를 내는데 제약이 있었다. 상담자가 학생을 상담하기 위한 심리검사지로 유료용을 사용하는 것이 한 사례였다. 저작권이 없는 무료 간이검사지는 누구나 손쉽게 구해 스스로 검사하고 채점 결과에 따라 자신의 아픈 정도를 바로 알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반면, 검사 항목이 적고 상세하지 않아 검사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상담자들이 유료 검사지를 선호하는 이유였다. 유료 검사지는 예산과 직결되므로 전수조사를 막는 또 다른 하나의 장애요인이 되고 있었다.

그렇다면, 역설적으로 무료 심리 검사지를 애벌조사로 활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 코로나로 인해 심화한 우울, 불안, 스트레스, 자살 등의 전조 증상은 다양한 유형의 심리검사지 척도로 찾아낼 수 있다. 가령 자가 척도(PHQ-9)나 자살생각 척도(SBQ-R)를 통해 일차적으로 학생들의 심리 검사를 한 후, 채점 결과가 정상범위 내이면 결과를 대상자에게 알려줌으로써 더 이상의 불필요한 걱정을 불식시킬 수 있다. 이 범주에 속한 학생들은 유료 심리 검사지를 굳이 활용할 필요는 없다. 다만, 검사 결과 척도 점수가 정상범위를 넘는 학생은 이차적으로 유료 검사지로 유도해 재차 검사하고 그 채점도 높으면, 심리유형에 맞춰 상담과 체험 지원을 이어가면 된다. 특히 상담자의 상담 지원 범위를 넘어서는 고위험군은 관계 기관의 의료진과 연계시켜 보다 전문적인 의료지원을 할 수 있으므로 상담의 질을 높일 수 있다.

대학의 어느 부서든지 학생들이 학업, 정서, 대인관계에서 겪는 어려움을 집중적으로 지원해 교육 회복을 앞당겨야 한다. 많은 대학생이 아픈데 누구든 수수방관만해서는 곤란하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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