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규 전 한국영재교육학회장(성균관대 초빙교수)

이정규 전 한국영재교육학회장(성균관대 초빙교수)

2000년에 제정·공포된 ‘영재교육진흥법’으로 그동안 꾸준하게 증가일로에 있던 전국의 영재교육 대상자, 영재교육 담당교원, 영재교육 기관들이 지난 정부에서는 모두 감소했다. 게다가 전국 17개 시도 교육감의 정치성향에 따라 영재교육 예산이 급감했고 예산이 부족하다 보니 학부모 수익자 부담이 증가되면서 정규교육과정에서 제공하지 못한 심화학습, 현장체험, 실험실습 중심의 영재교육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 영재교육원에서 영재교육을 받았다고 대학입시 자소서에 쓰면 오히려 감점을 당하는 이상한 나라로 만들었다. 그러니 학생들의 영재교육기관 지원도 줄었다. 지원자가 부족하니 누구든 영재교육기관에 신청만 하면 들어가게 됐고 신청자가 많으면 추첨을 통해 영재교육기관에 들어가는 상황까지 됐다. 포퓰리즘 교육철학이 지배하고 학습부진이나 기초학력 향상 정책에 예산이 집중되다 보니 영재교육은 점차 후순위로 밀려 홀대받는 현실에 이르렀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하지만 교육정책은 정권과 정치적 이념의 변화에 따라 늘 새로운 정책변동을 수반함으로써 교육정책의 일관성과 안정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영재교육 정책도 마찬가지다. 영재에 대한 개념과 정의 그리고 영재를 위한 교육은 시대적·사회적 상황에 따라 변화됐다. 영재교육의 중요성에 공감해 영재교육을 선호하기도 하고 때로는 증오하기도 했던 ‘애증과 흥망의 교육사’를 거치면서 오늘의 영재교육으로 변화했다.  

우리나라가 고도의 ‘지능정보화시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이 연결되는 ‘초연결과 초융합의 시대’에 진입할수록 우수한 두뇌가 더욱 필요하다는 국민적 공감대는 충분히 형성됐다. 선진국 대열에 당당히 서고 싶은 나라, 응용과학과 더불어 원천 기술의 기초과학 기술이 더욱 중요해지는 나라, 과학 분야 노벨상을 원하는 나라, 지난 서구의 산업혁명에서는 뒤졌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고 싶은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앙트레프레너(entrepreneur)’가 더욱 중요하며 이를 키울 수 있는 교육환경이 제공돼야 한다. 

교육 형평성의 원칙도 중요하지만 각 개인의 잠재력을 최대한 계발할 수 있는 수월성의 원칙 또한 중요하다. 영재교육은 더 이상 사교육의 주범, 특혜교육, 귀족교육이 아니다. 지역적으로, 경제적으로 사회적 배려계층에 있는 탁월한 영재성을 지닌 영재교육 대상자들을 비롯해 영재성을 지닌 그 어떤 학생이라도 잠재된 영재성이 최대한 발현될 수 있는 영재교육의 기회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교육은 현재보다 나은 미래로의 진보다.’ 새로운 정부에 바라는 것은 지역적·경제적·사회적 차별 없이 또한 역차별 받지 않도록 영재성을 지닌 영재라면 누구라도 마음껏 그들의 영재성을 발현할 수 있는 영재교육 정책과 행·재정적 지원방안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가 있어야 한다. 잠재된 영재성을 판별·선발할 수 있는 영재교 육대상자의 선발 방식, 영재를 교육할 영재교육 담당교원의 전문성 향상 및 사기진작 방안, 온라인‧오프라인 교육콘텐츠의 다양화, 교육과정의 연계성이나 연속성이 확보되지 않은 채 운영되고 있는 전국의 영재학급, 영재교육원들의 교육체계 확립 등이 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할 과제다. 마침 국가영재교육의 청사진이라 할 수 있는 ‘제5차 영재교육종합계획(2023~2027)’을 수립할 시점에서 새로운 시대에 걸맞게 재검토돼야 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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