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출범 초부터 교육개혁 열기가 뜨겁다. 더불어 대학가에서도 ‘규제개혁’과 ‘재정난 해소’에 대한 기대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다소 서두르는 감이 없지 않지만 시간을 끌지 않고 핵심 의제를 정공법으로 다루는 윤석열 정부 일 처리 방식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학과 정원 증원과 연계해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이 조심스럽게 검토되고 있으며,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대학지원에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새정부 경제정책동향 설명회’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대학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추 부총리의 발표는 대학가는 물론 유초중등 교육계에 비상한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대학가는 내심 반갑지만 내놓고 드러낼 입장은 아닌 것 같고, 초중등에서는 격렬한 반대가 이어졌다.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다. 교육감이나 관련 단체 모두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중 일부를 떼어내 대학에 지원하는 방식보다는 고등교육교부금법 제정을 통해 독립적으로 고등교육예산을 확보해줄 것을 요구했다. 한마디로 지금의 지방교육재정이 고등교육기관에까지 지원할 만큼 여유롭지 않으니 별도 예산으로 대학을 지원하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중앙정부 예산은 그대로 둔 채 지방교부금을 이용해 고등교육 예산 확충을 기한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교육계의 자중지란을 통해 정부에 대한 교육계 압력을 희석시키려 한다는 비난도 있다. 그러나 초중등에 비해 저조한 대학재정지원을 확대하기 위한 정부의 고충을 이해한다.  

우리나라 대학 재정상태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으며 국가지원도 OECD 국가 중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지난 해 발표된 ‘OECD 교육지표 2021’에 따르면 한국 대학생 1인당 고등교육 공교육비 지출액(2018년 기준)은 1만1290달러에 그쳤다. OECD 평균치인 1만7065달러의 약 66% 수준에 불과했다. 자료를 제공한 36개국 가운데 한국은 28위로 하위권에 해당된다. 반면 초중등 교육지원비는 OECD 평균을 훨씬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한편 14년간 지속된 등록금동결 정책으로 사학의 재정상황은 나날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한 연구(송기창)에 의하면 2020년 사립대학 명목등록금 수입은 10조2873억 원으로, 2010년 불변가로 1조7455억 원 감소됐으며, 2020년 세입결산액은 18조1114억 원으로 2011년보다 6726억 원 증가했으나, 불변가로는 2조3647억원 감소됐다고 한다. 이중으로 계산된 국가장학금을 제외하면, 1조1576억 원(불변가로 2조8380억 원)이 감소됐다. 국가지원 예산규모도 적고 비상식적 등록금 동결 정책으로 대학의 교육재정 상황은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반면 초중등교육 재정은 1972년 1월 1일부터 시행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으로 안정적으로 재원을 확보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최근 학생 수가 급감하는 가운데 내국세에 연동된 교부금이 늘어남에 따라 조정 요구가 비등해지고 있다.

이런 차제에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대학에도 지원하자는 발표가 있게 된 것이다. 처한 입장에 따라 의견을 달리할 수 있을 것이다. “아랫 돌 빼내 윗돌 괴는 꼴”이라는 전교조의 비판도 새겨 들을만하다. 그러나 당장 교육재정을 늘릴 수 없는 상황이라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적절한 배분 조정을 통해 고등교육재정 지원에 나서는 것도 잘못된 선택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올해 추경을 통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 11조가 증액됐다. 이 11조는 2022년 기준 고등교육예산 11조9009억 원과 맞먹는 큰 액수다. 정부가 대학에 지원하는 예산 중 국립대 운영비와 이공계 사업비, 국가장학금을 제외한 재정지원사업비는 2조6571억 원이다. 추경 배정액에 비하면 너무나 적은 규모임을 알 수 있다. 

교육감이나 보수, 진보단체 할 것 없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대학 지원에 활용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으나 교육현장에서 들려오는 교부금 사용과 관련된 여러 추문들은 이들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이제 결단을 내릴 때가 됐다. 초중등, 고등 어느 분야가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 없다. 양쪽 모두 균형 있게 발전해가는 것이 중요하다. 단계적 접근을 고려하기 바란다. 1단계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통해 일정 비율만큼 대학에 지원해주는 방안이다. 중등과 고등을 잇는 공동사업 형식으로 지금도 가능하다. 2단계는 고등교육교부금법 제정이나 고등교육특별회계 설치를 통해 안정적으로 대학 재정지원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다. 모처럼 마련된 이 좋은 기회를 교육인들이 지혜를 모아 잘 살려나가야 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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