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김치연구소 글로벌 홍보대사로 ‘김치문화 자원화를 위한 글로벌 캠페인’에 나서
김치를 장독대에 보관하는 추억부터 김치냉장고까지…김치문화 DB 구축 및 사료 확보
“김치는 한국인의 아이콘…중국 김치공정, 김치문화 홍보에 역이용할 좋은 기회”
그간의 김치 홍보는 전형적…틀을 깨보는 시도 필요, 세대 입맛 잡는 김치 개발도

28년간 한국 홍보 전문가로 활동해온 서경덕 교수는 중국의 김치공정을 김치 문화 홍보에 이용할 좋은 기회라고 봤다. 한국 문화에 대한 애정이 물씬 느껴지는 연구실에서 포즈를 취한 서교수. (사진=장혜승 기자)
28년간 한국 홍보 전문가로 활동해온 서경덕 교수는 중국의 김치공정을 김치 문화 홍보에 이용할 좋은 기회라고 봤다. 한국 문화에 대한 애정이 물씬 느껴지는 연구실에서 포즈를 취한 서교수. (사진=장혜승 기자)

[한국대학신문 장혜승 기자] 침투.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정부출연 연구기관인 세계김치연구소와 함께 ‘김치문화 자원화를 위한 글로벌 캠페인’에 나선 서경덕 성신여자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는 인터뷰 도중 침투라는 단어를 여러 번 반복했다.  

오징어게임의 세계적 성공으로 한국 문화는 말 그대로 전 세계인의 일상에 깊숙이 침투했다. 전 세계적으로 높아진 한국 문화의 위상에 중국이 위협을 느끼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지난 2020년 중국이 자국의 절임채소인 파오차이 제조법을 국제표준화기구(ISO)에 등록하면서 중국 온라인에 ‘김치의 원형이 파오차이’라는 주장이 퍼졌던 이른바 ‘김치공정’도 이런 위기감의 발로다. 

서경덕 교수는 중국의 김치공정이 오히려 한국의 김치문화를 홍보할 좋은 기회라고 봤다. 한국인의 문화적 아이콘인 김치를 이번 글로벌 캠페인을 통해 다시금 전 세계인의 일상에 침투시킨다는 계획이다. 김치문화 자원화를 위한 글로벌 캠페인은 역사적, 사회적 활용 가치가 있는 개인과 단체 소유의 김치 문화 자원을 국가 차원에서 확보해 차세대에 김치 문화를 전승하는 것이 목적이다. 국내외 거주 내외국인 누구나 소유하고 있는 김치 관련 생활 소품이나 문서, 출판·인쇄물, 광고지 등 모든 유형의 자료가 대상이다. 참여자가 제출한 김치문화 자원 소장품은 세계김치연구소에서 디지털데이터베이스(DB)로 구축한 뒤 소유자에게 반환하며, 해당 자료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국민에게 공개된다.

지난달 26일 성신여대 연구실에서 만난 서 교수는 28년간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전 세계에 널리 알려온 전문가답게 한국의 김치문화 침투 전략을 위한 구상을 꺼내놨다. 인구 수를 앞세워 물량공세를 펼치는 중국 네티즌들의 SNS 공격에도 ‘선수’다운 전투력으로 너끈하게 상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쳤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는 여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인터뷰가 시작됐다.

서경덕 교수. (사진=장혜승 기자)
서경덕 교수. (사진=장혜승 기자)

- 지난 7월 세계김치연구소 글로벌 홍보대사로 위촉된 데 이어 ‘김치문화 자원화를 위한 글로벌 캠페인’에 나서게 된 계기는.
“중국에서 파오차이(절인 채소)가 김치의 원조라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세계김치연구소처럼 김치의 가치를 국내외에 꾸준히 알리는 프로젝트를 해온 공신력있는 기관과 민간이 결합하면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거라고 봤다. 세계김치연구소는 연구기관이다 보니까 자료가 많다는 강점이 있다. 저 같은 경우는 바람잡이다 보니까 둘이 함께하면 여러모로 윈윈이 되겠다 싶어서 홍보대사직을 맡게 됐다.” 

- 김치문화 자원화라는 말이 선뜻 들으면 이해가 안 가는데.
“일반인들이 보기 어려운 단어일 수 있다. 지난 2013년 유네스코가 ‘김장, 김치를 담그고 나누는 문화’를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한 경우에서 알 수 있듯이 김치라는 단일품목이 등재되는 경우는 없었다. 그럼에도 (일반인들이)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김치문화 자원이라는 게 옛날에 할아버지 할머니와 김장하면서 같이 찍은 사진이나 영상도 될 수 있고 김치라면 봉지도 괜찮다. 우리의 일상생활에 김치가 이렇게 많이 녹아 있었다는 증거를 확보하려는 목적이 크다. 나중에 김치 전시 박물관을 제대로 만들어봐도 의미가 있다고 보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기초작업을 해보자는 차원에서 시작했다.” 

서경덕 교수. (사진=장혜승 기자)
서경덕 교수. (사진=장혜승 기자)

- 한국인에게 김치는 어떤 의미를 갖는다고 보나.
“김치는 한국인의 아이콘이다. 태어나서 자연스럽게 먹게 되는 음식이다. 저희 집안만 해도 11월만 되면 김장을 한다고 생각했고 김치냉장고가 없던 때다 보니 마당에 장독대를 묻었다. 어머니가 저에게 김치를 묻으라고 하면 아버지와 삽을 들고 파서 묻고 그런 추억이 하나의 일상이었다. 우리 생활 속에 스며들어 있던 부분인데 중국에서 갑자기 파오차이가 김치의 원조라면서 태클을 걸어온 거다. 저는 중국의 김치공정이 오히려 김치 홍보에 역이용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본다.”

- 좋은 기회라는 건 무슨 뜻인지.
“지난 2020년 중국 매체 환구시보에서 중국이 자국 김치 제조법을 국제 표준으로 인정받았다고 주장하는 오보기사를 낸 적이 있다. 김치는 우리가 너무 익숙하게 생각했던 한국 문화인데 이참에 중국이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와 김치종주국이 대한민국이라는 사실을 널리 알릴 좋은 기회로 삼을 수 있는 계기라고 본다. 이런 일이 없었다면 김치문화 자원화 캠페인도 없었을 거다. 이 같은 상황을 역이용해서 전 세계에 김치문화를 알릴 수 있는 기회로 삼는 게 진정한 선수다.”

지난 2020년 중국은 자국의 절임채소 파오차이가 김치의 원조라고 억지 주장을 해 논란이 됐다. (이미지=농림축산식품부)
지난 2020년 중국은 자국의 절임채소 파오차이가 김치의 원조라고 억지 주장을 해 논란이 됐다. (이미지=농림축산식품부)

- 일본에 이어 최근 중국의 파오차이 등 문화 공정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치문화 자원화를 위한 글로벌 캠페인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나.
“사료를 모으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사료라는 게 거창한 게 아니다. 이를테면 예전에 할아버지, 할머니와 김장을 같이 했던 흑백사진도 될 수 있고 집안 대대로 김치를 담글 때 사용했던 기구도 사료가 될 수 있다. 이런 작은 증거들이 모인다면 김치종주국으로서의 증거 자료가 확보되는 셈이니 이번 캠페인을 통해 온오프라인에서 사람들이 침투해서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볼 수 있다. 김치뿐만 아니라 한국인의 생활 문화가 노출되는 기회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외국인들이 인정하는 문화 중 하나가 포대기 문화다. 어머니가 아이를 포대기에 업고 김장했던 사진도 있을 수 있다. 김치문화를 통해 포대기와 같은 일상의 다른 문화를 알릴 수 있는 중요한 기회다. 이렇듯 많은 자원을 확보하게 되면 재미난 일들이 벌어질 수도 있다. 김치문화 홍보에 다른 문화까지 알릴 수 있는 일타쌍피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 지난해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이런 문화 공정에 나서는 이유가 아시아 문화의 중심이 한국 문화라는 인식이 퍼진 데 대한 위기감의 발로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한국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보는가.
“한국 정부에서는 잘못된 부분을 당당하게 지적해서 중국이나 일본이 역사왜곡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앞서 말했듯 민간 차원에서는 김치 홍보에 역이용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시민들이 조금의 관심만 기울인다면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김치냉장고만 해도 집안마다 설치해놓는 건 우리나라밖에 없다. 김치냉장고 디자인만 시대별로 모아놔도 하나의 중요한 사료가 된다. 언제든지 우리가 김치와 관련된 재밌는 사건들을 모을 수 있고 김치 자원을 자료화해서 남겨놓는다는 건 후대를 위해서도 중요한 자원이 된다.”

- 중국과 일본 양국의 역사왜곡 차이점은.
“차이점이라기보다 공통점은 확실한 게 있다. 가만히 있으면 우리가 (역사 왜곡을) 인정한다고 착각한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조용한 외교가 중심이었는데 요즘은 그게 아니다. 용인 가능한 수위를 넘어섰으니 정부도 제대로 대응해 세계적 여론을 통해 압박해야 한다. 그들의 전략에 휘말라지 않고 당당하게 지적을 하고 글로벌 시대 중국과 일본의 잘못을 외신을 통해서도 적극 알려야 한다. 아무리 객관적으로 중국과 일본의 파워가 세다 해도 세계적 여론은 못 이긴다. 우리가 그들보다 더 우위를 점하고 있는 세계적 스타나 문화콘텐츠를 활용해 압박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 김치를 잘 먹지 않는 요즘 세대의 특성을 고려한 김치 홍보 전략도 필요할 것 같다.
“시대가 변하면 음식도 변할 수밖에 없다. 젊은 세대가 김치를 안 먹는다고 뭐라 할 게 아니라 김치를 젊은 세대 입맛에 맞게 개발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리는 다양한 김치를 개발해야 한다는 뜻이다. 일례로 파스타를 먹을 때 의외로 백김치가 잘 어울린다. 다른 사람들은 피클을 곁들여 먹는데 백김치로 먹어볼 수 있게 개발해야 한다. 젊은 세대가 김치를 안 좋아한다? 옛날 김치만 강요해왔던 거다. 요즘 세대에 맞는 김치 개발 시도가 지금까지는 제대로 없었다. 왜 김치하면 전형적인 빨간색 양념된 배추김치만 떠올리게 하는지 그게 답답했다. 동치미, 갓김치 등 다양한 김치도 홍보할 수 있는데 그간의 김치 홍보는 너무나 틀에 박혀 있었다. 김치문화 자원화를 위한 글로벌 캠페인도 그런 점에서 틀을 깨보는 시도의 일환으로 봐주시면 좋겠다.”

- 한국은 □□□이다, 한 마디로 말한다면.
“문화대국이다.” 

- 너무 국뽕 아닌가.
“예전엔 그렇게 말하면 오그라들었는데 지금은 아니라고 본다. 힘든 시기도 잘 견뎠고 OTT서비스를 통해 오징어게임 같은 문화콘텐츠를 전세계에 알리게 됐다. 절호의 침투 기회가 온 셈이다. 플랫폼을 잘 활용해서 한국 문화를 알리는 것만이 중요한 게 아니라 세계인 누구나 한국 문화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이제는 문화강국, 문화대국이라는 표현이 자연스러운 게 외국인에게 말해도 그들이 인정한다. 저 혼자 문화강국이라고 말하고 다니면 소위 말하는 자뻑, ‘저 사람이 국뽕에 맛이 가있구나’라고 할 텐데 기회가 많이 왔다. 한국 드라마가 31개국에서 동시에 1위를 하는 모습에서 알 수 있듯이 전 세계적으로 이렇게 유명해질 줄 누가 알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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