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교육지표 2022는 우리나라에서 초중등 분야에 대한 교육투자는 세계 정상급인데, 고등교육 분야에 대한 투자는 세계 최하위에 머물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주요지표인 1인당 공교육비만 보더라도 초중등(합계 $30,419)은 OECD 평균(초중등 합계 $21,323) 대비 142.6%로 최고 수준인 반면, 고등교육은 64.2%($11,287)로 평균($17,559) 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고등교육 1인당 지출액이 초중등보다 낮은 국가는 OECD 회원국 중 그리스·콜롬비아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한다.

그동안 대학가는 정부의 반값등록금 정책, 입학금 폐지, 대학 정원조정 정책으로 초래된 재정적 어려움을 호소하며, 고등교육 예산 지원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정부는 초중등이 의무교육인 반면에 고등은 선택교육의 영역이라는 논리를 내세의 냉담하게 반응해왔다.

그러나 청년층(만 25~34세) 고등교육 이수율 69.3%로 OECD 국가 중 1위를 고수하며 보편교육 단계에 접어든 현실에서 의무교육 운운하는 정부의 논리는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방기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교육부는 대학의 재정지원 확대 요구를 때로는 무시로, 때로는 찔끔 증액해주는 방식으로 대응해 왔다. 교육예산 증액에 대한 기획재정부의 소극적인 입장도 교육부가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데 한 몫 했다. 그런 차제에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을 통해 고등교육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대통령실이 개선 의지를 갖고 있으며, 반대의 아성이었던 기재부가 직접 나서 예산운영의 경직성을 털고, 교육재정 운영의 균형성 회복 차원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의 문제를 손보려는 것이기에 이전과 전혀 다른 논의 구조가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교육부 입장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그동안 교육부는 초중등 재원을 고등으로 전용하는 데 있어서 한마디로 ‘택도 없는 소리’로 일소에 부쳐왔다. ‘아랫돌을 빼내 윗돌 괴는 식’으로의 재원조정은 불가하다는 입장이었다. 이런 교육부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 개선을 통한 고등교육 재원 조성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을 볼 때 변화를 실감한다.

교육부의 이런 입장은 차기 교육부 장관으로 내정된 이주호 후보자도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지금까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 개선을 통한 고등교육재원 확보에 당정대의 입장은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입법과정에서 다소간의 논란은 불가피할 것 같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앞장서서 반대하고 있으며 전국 교육감협의회와 교원단체들이 연대해서 반대전선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고등에 대한 재정지원 확대는 찬동하나 “동생 것을 뺏어 형에게 주는 방식”이 아닌 “전체 교육예산의 파이를 키우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최근 끝난 국정감사에서 홍원화 대교협 회장은“고등교육 종사자들은 절대 초중고의 지원금을 고등교육으로 전용해달라는 주장을 하고 있지 않고, 할 생각도 없다”고 잘라 말하면서 오히려 초증등 예산도 부족하니 더 늘려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대학에서도 석면교실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현실을 설명했다. 초중등과의 충돌은 피하면서 고등교육재정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홍 회장의 고뇌가 읽혀지는 대목이다.

이제 동생(초중등)과 형(고등) 중 누가 먼저이고 중요한가라는 논쟁은 불필요하다. 다행스럽게 지금까지 나온 주장들만 본다면 형, 아우 간에 불필요한 논쟁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다만 환자 중에도 응급환자가 있고 감기 같은 경증환자도 있는데, 당연히 응급환자를 먼저 병원에 데려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그런 차원으로 이번 사안을 이해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이다.

금번 대구·경북·강원교육청에 대한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강은희 대구교육감이 발상의 전환을 가져 올 좋은 대안을 제시했다. 강 교육감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에 대해 “상황에 따라 교부금을 고등교육 재정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가 지방이 어려워지면 다시 환원하는 것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폈다. 이어서“지방대학과 지방교육청은 같이 갈 수밖에 없다”며 지역 차원에서 초중등과 고등이 분리될 수 없는 존재임을 부각시키며 더 큰 틀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음을 내비쳤다. 

올바른 시각이다. 이번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 논의가 강 교육감의 말처럼 타협가능하고 현실적인 방향으로 전개되길 바란다. 지방교육개정교부금법 개정을 통한 고등평생교육특별회계 설치는 현재 극한으로 치닫고 있는 대학 재정난을 해소하기 위한 한 가지 방법이다. 모처럼 만들어진 호기를 놓치지 말고 모든 교육자가 진영논리를 탈피해 초중등과 고등의 상생발전을 위한 방안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할 때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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