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부터 그라운드 누빈 국제심판 출신
은퇴 후 심판강사, 심판평가관 등 후학 양성에 나서
‘2022년 국제스포츠 인재 및 국제심판 양성 교육’ 사업 책임자로 변신
“여자축구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관심 필요해” 언급도

지난 9월 29일 열린 ‘2022년 국제심판 양성 사업 수료생 사후교육과정 워크샵’에 사업 책임자로 참석한 홍은아 이화여대 체육과학부 교수. (오른쪽에서 3번째) (사진=이화여대)
지난 9월 29일 열린 ‘2022년 국제심판 양성 사업 수료생 사후교육과정 워크샵’에 사업 책임자로 참석한 홍은아 이화여대 체육과학부 교수. (오른쪽에서 3번째) (사진=이화여대)

[한국대학신문 김한울 기자] 2002년 열린 한일 월드컵은 대한민국 대표팀의 4강 진출과 함께 축구라는 종목에 국민적 관심이 엄청나게 쏟아졌던 한 해였다. 그로부터 1년 후 2003년, 한 여성심판이 ‘한국 최연소 국제축구연맹 심판’으로 그라운드를 누비기 시작했다. 그는 제15회 도하 아시안게임, 제29회 베이징올림픽, 제16회 광저우 아시안게임, 제30회 런던올림픽 등 수많은 국제대회에서 주심으로 나서 뛰어난 판단력을 보여줬다. 더불어 2009년 아시아축구연맹(AFC)으로부터 올해의 여자 국제심판상을 수상했으며, 2010년에는 비유럽인으로는 최초로 잉글랜드 여자 FA컵 결승 심판을 맡았을 정도로 최고의 여성심판 중 한 명이었다.

홍은아 이화여대 체육과학부 교수는 국내 여성 심판계의 선구자로 꼽힌다. 홍 교수는 각종 대회에서 단호한 판단력을 보여주며 최고의 심판이라는 찬사를 들어왔다. 이제 홍 교수는 심판의 위치에서 내려와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로서,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으로서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지원하는 ‘2022년 국제스포츠 인재 및 국제심판 양성교육’ 사업의 책임자로 선정돼 국제무대에서 활동할 차세대 스포츠 전문 인력의 체계적 양성에 나서고 있다. 내년 2월까지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그는 축구행정가를 넘어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이제는 대학에서 미래 스포츠 인재 교육에 힘쏟고 있는 그를 지난 9일에 이화여대 교정에서 만났다.

홍은아 이화여대 체육과학부 교수(대한축구협회 부회장).
홍은아 이화여대 체육과학부 교수(대한축구협회 부회장).

- 심판 은퇴 이후 심판강사, 심판평가관 등 후학 양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었나.
“심판으로 그라운드를 누비면서 기쁘고 행복했던 순간, 상처받고 좌절했던 순간 등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있었다. 심판을 그만둔 이후 휴식 및 재충전, 그리고 연구를 위해 5년 정도는 축구계와 거리를 두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아시아축구연맹에서 심판과 관련된 세미나를 연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개인적인 휴식도 중요했지만 지금까지 심판을 하면서 얻은 소중한 경험을 나눠야겠다는 책임감이 앞섰다. 그동안 쌓아왔던 내적 자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한국 축구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심판 양성과 교육에 나서기 시작했다. 보이지 않는 힘이 되고 싶었다.”

- 지난 8월 ‘2022년 국제스포츠 인재 및 국제심판 양성 교육’ 사업의 책임자로 발탁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업에 대해 소개한다면.
“이번에 맡게 된 사업은 공단에서 그동안 나눠서 지원하던 사업을 하나로 통합해 내년 2월까지 이화여대와 국민대가 함께 국제무대에서 활동할 스포츠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사업이다. 이전에 없었던 큰 사업이라 교수로서 연구에 매진하는 시간을 보내고자 했던 마음을 내려놓고 책임감을 가지고 본 사업에 지원하게 됐다.
사업은 국제 스포츠 인재 양성과 국제 심판 양성이라는 2가지 사업 목표를 가진다. 국제 스포츠 인재 양성은 △외국어 집중과정 △직무 집중 과정 △맞춤형 임원양성 △해외학위 취득 지원, 국제 심판 양성은 △국제심판 역량강화 △국내심판 역량강화 △수료생 사후교육 △심판 통합워크숍 등으로 구분해 총 8개 과정을 배치해 체계적인 교육을 진행하고자 했다. 물론 당장 주목할만한 성과가 나오는 사업은 아니다. 하지만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는 스포츠 인재와 심판을 지속적으로 길러내기 위한 디딤돌이라고 생각한다. 미래를 내다보고 씨를 뿌리는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 처음 진행하는 대규모 사업의 책임자로서 힘든 점이나 아쉬운 점도 분명 있을텐데.
“수요자 별 교육환경을 분석해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진 전문가를 초빙하고자 했지만 사업 과정마다 교육 대상이 다르기 때문에 교육자에 맞는 강사 섭외에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16일에 진행되는 ‘2022 국제심판 양성사업 온라인 통합워크숍’에 한윤수 아시아체조연맹 남자 기계체조 기술위원장과 김병철 2022 베이징 패럴림픽 휠체어컬링 결승심판을 강연자로 초빙했고, 네트워킹을 활용해 세계 최고 레벨에서 활동한 독일과 프랑스 농구심판을 섭외했다.”

- 축구행정가이자 심판 양성가, 그리고 교수로서 앞으로 어떤 목표를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축구심판을 직접 경험하고 교육자를 양성하는 입장에서 많은 인재들이 심판이라는 매력적인 직업을 쉽게 포기하고 빠져나가는 경우를 많이 봤다. 이들을 붙잡을 수 있는 장치의 필요성을 여실히 느꼈고 이를 만들어나가고 싶다.
더불어 축구에 대한 인식도 변화시키고 싶다. 특히 남성 중심적으로 흘러왔던 축구계의 흐름을 바꾸고 싶다. 초등 저학년부터 성별을 구분하지 않고 축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하고 축구는 남자만 하는 거라는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에서 선발한 전문 강사들이 학교 체육수업이나 방과후 스포츠클럽을 찾아가 학생들과 함께 공을 차며 축구의 재미를 알려주는 ‘렛츠플레이 축구교실’ 사업이 대표적이다. 여자들은 축구를 못하고 관심이 없다는 세간의 인식과는 다르게 축구교실에 참여하는 여학생들은 누구보다 행복하고 에너지 있게 공을 차고 축구를 즐기고 있었다. 여자축구에 지속적인 투자와 관심이 이뤄진다면 한국축구가 폭넓게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 계기였다. 이처럼 성별을 넘어 같이 성장해야 한국축구는 물론이고 스포츠 자체가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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