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주 영남대 고등교육정책연구소장(교육학과 교수)

김병주 영남대 고등교육정책연구소장(교육학과 교수)
김병주 영남대 고등교육정책연구소장(교육학과 교수)

우리나라 고등교육이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중요한 원인은 14년째 동결된 등록금과 늘지 않는 국고지원에 따른 대학의 심각한 재정난때문이다. 특히 사립대학의 재정은 심각하게 줄어들어 왔다. 더욱 중요한 것은 대학입학자원이 급감함에 따라 재정난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4년 전 장마가 길었을 때, 회의석상에서 만났던 서울 한 사립대학 기획처장의 말이 생각난다. “비가 새는 50여 군데 중 많이 새는 대여섯 군데 밖에 보수하지 못했다.”

우리나라 정부의 고등교육분야 투자 현황은 OECD 평균보다 매우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 학생당 고등교육비는 OECD 평균 학생당 교육비의 64%, 우리 중등학교의 75%에 불과하다. 한국교육개발원의 조사에 의하면, 141개 사립대학 중 2012년에는 44개 대학이 적자였지만, 2018년에는 75%인 105개 대학이 적자로 돌아섰다. 결국 사립대학의 교육투자 규모는 최근 10년간 지속적으로 감소할 수밖에 없었고, 1인당 GDP가 4만 3000불로서 명실상부한 선진국인 우리나라의 대학교육 경쟁력은 IMD 63개 참여국 중 46위로 하위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후진국일수록 초등교육의 투자수익이, 선진국일수록 고등교육의 투자수익이 높다. 국가의 미래는 고등교육의 질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며, 이를 위해 적정 수준의 대학재정 확보는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등교육재정 확보 방안으로 국가의 재정지원 이외에 현실적인 대안을 찾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현행 법령상 대학교육에 대한 국가의 역할은 제한적이다. 교육기본법에 대학재정에 관한 내용은 없고, 고등교육법 7조에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학교가 그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재원을 지원·보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임의규정에 불과하다. 국가가 대학에 대해 재정지원을 할 수는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형편에 의해서 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11월 22일 국가의 대학재정지원에 관한 사항을 담고 있는 ‘대학균형발전특별회계법안’,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법안’,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안’에 대한 입법공청회가 열렸다. 세 법안 모두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차원의 재정지원 확대를 내용으로 하고 있다는 데 큰 박수를 보낸다. 그런데 ‘대학균형발전특별회계법안’에서 정하는 세입은 일반회계로부터의 전입금이나 국고보조금이다. 명확하게 정해진 세입이 없기 때문에 기존 법령에 의한 임의규정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안’에서 규정한 재원은 내국세 총액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하되, 교부금이 GDP의 1.1% 이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여기에는 두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는 교부율이 명확하게 규정돼 있지 않아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내국세에 대한 추가적인 교부금 규정이 가능하겠는가 하는 것이다. 지방소비세의 신설 등에 따라 국세의 규모가 줄어들었는데도, 현재 지방교육재정교부금과 지방교부세를 포함해 내국세 총액의 40.3%와 교육세, 종합부동산세 등이 지방에 교부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등교육을 위한 별도의 교부금을 신설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안’은 2004년 박찬석 의원 등이 발의한 이후 수차례 발의됐으나, 회기종료로 폐기된 바 있다. 기획재정부 등에서는 교부금이 ‘균형발전’을 목적으로 지원하는 재원 성격을 띤다는 점에서 의무교육을 기반으로 하는 유‧초‧중등교육에 대한 지원으로서는 적절하나, ‘경쟁력 강화’를 기반으로 하는 고등교육의 재원으로는 타당하지 않다는 점을 논리로, 고등교육재정교부금에 대해 지속적인 반대의견을 표명한 바 있다.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법안’은 국세분 교육세를 주요 재원으로 하는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 설치를 골자로 하고 있다. 2023년 기준 특별회계 예산에 포함된 교육세는 3조 원이다. 일부에서는 3조 원이 대학교육을 지원하기에 턱도 없이 부족하다고 한다. 맞는 말이지만, 이를 제대로 활용한다면 대학교육에 꿀 같은 재원이 될 것이다. 현재 대학혁신지원사업은 7000억 원에 불과하지만 대학들에게 매우 유용한 재원이다. 이의 4배가 넘는 재원이 추가로 확보되는 것이다. 현 교육세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재원에 편입돼 있기 때문에 세율 인상이나 세원 교체는 어렵다. 오히려 학생 수 감소 추세를 고려할 때 교육세 폐지 주장이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국세 교육세를 고등교육지원 특별회계로 편입할 경우 교육세 폐지 주장을 잠재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고등교육의 질 개선 논리로 교육 세원을 바꾸거나 세율 인상이 가능하다.

유치원 교육이든, 초등학교 교육이든, 중고교 교육이든, 대학교육이든 모두가 국가의 동량(棟樑)이 될 인재를 양성하는 하나의 ‘교육 체제’다. 유초중등을 거쳐 대학교육에 이르기까지 균형적인 투자를 통해 세계화 시대에 필요한 맞춤형 인재의 육성이 가능할 것이다. 국가의 발전을 위해 대학교육의 중요성은 무시될 수 없다. 내 것만 지키려는 생각보다 국가 장래를 위해서는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 지 긍정적 숙고가 매우 필요하다.

<한국대학신문>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