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익 전문대학홍보협의회 부회장(울산과학대 대외협력실장)

조기익 전문대학홍보협의회 부회장(울산과학대 대외협력실장)
조기익 전문대학홍보협의회 부회장(울산과학대 대외협력실장)

안녕들 하십니까?

한때 대학가에 회자된 대자보의 해묵은 질문을 꺼낸 이유는 그러지 못할 것이라는 추측 때문입니다. 수험생은 ‘입시지옥’을, 대학은 ‘입시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신입생, 스무 살, 우정, 사랑. 캠퍼스에는 듣기만 해도 뱃속이 몽글몽글해지는 단어가 떠올라야 하는데 우리의 입시는 생사를 넘나드는 단어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제 수험생은 합격한 대학 중 하나를 골라 예치금을 넣고, 대학은 한 명의 학생이라도 더 모집하기 위해 홍보전을 펼칩니다. 신입생 전원 장학금 지급, 최초합격자 장학금 지급. 재정적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신입생을 모집해야 하는 현실입니다. 대학의 노력이 부족하다, 경쟁력이 떨어진다, 그래서 수험생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는 주장으로 대학의 갖은 노력을 폄하하기에는 쏟은 정성이 크기에 부아가 납니다.

지방균형발전을 하겠다는 취지도 무색합니다. 반도체 인력 수급을 위한 대학의 정원 확대는 수도권 대학에 한정됐습니다. 지방이어서 무조건 정원을 늘려달라는 것이 아니라 지방대학의 경쟁력 강화, 지방균형발전을 위해 지방의 구심점이자, 소비자이자, 씽크탱크인 지방대학에 깊은 관심 가져주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덧붙여 수도권대학이 역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이들 대학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주시면 좋겠습니다.

안녕들 하십니까?

저 대학은 망해가는데 다행히 우리는 버티고 있으니 급여가 삭감되어도, 부서에 인원이 줄어들어도, 야근과 주말 근무가 불가피해져도, 겸직에 겸직이 가중돼도, TF가 남발되어도 묵묵히 견디고 계시겠지요? 타인과 타 대학의 불행과 부진을 위안 삼아 자신을 위로하고 있지 않으신가요? 가족과의 저녁식사는 식당 예약하듯 사전에 약속해야 하고, “이번 주는 언제 언제 늦게 와?”라는 말이 익숙해졌습니다. 아내와의 토요일 점심은 금요일 밤에 마신 술의 여파로 뜨끈한 국밥을 찾지만 기자간담회 자리는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을 오가며 공들여 맛집을 찾습니다. ‘워라밸’을 갖지 못한 아쉬움보다 이제 일주일의 며칠 저녁은 자연스럽게 포기한 아내의 질문이 안타깝고 아프기만 합니다.

올해는 입시 상황이 작년보다 좋지 않다는 말이 심심찮게 들립니다. 3월이 되면 많은 대학은 신입생 충원률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들고 봄 햇살이 아닌 꽃샘추위에 시달릴 것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새로운 신입생과 작년보다 나은 새로운 한 해를 꿈꿀 것입니다. 그 전에 꼭 당부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우리는 어른으로서 대학생을 비롯한 젊은 청년들이 이 사회에서 즐겁고 안전하게 지낼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 합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던 수많은 고등학생이 하늘의 별이 되었습니다. 그들이 대학생이 되었다면 졸업하고, 어엿한 직장인이 되었을 만큼 시간이 흘렀습니다.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참사. 300명이 넘는 압사 사상자가 발생했는데 다수의 피해자는 청년들이었습니다. 두 사건은 모두 국가행정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거나 저와 같은 기성세대 어른들의 욕심과 무사안일, 불안전 불감증이 문제였습니다. 이들이 멋진 청년으로 우리 사회에서 꿈을 펼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러한 사회를 만들지 못해 정말 죄송한 마음이 큽니다.

안녕들 하십니까?

오늘의 저는 말간 낯으로 저를 대하는 우리 학생들을 보면서 미안한 마음에 안녕하냐고 묻기 어렵습니다. 쉰 소리와 함께 저녁 한 끼 먹여서 돌려보낼 뿐입니다. 어제도 혼자 저녁을 먹은 아내에게 안녕하냐고 물을 염치가 없습니다. 늦은 시간의 귀가가 미안해 편의점에 들러 아이스크림만 한가득 사갈 뿐입니다. 업무시간 내내 저의 한숨을 묵묵히 견뎌주는 동료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큽니다. 함께 가보자 했던 카페에서 따뜻한 커피 한 잔 대접해야겠습니다.

끝으로 힘든 여건에도 대학 홍보를 위해 힘쓰시는 모든 대학의 홍보 담당자분들께 존경과 위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내일의 우리는 크게 인사할 수 있길 바랍니다.

안녕하십니까!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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