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묘년(癸卯年) 새해가 밝았다. 온통 어두운 전망 일색이다. 경제도 그렇고 남북관계도 북한의 호전적 미사일 공세로 불안정하다. 우크라이나 전쟁도 여전하고 금리인상도 계속될 것 같다. 저출산·고령화 행진도 멈출 줄 모르고, 경상수지 적자도 사상 최대로 늘어났다. 지역소멸 지도는 위기를 나타내는 빨간색으로 도배돼 있다. 우리를 둘러싼 거시 환경이 온통 흐림 일색이다.

새해 전망이 ‘흐림’ 일색이지만 대학 현장에서는 밝은 기운도 발견된다. 정부 교육혁신 정책에 대한 믿음이 작용된 듯하다. 얼마 전까지 정부의 ‘반값등록금 정책’과 ‘규제 일변도 정책’에 대한 성토로 들끓었던 것에 비하면 상전벽해(桑田碧海)의 변화를 실감한다. 윤석열 정부의 과감한 교육개혁 정책으로 분위기가 변화된 탓이다.

사실 윤석열 정부 교육개혁에 대해서는 큰 기대를 갖기 어려웠다. 대선 공약이나 국정과제에서도 교육은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윤석열 정부에서 교육혁신은 ‘물 건너갔다’라는 냉소적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대통령이 교육개혁을 노동개혁, 연금개혁과 함께 정부가 추진해야 할 3대 개혁과제로 천명하면서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특히 교육전문가인 이주호 장관 취임 후 교육혁신 움직임은 급물살을 탔다. 예상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혁신정책이 연이어 나왔다.

출발은 단연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고특회계) 설치이다. 고특회계 설치는 정치적으로 부담스러운 일이었지만 정부·여당은 강하게 밀어붙였다. 전체 확보예산은 처음보다 줄었지만 고등평생교육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책무성을 느끼게 했다는 점에서 만족할 만하다.

교육부는 ‘대학설립·운영 4대요건(교지,교사,교원,수익용기본재산) 전면개편’을 비롯해 ‘대학기본역량진단 폐지 및 새로운 평가체계 구축’, ‘대학통폐합기준 완화’, ‘평생학습진흥방안’ 등 전 영역에 걸쳐 ‘규제개혁종합선물셋트’라 할 수 있는 포괄적 개혁 조치를 선보였다.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시도할 수 없는 과감한 개혁 조치였다.

정부의 규제개혁 철폐 의지는 교육부 조직 개편에서도 발견된다. 교육부는 ‘대학규제혁신국’을 일몰조직으로 신설했다. 일몰조직이란 그 기능을 다하면 없애버리는 한시 조직이다. 그만큼 상징성이 있다. 이주호 장관은 “대학규제혁신국이 담당하는 업무를 모두 완성해 일몰하는 것까지 윤석열 정부 임기 내에 하겠다”며 결의를 다지고 있다.

더불어 “고등교육법, 사립학교법이 전면 개정돼서 교육부 규제가 필요 없을 정도로 돼야 규제혁신이 완성되는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 하에서 더 이상 대학 규제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아직 입법과정이 남아 있지만 윤 정부의 교육개혁 정책 드라이브는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은 교육개혁이 저출산·고령화 해결의 단초라는 점을 누차 강조했다. 그는 “고등교육에 대한 권한을 지역으로 과감하게 넘겨 그 지역의 산업과 연계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며 “교육개혁 없이는 균형발전을 이뤄내기 어렵고, 균형발전은 저출산 문제 해결의 지름길”이라고 했다.

교육개혁이 국정과제의 출발점이 되고 그 중요성이 배가 되는 느낌이다. 개혁 추진의 방향을 잘 잡았다. 예상치 못한 수준으로 교육개혁 정책이 추진되자 대학이 바빠지게 됐다. 이제 ‘혁신의 공’은 대학으로 넘어갔다. 적어도 “규제 때문에 못하겠다”라는 말은 더 이상 설득력이 없게 됐다. 대학 혁신은 오롯이 대학 스스로의 몫이 된 것이다.

이 시대 대학 혁신은 지속가능성을 위해서 피할 수 없는 길이다. 대학은 뼈를 깎는 고통을 감수하며 구조개혁에 돌입해야 한다. 학과를 줄이고 불필요한 인원을 과감하게 감축해야 하며 경직된 인사 제도도 유연하게 변화시켜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 엄격한 성과주의에 입각한 기업경영 요소도 과감하게 도입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일부 부정비리 대학 때문에 대학 전체가 비리집단으로 몰린 경험이 있다. 대학운영의 투명성과 민주성을 높여 대학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불식시켜야 한다. 특히 증액된 정부재정지원 중 일부를 경상비로 쓸 수 있기에 재정 운영의 투명성과 준법성 준수는 더욱 중요하다.

2023년 계묘년은 여러 차원에서 어려움이 예상된다. 그러나 대학 입장에서는 위기적 요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제한적이지만 재정적 어려움이 감소했고, 대학이 자율적 발전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는 개혁정책이 실시됨으로써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절호의 찬스(chance)이기도 하다. 모처럼 마련된 천재일우의 기회를 잘 살려 대학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신장시키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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