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프 슘페터(Joseph Alois Schumpeter)는 그의 저서 ‘자본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에서 혁신은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혁신은 기존 관행에서 벗어난 ‘새로운 조합(new combinations)’의 창출이다. 기존의 틀과 관념을 부수고 새로운 틀을 만드는 창조적 파괴 과정인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노동, 교육, 연금, 정부 개혁을 4대 핵심 혁신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 교육 영역에서 새로운 조합의 창출을 통한 혁신 작업이 연일 진행되고 있다. 가히 ‘혁신의 시대’라 할 만하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하 이 부총리) 취임 100여 일을 앞둔 ‘현재 상황’을 이른 말이다.

이 부총리는 취임 후 하루가 멀다고 주요 혁신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때론 그 속도와 혁신성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된다. 이 부총리의 전격적 혁신 행보에 과연 ‘준비된 장관’이란 호평(好評)이 있지만 무계획하게 시장주의적 접근만을 고집한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양론이 분분한 가운데도 이 부총리의 혁신 행보는 거침이 없다. 그중에는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고특회계) 설치와 같이 대학가의 숙원을 풀어주는 결단도 있었고, 규제혁파와 디지털 전환 시대 대비를 위한 교육부 직제 개편도 있었다. 그동안 ‘말의 성찬’으로 그쳤던 ‘대학지원’ 교육부 권한 지자체 이양에 속도를 내는 점도 눈에 띈다. 정부의 지방정부 이양 관련 정책들은 새롭게 시작되는 ‘지역혁신중심대학지원체계’(RISE) 구축과 글로컬(glocal) 대학 지정 대학 사업으로 구체화해 고등교육정책 지형의 변화를 실감케 하고 있다.

이 부총리는 “2023년을 원년으로 삼고 지자체와 지역대학이 함께하는 성장계획을 마련하고 대학의 창의를 저해하는 요소는 과감히 혁파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부총리가 역점을 두고 있는 교육혁신 분야는 △규제개혁 △재정개혁 △구조개혁이다.

여러 혁신 정책 중에서도 지난 대교협 총회에서 구조개혁 일환으로 고등교육체제를 개편하겠다는 이 부총리의 발언이 단연 눈길을 끈다. “그동안 전문대는 전문학사, 대학은 대학과정, 사이버대는 사이버과정만 운영했는데 이 벽을 허물겠다”는 이 부총리의 발언으로 일반대학은 물론 전문대학가도 벌집 쑤셔놓은 듯 소란하다. 대학은 물론 대학협의체들도 정부 정책의 진의를 탐색하느라 안테나를 곧추세우고 있다.

지금까지 추진된 교육부 혁신 정책에 대해 일부 보직자 협의체에서 지지 성명을 낼 정도니 일단 긍정적이라 할만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야당을 비롯한 일각에서는 혁신 정책의 성격과 방식에 대해서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교육혁신의 방향이나 내용 면에서 큰 문제는 없지만 그래도 조금 더 예측가능하고 성과 있는 혁신 정책 추진을 위해 보다 계획적이고 세밀한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두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고 싶다.

첫째, 그동안 이 부총리의 혁신정책 행보는 ‘일방주의적’ 성격이 강했다. 대부분 혁신정책이 입법을 통해야만 실행될 수 있는데 여소야대 상황에서도 야당과의 선행협의가 생략된 채 추진된 경우가 많았다. 대학 현장에서는 이 정책이 ‘정말 추진되는 것이냐’라는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둘째, 전체 혁신 마스터 플랜의 부재(不在)가 지적된다. 혁신에 대한 그랜드 플랜이 제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세부 혁신정책들이 제시됨으로써 대학들이 대응책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학에서는 중장기발전계획은 커녕 단기적인 대응책 마련도 어렵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교수연대 같은 단체에서는 “고등교육에 대한 중장기 계획도 없이 개혁을 추진한다”고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원래의 정책목표에 따른 성과를 내기란 쉽지 않다. 정책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정책 목표가 뚜렷하고 수단이 적절해야 한다. 이해당사자의 협조도 필요하다. ‘일방주의적’이란 비판을 받는 이 부총리가 깊이 새겨야 할 대목이다.

혁신은 위기와 함께 기회도 불러온다. 이 순간에도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한 대학의 노력은 끝이 없다. 위기의 시대, 대학을 혼란으로 빠트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보다 분명한 ‘혁신 로드맵’이 제시될 필요가 있다. 고등교육체제 재편의 시기에 각각의 대학들이 어느 길을 선택해야 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이 깊어지는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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