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소재 모 전문대, 신입생 충원율 낮은 전공 폐과 결정하고 교수에게 퇴직 권유
올해 신입생 입학한 전공에도 폐과 통보…빈자리 메우기 위해 명예퇴직 교수가 복귀도
신입생·재학생·학부모 “어리둥절”…대학 극심한 재정난에 정부 위기대학 구제·지원책 절실
[한국대학신문 우지수 기자] “교수님을 강의실로 돌려주세요.” 불 꺼진 강의실 앞에는 수업 시간표 대신 학교에 항의하는 학생들의 외침이 붉은 글씨로 쓰여 있다.
23일 경기도 소재 A 전문대, 수업이 한창이어야 할 학과 강의실이 조용하다. 수업을 진행할 교수가 퇴직했거나 면직 처리됐기 때문이다. 최근 이 대학은 올해 일정 신입생 충원율을 달성하지 못한 학과들에 폐과를 알리고 전공 교수에겐 퇴직을 권유했다. 총 29명의 교수가 명예퇴직했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교수에게는 면직 통보서를 보냈다. 10년여 전부터 지방 대학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던 재정난에 따른 학과·교원 구조조정의 위협이 이제는 수도권 전문대학에까지 뻗치기 시작했다.
■ 학과 폐지 등 갑작스러운 구조정했지만…뾰족한 대책 안 보여 = A 대학은 최근 폐과 통보를 받은 학과의 교수 빈자리를 메울 교원을 구하기 위해 개강을 2주 늦췄다. 명예퇴직한 교수가 학교로 다시 복귀하기도 했고, 새로운 강사를 구해 수업을 맡게 하기도 했다. A 대학 교수노조 관계자는 교수의 임용 문제보다 학생의 학습권이 침해될 우려가 생겨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강이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급하게 새 강사를 구해 1학기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급하게 뽑은 교원이다 보니 학생들의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고 언제까지 이런 방식으로 교육할 수도 없다.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교수노조 관계자는 “현재 기계과 전공 담당 강사가 하루에 야간수업까지 포함해 11시간을 수업한다. 건강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 재정이 어려워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입장은 이해하고 있다. 다만 갑작스러운 구조조정으로 일방적인 폐과 통보와 퇴직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며 “시간을 두고 절차를 거쳐 서로 소통하면서 의견 격차를 좁히고 타협점을 찾을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 대학 기계과 2학년에 재학 중인 김 씨는 “전역하고 복학했는데 갑작스러운 폐과 소식을 접했다. 지금은 시간표에 따라 수업을 듣고 있는데 진짜 학과가 사라지는 건지 모르겠다. 모집 정지라는 설명만 있어 불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1학년 때 배운 교수님들의 수업도 못 듣고 익숙하지 않은 수업 시스템에 다시 적응하기가 힘들다”고 토로했다.
반면 A 대학 측은 학교 운영이 어렵고 폐교까지는 막기 위해 구조조정을 결정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A 대학은 지난 3년간 55%, 63%, 60%의 저조한 신입생 충원율로 미달 사태를 겪어 왔다. 신입생 충원율을 일정 수치 이상 달성하지 못해 국가 재정지원에 제한이 생기고 입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해당 대학 교무처는 앞으로 계획에 대해서는 자세한 설명을 삼갔다.
■ 전국 규모 대학 위기, 전문대는 더 위험…구조조정 가이드라인·위기대학 구제·재정지원 확대 등 지원해야 = 소위 ‘벚꽃 피는 순서로 망한다’는 지방 대학 위기는 이미 전국 차원으로 번졌다. 한 입시학원의 진학 경쟁률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정시에서 경기·인천 전문대학 28곳 중 3분의 1이 평균 경쟁률 3대 1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했다.
지방 대학에서 종종 발생했던 학과 구조조정과 교수 퇴직·면직 문제가 이제 수도권 대학에서도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특히 수도권 전문대에도 대규모 구조조정의 위험이 닥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020년 경기 소재 B 전문대는 2개 학과에 대한 졸속 폐과 처리가 교수·학생의 큰 반발을 산 바 있다. 지난해 4월에는 또 다른 경기 지역 C 전문대가 16개 학과에 대해 신입생 충원율을 문제 삼고 16개 학과에 폐과를 통보했다. 이 결정에 대해 교수들은 급하게 조치가 이뤄졌고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반발했고,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신입생을 한 명도 받지 못했던 2개 학과만 올해 폐과됐다.
학령인구 감소 규모가 워낙 크고 학생 감축 수도 누적됐기 때문에 일련의 사례처럼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운 ‘부실대학’의 수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로 전망된다. 지역 대학의 몰락을 막기 위해서는 전체 대학 정원 감축, 위기대학 관리 강화, 정부 재정지원 확대 등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대학교육연구소가 2021년 발간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입학인원은 일반대보다는 전문대, 국·공립보다는 사립대학, 수도권보다는 지방대학, 대규모보다는 중·소규모 대학을 중심으로 더 많이 감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대는 국·공립 8개교(6.0%), 사립 125개교(94.0%)로 이뤄진 사실상 사립체제이고, 대규모 전문대 역시 수가 적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문대 입학자원은 기하급수적으로 부족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구조조정 절차에서 발생하는 잡음의 경우 대학 개혁의 구체적인 계획 없이 구조조정을 급하게 요구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역대 정부(노무현~문재인)의 구조조정 정책 추진 결과 2003년 대비 2021년 전문대학 입학정원은 12만 9000명(45.4%) 감소해 절반가량 줄었다. 평가에 따른 정원 감축으로 지방대학과 전문대학이 구조조정 정책의 주 대상이 돼왔지만 이에 상응하는 정부 지원은 마련되지 않아 문제점이 더 심해졌다.
이러한 측면에서 대학교육연구소는 대학이 큰 틀에서 구조를 개선할 수 있도록 정부가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는 점을 짚었다. △국·공립대학과 사립대학 비율 조정 방안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지방대학 육성 방안 △적정 대학 규모의 기준치 설정 △등록금 수입이 줄어든 대학에 정부재정지원을 늘릴 방안 △대학의 민주성과 투명성을 높일 방안 등 총체적인 고등교육 개혁에 대한 계획을 세운 후에 구조조정 추진이 필요하다는 게 대학연구소의 분석이다.
연덕원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대규모 대학을 포함한 전체 대학 정원을 감축하고 지방·소규모 대학의 입학정원을 마련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는 2009년까지 국립대를 9개 대학으로 통폐합하고 서울지역 대규모 대학의 입학정원을 10% 이상 감축했다”며 “자발적 정원 감축을 감행에 따른 재정지원 유인책을 마련한다면 줄어든 정원이 미충원 대학으로 흘러 들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위기대학의 구성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구제책과 정부의 안정적인 고등교육재정 확보 역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