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학가 10곳 평균 월세 60만 원 시대, 전년 대비 30% 증가 지역도
고금리에 전세는 줄고 월세는 늘었다…“월세 올라 부담되지만 대안 없어”
기숙사 있어도 수용인원이 부족, 불공정 약관으로 입사하기도 쉽지 않아
기숙사 확충만이 답일까? 지역 주민 반발로 계획 무산되거나 ‘지지부진’
“지자체와 기숙사 문제 해결” “학생 소득 수준 고려 주택 정책 마련해야”
[한국대학신문 김한울 기자] 마스크 해제 조치로 3년 만에 캠퍼스 라이프를 즐겨야 할 대학생들이 4중고에 시름하고 있다. 고금리, 고물가로도 힘든 상황에서 전세 사기에 월세까지 오르면서 숨통이 막힐 상황에 처했다.
대학교 기숙사 확충이 가장 확실한 대안으로 떠오르지만 이 또한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각 대학 기숙사의 수용률은 모든 학생을 수용하기엔 터무니없이 부족한데다 기숙사 신설은 지역 주민 반발로 무산되거나 지지부진한 상태기 때문이다.
■ 전세보다 높아진 월세 인기··· 덩달아 올라간 가격에 학생들 ‘당황’ = 이 같은 상황에 학생들은 답답함을 호소하지만 뚜렷한 대책이 없는 것이 문제다.
글로벌 환경 변화로 인한 고금리와 고물가는 차치하더라도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전세 사기는 학생들이 전세보다 월세를 선택하도록 만들었다. 문제는 공급보다 수요가 많아지면서 월세 상승을 이끌고 있다. 코로나19 제한 조치가 다수 해제되며 대학 수업이 전면 대면수업으로 전환된 점도 대학가 원룸 월세에 대한 인기를 부추겼다.
수도권 대학생 A 씨는 “자취를 하기 위해 원룸을 알아봤는데 전세는 고려조차 안했다”며 “최근 대학생들은 경제적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차라리 보증금이 적은 월세로 들어가는 편이 많다”고 언급했다. 원룸 전세를 구하는 학생이 사라지고 전세 거래량도 평소의 절반 수준에 머무르면서 학생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월세로 향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대 주변 관악구의 빌라(연립·다세대) 전세 거래량은 지난해 12월 170건으로 2년 전 12월(275건)보다 40% 가까이 줄었다.
반면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이 보증금 1000만 원 기준 전용면적 33㎡ 이하 서울 주요 대학가 인근 지역의 원룸 평균 월세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년 전보다 15% 이상 올라 60만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각 대학 원룸촌 시세에서도 잘 나타난다. 중앙대와 이화여대, 한양대의 경우 이전보다 30% 이상의 상승 폭을 보였다.
중앙대는 지난해 45만 3000원에서 44.6%가 오른 65만 5000원이 돼 가장 높은 상승 폭을 보였으며, 이화여대의 경우 인근 원룸이 평균 월세가 83만 5000원으로 금액 부문에서 가장 높았다. 이어 연세대가 69만 5000원, 중앙대와 한양대가 각각 65만 5000원, 고려대와 서강대가 각각 62만 원으로 뒤를 이었다.
높아진 월세 부담에 학생들의 부담은 이전보다 커졌다. 중앙대에 다니고 있는 배 모 학생은 “지난해부터 자취를 시작해 월세를 내고 있는데 (자신을 포함한) 주변 월세가 모두 올라 당황스럽다”며 “몇 십만 원 높아졌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적은 돈으로 살아가는 자취생 입장에서 이번 인상이 분명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가격이 올라도 마땅한 곳이 없어 울며 겨자먹기로 살아야 하는 사람도 많다”고 토로했다.
■ 자취 대학생의 마지막 보루 기숙사, 그런데 자리가 없다 = 오른 가격에 부담을 느끼는 학생들에게 대학에서 운영하는 기숙사는 저렴한 비용과 접근의 편리성으로 인기가 높다. 특히 다른 지역에서 대학에 입학하는 경우 거처 마련에 있어 기숙사를 가장 나은 곳으로 평가하는 학생들이 많다.
하지만 기숙사는 수용인원이 제한돼 있어 입사 경쟁이 굉장히 치열하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대학 입시보다 기숙사 입사가 더 어렵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기숙사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보다 더 많은 학생들이 기숙사에 들어가길 원하고 있는 현실이다. 한국사학진흥재단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대학별 기숙사 현황’ 자료에 따르면 재학생 1만 명이 넘는 서울 소재 대학 중 기숙사를 운영하고 있는 19개 대학의 평균 입사경쟁률(지원자 수÷기숙사 수용가능 인원)은 약 138.2%다.
앞서 소개한 인근 원룸의 월세가 급격하게 높아진 대학 중 연세대를 제외한 이화여대, 중앙대, 한양대, 고려대 서강대의 입사경쟁률은 모두 100%를 훌쩍 상회했다. 가장 월세 가격이 높았던 이화여대의 경우 145.2%의 입사경쟁률을 보여줬으며 지난해 대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중앙대는 2817명을 선발할 수 있는 기숙사 신청에 5469명이 몰려 194.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 지역 주민 반발에 무산되는 기숙사 확장 계획 = 이에 학생들은 학교 측에 기숙사 증축을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 대학도 수용인원 문제를 인지하고 해결하기 위해 기존 기숙사를 확장하거나 새로 건립하는 등 대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지역 상권이나 주민들의 반대에 가로막히고 있다.
고려대의 경우 2014년부터 개운산 부근에 새로운 기숙사를 건립하겠다고 밝혔지만 일부 주민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다. 인근 지역 주민의 동의가 포함된 여러 서류를 서울시 도시공원 위원회에 제출한 뒤 심의를 거쳐야 기숙사 건립이 가능하지만 반대에 부딪혀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학교 측이 기숙사 건립 후에도 부지에 체육시설을 지어 주민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도 해봤지만 주민의 완강한 반대에 현재 계획은 흐지부지됐다.
주민들의 공식적인 입장은 학교가 기숙사를 건설하려는 녹지공원이 주민들의 체육시설이 들어간 쉼터라는 이유였다. 하지만 대학 주변 상권이 대학생들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기에 기숙사가 들어설 시 자신들의 생존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오는 반대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2020년에는 경상북도와 대구시 등 지자체가 나서 서울에 지역 출신 대학생을 위한 공용 기숙사 건립을 추진했지만 반대에 가로막힌 적이 있다. 기숙사가 필요하지만 △교육환경 변화 △여론 △대규모 시설 건립 적정성 등을 세밀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분석과 청년 인재 유출을 막아야 하는 형편에 수도권에 기숙사를 짓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경상지역 주민의 반발이 있었기 때문이다.
■ “지자체가 나서 학생 주거문제 의논해야” “학생이 거주할 수 있는 환경부터” = 이처럼 기숙사를 두고 대학과 지역사회는 갈등하고 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지자체가 나서 극적인 타협을 이끌어 낸 사례도 있다. 한양대는 2015년부터 기숙사 신축을 추진했지만 원룸 운영을 생계 기반으로 삼고 있는 인근 지역 주민들이 생존권 위협을 우려하며 강하게 반발하면서 계획에 차질을 빚었다.
갈등이 격화되자 2020년 서울시 성동구가 조정자로 나서 기숙사 신축을 우려하는 주민들에게 다양한 대안을 제시했다. 한양대도 지자체와 함께 설득에 나서 반값 원룸인 ‘성동한양 상생학사’와 마을 호텔인 ‘사근 스테이’ 등을 제안해 마음 잡기에 나섰다. 이를 통해 극적으로 5년 만에 기숙사 신축이 결정돼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이며 올해 12월 완공 예정이다.
손학성 한양대 미디어전략센터 홍보 실무담당관은 “많은 대학들이 기숙사 신축을 추진했다가 무산된 것처럼 한양대도 지역의 반대에 부딪혔다. 하지만 지자체가 나서 지역 주민 설득을 돕고 대학도 함께해 결국 학생들이 원하는 기숙사 확장을 이뤄낼 수 있었다”며 지자체, 대학, 지역 주민이 함께 기숙사를 이뤄낸 사례라 내부적으로 큰 자부심을 가진다고 밝혔다.
서진형 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 학과 교수도 본지와의 통화에서 “대학들이 추진하고 있는 기숙사 신축은 지역 주민의 반대로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부딪힐 수 있다. 그러기에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사회적 기여를 대학 기숙사 유치를 통해 이뤄낼 필요가 있다. 지역 주민의 반발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올바른 주택 정책이 반영될 수 있도록 연구하는 공동주택포럼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서 교수는 학생들이 갖는 주거비용 과다 지출 문제와 기숙사 문제에 대해 “전체적인 경제 규모나 소득 수준이 올라갔지만 학생 소득 수준에서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한 것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대학생을 포함한 2030 세대들이 소득 수준을 높일 수 있도록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먼저”라면서도 “현실적으로 학생들이 거주할 수 있는 환경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