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세명대 디지털콘텐츠창작학과 교수

김기태 세명대 디지털콘텐츠창작학과 교수
김기태 세명대 디지털콘텐츠창작학과 교수

우리는 평소에 많이 쓰는 말임에도 막상 그 뜻을 풀어보라면 망설이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친숙하지만 개념적으로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쓰는 말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특히 디지털 미디어에 익숙해진, 그리하여 모든 순간을 스마트폰 검색 기능에 의존하는 요즘 청소년들에게 특정 단어의 뜻을 물어보는 일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아마도 ‘윤리(倫理)’라든가 ‘도덕(道德)’ 같은 단어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예컨대, 사전적으로 ‘윤리’는 ‘사람으로서 마땅히 실천하거나 지켜야 할 도리’를 뜻한다고 선뜻 대답할 수 있는 청소년이 몇이나 될까. 물론 특정 단어나 문맥에 대한 개념적 정의를 어려워하기는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그렇다 보니 긴 글을 쓰다 보면 자꾸만 다른 사람의 글에 눈길이 가고, 과제를 하다 보면 자꾸만 누군가의 결과물을 베끼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더구나 인공지능(AI) 활용이 일반화하고 있는 오늘날 인간의 사고력과 창의력은 점점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리고 있는 중이다.

종이책의 미래는 논쟁과 추측의 주제이다. 어떤 사람들은 종이책이 결국 디지털책과 다른 형태의 디지털 미디어로 대체될 것이라고 믿는 반면, 다른 사람들은 종이책이 계속해서 존재할 것이고 그들의 독특한 품질로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한편, 디지털 도서와 전자책 단말기는 한 기기에 수천 권의 책을 저장할 수 있는 편리함은 물론, 텍스트 크기를 조절할 수 있고 키워드를 검색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기 때문에 최근 몇 년 동안 점점 더 인기를 끌고 있다. 반면에 종이책은 여전히 헌신적 추종자들이 있는데, 그들은 물리적인 책을 쥐는 촉감적 경험, 물체로서의 책의 미적 특성, 그리고 기술에 대한 의존의 부족을 높이 평가한다. 게다가 많은 사람들은 신체적인 책을 읽는 경험을 선호하고 그것이 깊은 독서와 집중에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을 발견한다.

결국 종이책과 디지털책이 공존할 가능성이 높고, 종이책의 미래는 기술 발전, 변화하는 독서 습관, 문화 트렌드 등 다양한 요인에 달려 있을 것이다.

위의 글은 ‘종이책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에 대한 인공지능 챗GPT의 답변이다. 우리 청소년들 중에 같은 질문에 대해 이처럼 명쾌하게 답변할 수 있는 친구들이 얼마나 될까. 나아가 이 같은 인공지능 등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해 놓고 마치 자기가 스스로 작성한 것처럼 결과물을 내놓는다면 그것들을 우리는 어떻게 감별할 수 있을까.

그렇기 때문에 학습윤리의 중요성은 더욱 크게 다가온다. 오늘날 연구자들에게 절실하게 요구되는 연구윤리는 결국 ‘연구자로서 마땅히 실천하거나 지켜야 할 도리’라고 할 수 있거니와, 이는 연구자 이전에 학습 과정에서부터 배우고 익혀야 할 덕목이 아닐 수 없다. 즉, 연구윤리 이전에 학습윤리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여기서 학습윤리는 ‘무언가를 학습하는 사람, 곧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마땅히 실천하거나 지켜야 할 도리’라고 할 수 있다. 학습 단계에 있는 학생들도 예외가 아니기 때문에 법으로 보호되는 권리로서의 저작권을 침해한 사람은 법적 책임을 질 수도 있지만, 법적 차원 이전에 다른 사람의 학습 결과를 함부로 가로챔으로써 도덕적 비난을 받기도 한다. 학생에게도 윤리적 책임이 함께 부과되는 것이다. 비록 들키지 않고 지나가는 경우도 많겠지만, 나아가 법적 책임까지 물리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공부하는 사람에게도 반드시 지켜야 할 그 무엇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학습윤리’라고 하겠다.

대학생처럼 학습 단계에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과 주변사람들에 대해, 같이 공부하는 사람들에 대해, 그리고 더불어 살아가는 인간 사회 전체에 대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이를 실천하기 위한 다양하고 구체적인 행동 규범들이 있고, 이 규범들은 전문 연구자들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도 적용된다. 학생들에게 이처럼 학습윤리가 필요한 이유는 공부를 하면서 다른 사람이 앞서 이루어 놓은 여러 업적을 활용해 자신의 실력을 키워나가기 때문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다른 사람의 업적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태도이며, 이는 대체로 자신이 활용하는 다른 사람의 업적에 대해 올바르게 인용하고 정확하게 출처를 표시하는 행위로 나타나게 된다.

그렇다면 학습윤리에 어긋나는 행위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가장 흔하고도 심각한 부정행위인 ‘표절’이 있다. 표절(剽竊, plagiarism)이란 한마디로 ‘저작물 도둑질’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글쓰기에 있어 남의 글을 마치 자기 글인 양 가장하는 행위가 표절의 대표적 유형이다. 표절의 한자어인 ‘剽竊’이나 영어 단어 ‘plagiarism’ 속에 들어 있는 공통점은 ‘무엇인가 남의 것을 몰래 훔치는 것’으로,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나 글을 훔치고 그 훔친 것을 자신의 것이라고 은근히 주장한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훔치는 대상이 구체적 물질이 아닌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글과 같은 ‘정신적 산물’을 훔친다는 점에서 표절은 단순한 절도가 아닌 ‘지적인 절도(intellectual thievery)’로 규정된다.

또 위조와 변조가 있다. 위조는 거짓으로 실험이나 관찰, 조사 등을 통해 얻은 결과인 것처럼 보고하거나 제출하는 행위를, 변조는 사실을 왜곡해서 적거나 데이터를 조작하는 행위를 말한다. 다음으로는 과제물 구매 및 양도가 있다. 이는 자신이 직접 과제물을 작성하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과제물을 사서 제출하는 행위, 자신의 과제물을 다른 사람에게 주거나 다른 사람이 작성한 과제물을 받아 제출하는 행위 등을 말한다. 중복제출도 학습윤리에 어긋난다. 이는 다른 수업에서 이미 제출했던 과제물을 마치 새로 작성한 것처럼 제출하는 행위를 말한다.

그밖에 협동학습에서의 무임승차 행위가 있다. 이는 협동학습을 위해 팀별 활동을 하면서 거기에 참여하지 않거나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참여자가 과제물 작성에 참여한 것처럼 이름을 올리는 행위를 말한다. 대리출석, 무단조퇴, 시험부정행위 등도 학습윤리 위반 행위에 해당한다.

결국 학문을 탐구할 때 요청되는 윤리는 교수 등 학자를 비롯해 대학원에 다니는 전문 연구자나 초·중·고등학생, 그리고 대학생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지만 특히 대학생 이하의 학생들에게 요구되는 윤리를 ‘학습윤리’라고 한다. 따라서 학습윤리는 ‘초·중·고등학생, 그리고 대학생의 학습과정에서 요구되는 윤리로서, 수강 및 출석(학습, 발표 등), 과제물 작성 및 제출, 시험 등 모든 학습활동에서 지켜야 할 도리’를 뜻한다. 우리 사회에서 여러 사람이 어울려 함께 살아가려면 당연히 지켜야 할 공중도덕이 있는 것처럼, 미래의 주역이 될 대학생이라면 공부를 할 때에도 반드시 지켜야 할 도리 또는 윤리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연구자이기도 한 교수자들은 이 같은 학습윤리의 중요성을 연구윤리 못지않게 인식하고 적극 가르쳐야 한다. 연구윤리 이전에 학습윤리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대학 강단에 널리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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