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홍 의원, 26일 한국인문사회총연합회와 인문사회기본법 제정 위한 토론회 개최
4차 산업혁명 속 소외된 인문사회 분야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 필요하다 ‘한목소리’
과학기술 분야 연구개발 뒷받침할 전문법령, 직접 규율한 법제만 25개…인문사회 분야 상대적 미비
인문사회 분야 정부 R&D예산 3000억 원으로 1.2%에 불과…학술 생태계 회복과 학문 균형 발전 촉구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6일 국회에서 한국인문사회총연합회와 공동으로 인문사회기본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김한울 기자)​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6일 국회에서 한국인문사회총연합회와 공동으로 인문사회기본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김한울 기자)​

[한국대학신문 김한울 기자] 100만 반도체 인재 양성과 AI 등 윤석열 정부는 이공계 분야 발전을 핵심 국정과제로 삼고 관련 인재 양성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인문사회 분야에 대한 지원은 부족하고 상대적인 관심도가 떨어져 교육 현장을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대학 교육에서 이 문제가 두드러지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4년제 대학 인문계열 학과는 2012년 962개에서 2021년 807개로 9년 사이 155개의 학과가 사라졌다. 학령인구 감소 여파라는 분석도 있지만 이공 계열은 같은 기간 1333개에서 1446개로 오히려 증가세를 보였다. 인문사회 분야에 대한 주목도가 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이에 인문사회 분야를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인식 아래 관련 법제와 지원책 논의를 위해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토론회가 26일 국회 의원회관 제5간담회실에서 열렸다. 한국인문사회총연합회와 공동주최한 이번 행사는 김철민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해 인문사회 분야 대학 학과장, 교수, 연구소 관계자 등이 참석해 관련 법 제정과 보완할 점에 대한 열띤 토론을 진행했다.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김한울 기자)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김한울 기자)

이날 시작에 앞서 유 의원은 지난 22일 국회에 대표로 발의한 ‘인문사회학술기본법안(이하 기본법)’에 대해 소개하며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국가가 되기 위해선 과학기술과 인문사회, 두 분야 간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법안을 발의하게 된 이유”라고 언급했다.

또한 “기술적 대응과 함께 사회문제에 대한 통찰력, 종합적 사고력이 중요해졌다. 인문사회적 역량의 뒷받침이 요구되고 있는 시점”이라며 “이번 토론회에서 연구 균형 발전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확산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 인문사회 분야 정상화할 지원 정책, 정부가 적극 나서야 = 올해 학문 분야 지원을 위한 정부 R&D예산은 지난해보다 3.0% 늘어난 30조 6574억 원이다. 이중 인문사회 분야에 대한 예산은 3000억 원을 살짝 웃도는 수준으로 정부의 총 R&D예산의 1.2%에 불과하다. 위행복 한국인문사회총연합회 이사장은 이런 상황을 지적하면서 정부가 학문 분야마다 지원의 차등을 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위행복 한국인문사회총연합회 이사장. (사진=김한울 기자)
위행복 한국인문사회총연합회 이사장. (사진=김한울 기자)

위 이사장은 정부에서 제공하는 연구예산조차 과학기술 분야에 편중된 점도 지적했다. 실제로 공학(48.3%)을 필두로 의약학, 자연과학 등 과학기술 분야의 연구비가 91.2%지만 인문사회 분야 연구비 점유율은 7.9%에 불과하다.

과학기술 분야에서 활동하는 연구자와의 차별 문제도 거론됐다. 심지어 시간이 지날수록 학문 간 불균형이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심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위 이사장은 “차별과 무관심 속에 인문사회 신진학자와 연구자 등 학문 후속세대는 고갈되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러면서 그는 “대학 인문사회 위축 속에서 인문사회 분야에 대한 지원은 국가적 차원에서 필수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당위적 영역”이라며 “이제라도 교육당국이 인문사회 분야 학술 생태계 회복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문사회 분야의 학술연구를 뒷받침할 법률적 뒷받침이 없다는 목소리에는 이제라도 인문사회 분야의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발전을 보장할 제도 수립에 서둘러야 한다고 역설했다. 더불어 유기홍 의원이 발의한 기본법이 제정되더라도 이후 추가적인 법령을 요구하고 지원 방안 체계화에 나서야 한다고 내다봤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진=김한울 기자)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진=김한울 기자)

■ “인문사회 지원 위한 주무부처 명확히 설정하고, 권한·책임도 부여” =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앞서 위 이사장이 강조한 지속적인 법률 정비에 인문학계가 나서야 하는 이유를 과학기술 학계의 법령 확장 과정에서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과학기술 분야의 경우 2001년부터 ‘과학기술기본법’을 마련해 법률적 지원체계를 정비해왔다. 이후 국가연구개발혁신법을 시작으로 다양한 지원 법 제정에 나서면서 통일적 관리체계를 마련하고 학문 분야에 대한 통제권을 확대해왔다. 이처럼 법률적 지원 방안에 대해 치밀한 계획을 통해 확장한 결과, 과학기술 분야의 연구개발을 뒷받침할 전문법령은 직접 규율한 법제만 해도 25개에 달한다.

이러한 점을 소개한 그는 “상대적으로 인문사회 분야를 위한 법안 통과는 정체돼 있는 상황”이라며 “인문사회를 위한 기본법 제정 이전에 법령 확보를 위해 학계가 지금보다 주도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인문사회 지원 법령에는 관련 연구와 교육을 담당한 주무부처를 명확히 설정하고 해당 기관에 응당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 더불어 정부가 국가인문사회학술위원회(가칭)나 인문사회학술정책연구원(가칭) 등 인문사회 분야 전문연구기관을 설립해 학술정책연구를 진행하도록 하고 연구 활동에 있어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인철 전국사립대인문대학장협의회 회장. (사진=김한울 기자)
박인철 전국사립대인문대학장협의회 회장. (사진=김한울 기자)

■ 인문사회 관심 제고 위해서는 지역대학·지자체 역할에 주목 = 강창우 서울대 인문대학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된 종합토론에서는 앞선 내용에 대한 의견 제시와 더불어 인문사회 분야에 대한 관심 제고 방안이 쏟아졌다. 박인철 전국사립대인문대학장협의회 회장은 철학적 관점에서 현대 사회에서 인문사회학의 소외 현상은 인간성을 탐구하겠다는 학문의 기본정신을 망각한 심각한 문제라며 관심 확대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학문의 궁극적인 목적은 진리추구가 아닌 인간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다. 이에 가장 근접한 학문은 인문사회 분야”라며 “학문의 균형발전이라는 대의명분보다 학계가 인문사회 분야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이를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나서야 한다”고 분석했다.

김대건 전국국공립대사회과학대학장협의회 회장. (사진=김한울 기자)
김대건 전국국공립대사회과학대학장협의회 회장. (사진=김한울 기자)

김대건 전국국공립대사회과학대학장협의회 회장은 교육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를 소개하며 인문사회 분야 관심을 높이기 위해 지역대학이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끔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문사회 분야의 위상을 지역 단위에서부터 구축해 관심과 중요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복안이다.

김 회장은 “교육부가 고등교육 정책을 지자체와 함께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면서 지역마다 인문사회 학술 부흥에 나서기 쉬운 환경이 조성됐다”며 “이는 지역대학이 인문사회 분야를 중심으로 지역의 발전을 견인하고 해당 분야에 대한 허브가 될 수 있다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지역대학이 지자체의 발전과 함께 인문사회와 관련된 제도와 예산을 논의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건의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백원담 인문한국(HK)연구소협의회 회장도 이에 공감했다. 백 회장은 “지역에 있는 다양한 인문학 연구소를 통해 해당 분야 연구는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역사회에서의 추가적인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무엇이 요구되는지를 파악하고 대학과 연구소 등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전했다.

고영훈 교육부 학술연구정책과장. (사진=김한울 기자)
고영훈 교육부 학술연구정책과장. (사진=김한울 기자)

■ 고영훈 교육부 학술연구정책과장, “인문사회 중요성 인지하고 있어…학계와의 긴밀한 소통 이어갈 것” = 기본법 제정과 관심 제고 방안 검토 등 학계의 다양한 제안에 교육부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고영훈 교육부 학술연구정책과장은 “인문사회 분야 발전 방향성에 공감하고 있다”며 인문사회 분야 예산 확장을 시사했다.

학술정책의 부재와 인문사회 분야에 지원이 미비했던 점에 대해서도 명확히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 과장은 “대중들이 인문학에 대한 흥미를 높여가고 있는 상황에서 인문사회 분야 발전과 학술진흥에 대한 정밀한 논의가 부족했다”며 부족한 부분에 대해 고쳐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학계와의 긴밀한 소통을 이어가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인문사회 분야 관심 제고를 위해서는 교육 당국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관련 학계의 의견도 무시할 수 없다”며 “기본법 발의 이후에도 학계와 함께 인문사회 분야 학술 생태계 회복과 발전에 힘쓰겠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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