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대학보다 실적 낮아

미국 대규모 명문대들의 기금 운용 실적이 소규모 대학보다 저조한 것으로 밝혀졌다. 하버드·예일대 등 미국 명문대들은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세계 최대 수준의 기금 투자 수익률을 올려왔으나 최근 불어 닥친 경기 침체 이후에는 막대한 손실만을 보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현재 미국 내 투자 전문가들은 주요 명문대들의 불안정하고 공격적인 기금 운용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美 명문대들, 기금 운용 성과 ‘낙제점’

<월스트리트저널>·<더트리뷴>·<로이터통신> 등은 최근 미국의 대표적 대학기금 관장 기관 노던트러스트가 발표한 자료를 인용, 소규모 대학들의 지난해 기금 운용 실적이 하버드·예일대 등의 대규모 대학들 보다 월등히 우수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하버드대의 경우 지난해 6월 말 기금 보유액이 총 369억 달러(한화 47조 100억 원)로 세계 최대 규모에 달했으나 투자 악화로 4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총 보유액 중 22%를 잃었다. 하버드뿐 아니라 예일·스탠퍼드·프린스턴·MIT공대 등 미국 주요 명문대들 역시 지난해 평균 25~30%의 막대한 투자 손실을 본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대학 기금 규모가 1억 달러(한화 약 1270억 원)이하인 소규모 대학들의 평균 투자 손실률은 고작 16%에 그쳤다.

이와 관련, 미국 내 투자 전문가들은 주요 명문대들의 위험하고 공격적인 투자 방식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주요 대학들이 손실 위험이 높은 헤지펀드·부동산 등에만 지나치게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소규모 대학들은 채권 등의 고정자산에 중점 투자하고 사모펀드와 같은 대체 투자 수단을 기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인 핌코토털리턴펀드 운용자 빌 그로스는 “현재 미국 내 많은 대학들이 대단히 위험한 방식으로 기금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주요 명문대들의 공격적인 투자 방식이 문제”라며 “현금화가 힘든 자산에 대한 투자를 자제하는 등 보다 안정적인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또 다니엘 직 하이비스타 전략연구소 대표는 “주요 명문대보다 소규모 대학들의 자금 운용이 더욱 우수하다는 사실을 통해 덩치가 큰 대학들을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기금 의존도 높고 기부금까지 급감해 ‘설상가상’

문제는 미국 명문대들의 경우 기금 의존율이 여타 중·소 대학들에 비해 높아 운영상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 대다수 미국 대학들은 운영 자금 중 5%가량을 기금에 의존하고 있으나 명문대들의 의존율은 무려 25~45%에 달하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현재 많은 미국 명문대들이 예산 절감을 위해 교직원 해고·임금 동결, 신규채용 보류 등을 단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클 스미스 하버드대 교직원 대표는 “현재 하버드대의 경우 총 2억 2000만 달러(한화 2800억 원)에 달하는 예산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자금 확보를 위해 교직원 관련 예산을 향후 2년간 19%가량 감축키로 했다. 다른 대학들도 비슷한 사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경기침체에 따른 기부금 수입 급감도 명문대들을 어렵게 하고 있다. 올해 1월 발표된 커먼펀드재단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미국 대학들이 받은 기부금은 5개월 전인 6월보다 평균 23%가량 줄었다. 특히 명문대들의 수입이 눈에 띄게 줄어 기부금 적립액이 지난해 6월과 비교해 12월 예일대는 약 25%, 코넬대는 약 27%가량 줄었다.

리처드 레빈 예일대 총장은 “세계 경제위기로 기부금 적립액이 지난해 6월 약 229억 달러(한화 약 29조 1700억 원)에서 12월 170억 달러(한화 약 21조 6500억 원)로 대폭 감소했다”며 “예일대는 대학 운영비용 중 상당 부분을 기부금 수입에서 충당하고 있어 타격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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