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영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트렌드 코리아》 시리즈 공저자)

이준영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트렌드 코리아》 시리즈 공저자)
이준영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트렌드 코리아》 시리즈 공저자)

‘god(갓)’과 ‘인생’을 합친 신조어 ‘갓생살기’가 MZ세대의 핵심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이제 욜로나 플렉스 같은 단어를 제치고 갓생이 젊은 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을 규정하는 신조어로 자리 잡았다. 욜로나 플렉스가 소비지향적 라이프스타일을 지칭하는 반면, 갓생은 부지런히 생산적 삶을 지향하고 일상에서 소소한 성취감을 추구하는 삶의 태도를 의미한다. 

갓생살기는 먼저 생활 속 건강한 루틴을 만들고 목표를 달성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루틴은 습관과는 구별된다. 습관이 무의식적이고 반복적 행동에 불과하다면, 루틴은 자신의 강한 의지력과 계획 하에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다. 이른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자기계발을 하는 ‘미라클모닝’이 루틴의 대표적 행동이다. 

운동을 통해 건강한 일상을 만들고자 하는 MZ세대들의 라이프스타일에도 주목해야 한다. 서울연구원의 빅데이터 조사 분석 자료에 의하면, ‘갓생’과 함께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오운완(오늘 운동 완료)’로 작년 한 해 동안 83만 회나 언급됐다. 이 외에도 블로그에 일상을 남기는 ‘주간 일기 챌린지’, 매일 공부한 시간과 내용을 기록하는 ‘스터디 인증 챌린지’ 등 다양하게 일상에서 갓생을 실행하는 이들이 많다. 갓생은 SNS에 자신의 챌린지를 올리거나 인증샷을 찍어 이를 서로 공유하기도 하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함께 의지를 독려한다. ‘투두메이트(to do mate)’ 앱은 친구들과 서로의 계획을 공유하거나 응원할 수 있게 하고, ‘챌린저스’앱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매일 매일의 미션을 수행하고 인증을 받아 갓생 루틴이 형성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무엇보다 갓생살기는 자신을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키는 ‘변화경제(transformation economy: 트랜스포메이션 이코노미)’에 기반하고 있다. 파인과 길모어는 매력적인 경험이 소비자에게 지불가치를 창출하는 ‘경험경제(experience economy)’를 제시했는데, 더 나아가 변화경제는 경험의 즐거움이 소비자의 삶을 변화시키는 가치를 창출하는 경제를 지칭한다. 이러한 변화 경제에 기반해 취미계발이나 지적성장, 재테크 등 개인 역량의 혁신을 돕는 비즈니스가 속속 등장하면서 관련 시장이 매우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직장에서도 주어진 일만 수행하는 수동적 자세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자기주도의 성장에 나서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제 평생직장의 개념이 점점 희미해져 가면서 경력개발의 방식도 크게 변화하고 있다. 과거의 전통적 경력모델은 하나의 직종 안에서 위아래로만 움직일 수 있는 단선적 형태였다. 전통적 경력모델은 일정 은퇴연령에 도달하면 곧바로 내리막을 걷는 형태인 반면, 새로운 패러다임의 경력모델은 정글짐처럼 위아래로 움직이거나, 왼쪽과 오른쪽으로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다. 특정 은퇴 연령 없이 자신의 직업과 커리어를 개발하고 업그레이드하면서, 업종의 경계를 넘나들며 커리어를 다양하게 발전시키는 경력모델이다. 시장 환경과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경력과 스킬을 유연하게 개발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생존과 성공을 위한 필수조건이 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직장에서도 ‘사이드 프로젝트’에 뛰어드는 MZ세대들이 많아지고 있다. 사이드 프로젝트는 자신만의 프로젝트를 비공식적으로 수행하며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활동이다. 이를 통해 자기계발을 도모하고 추가 수입을 창출하거나 미래 경력에 발판으로 삼기도 한다. 이러한 사이드 프로젝트는 본업이 아닌 다른 일을 시도하는 것이지만 단순하게 부수입을 창출하는 부업과는 다르다. 숨겨왔던 재능이나 흥미를 살려서 하고 싶었던 일을 시작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사이드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커리어를 만드는 기회로 삼고 직장에서는 이루기 힘들었던 자기계발을 실천하며 더 발전하면 창업의 기회로 연결할 수 있다. 이렇게 본업 이외의 일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는, 단순히 돈이나 성과를 쫒기보다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실험하고 실현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가치 지향적 자세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직장에서도 이러한 사이드 프로젝트는 ‘딴짓’으로 치부하고 부정적 시선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조직원의 역량을 개발하고 회사의 본업에도 긍정적 선순환의 효과를 갖는다고 보고 오히려 이를 공식적으로 권장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렇듯 갓생살기는 진정한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고 확장하려는 사람들의 노력을 보여준다. 갓생살기를 통해 ‘본연의 나’를 발견하고자 하며, 각자의 개성을 살리는 ‘퍼스널 브랜딩(personal branding)’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갓생살기는 ‘인생은 같은 트랙 위를 뛰는 경주가 아니다’라는 관점을 가지고 있다. 다른 사람과의 획일화된 경쟁적 관점의 수평적 비교가 아니라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내가 얼마나 성장했는가를 확인하는 일에서 시작한다. 우리의 갓생은 무엇이고 과연 나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각자 점검해볼 때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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