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종욱 ㈜바핀파트너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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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수 대학들의 비전 및 중장기 전략체계 안에는 글로벌 전략에 대한 내용이 별도로 담겨 있다. 2000년대부터 대학 성장 전략의 한 축에는 국제화 전략이 포함돼 있었지만 당시에는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대학의 위기 상황을 피부로 실감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많은 대학들이 글로벌 전략으로 성장하는 데 방점을 뒀다면 지금은 생존을 목표로 유학생 유치에 집중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 안에는 대학의 철학도 부재하고, 전략적 의도(Grand Design)도 없고, 대학의 역량도 녹아있지 않다. 부연하자면 유학생을 수익원으로 보고 있으며, 유학생 모집조차도 대학의 역량이 아닌 유학원에 의존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대학의 파트너로서 모집기관이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비즈니스 관계로 얽혀있다보니 보상 여부에 따라 A대학에 들어올 예정인 유학생이 B대학에 입학하는 일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대학의 위기가 가속화되면서 필자는 대학 경영진과의 비즈니스 미팅이 많아졌다. 좀 거칠게 얘기하자면 대학의 관심은 2가지로 귀결된다. 하나는 어떻게 수익을 끌어올린 것인가, 또 하나는 비용을 어떻게 감소시킬 것인가로 유학생의 유치에 대한 관심이 모아진다. 

하지만 대학들이 간과해선 안 되는 문제가 있다. 그것은 “몇 년 동안 유학생 유치에 성공해도 중장기적으로 보면 현재의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가”를 따져봐야 한다는 점이다. 유학생 유치가 대학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자구책이 될 수 없다. 왜냐하면 한국 유학을 결심했거나, 혹은 한국 유학이 가능한 대상자를 두고 대학들은 또 다른 경쟁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까운 미래에 더욱 심화된 경쟁 속에서 제로섬 게임을 하게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비록 지금 여유가 없다 하더라도 대학의 글로벌 전략은 단기적 생존 전략이 아닌 중장기적 성장 전략에 포커스를 둬야 한다.     

컨설턴트로 그동안 몇몇 대학과 함께 성공 사례를 조언하고, 성공 케이스를 만들었던 경험을 살려 몇 가지 주제로 나눠 전략을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대학의 전략적 의도(grand design)이 명확해야 하고, 각 학과 단위 국제화 활동에 동참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단순히 유학생 유치에 머물러서는 안되고 어떻게 해외대학과 경쟁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대학 전체의 비전 및 중장기 전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산학협력 비전 및 중장기 전략을 따로 만드는가? 우리 대학의 국제화 전략은 따로 있었는가? 적어도 학과의 재원과 역량이 효율적으로 운영될 방향성이 제시되었는가 등을 따져봐야 한다. 

둘째, 대학의 브랜드가 약해도 학과 경쟁력으로 유학생을 유치할 수 있다. 얼마 전 회사로 찾아온 중국 파트너와의 미팅에서 대학이 아닌 학과 단위 협업 대학을 찾아달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요즘 부쩍 대학보다는 중국 학생들이 선호하는, 중국 사회 수요가 있는 학과를 소개해 달라는 이야기를 접했다. 그렇다면 대학의 국제화도 좋지만 우리 대학 내에서 어떤 학과가 더 국제화에 적합하고 역량이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국제인증이 가능한 학과는 유학생 유치 이전에 국제인증 프로그램 도입도 필요하다. 

셋째, 교원의 국제화는 당연히 필요하다. 내부 육성을 통한 확보도 좋지만, 필요 시 과정을 운영할 수 있는 전문가 그룹도 가까이 둬야 한다. 학생들의 국제화 프로그램보다 더 많은 교원 프로그램이 필요할 수 있다. 우리 대학의 교수학습지원센터 프로그램, 혹은 대학의 교수역량 모델에 글로벌 지수가 들어가 있는가? 측정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언어나 지식교류를 떠나 다양성 존중, 다문화, 다문화 사회정의 등도 대학의 국제화 역량을 설명할 수 있는 주요 성과지표가 된다. 

넷째, 보다 적극적이어야 한다. 해외 자매대학은 우리가 어려울 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교두보가 될 수 있는 적극적 협업 대상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다섯째, 적극적인 마인드가 필요하다. 믿을 수 있는 유학원과 협업하는 것은 분명 도움이 된다. 하지만 가령 중외합작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한 대학은 대학의 이미지 홍보 등에는 도움이 되었지만 재정적으로 도움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한다. 해외에 과정을 개설했는데, 재정적인 효과가 없다는 이러한 부분을 잘 따져봐야 한다. 

요즘 협업 대학을 찾는 파트너들도 QS, THE와 같은 세계대학평가와 관련된 조건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중국의 경우 대학원 유학 수요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경쟁력 있는 대학들이 유학생 유치는 물론 해외에 캠퍼스 혹은 학과 진출에 나서기 앞서, 우리 대학의 전문 영역을 찾고 역량을 집중해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 대학의 글로벌 전략의 요체는 국제화를 통해 도달하고자 하는 브랜드, 이미지, 성과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하고, 구성원의 공감을 우선적으로 얻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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