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일로(silo)에 갇힌 지금의 대학 구조로는 고등교육의 위기 극복 어려워… 새로운 대학 학사구조 혁신에서 위기 해법 찾아
글로컬대학 실행계획 수립 위해 대학 구성원 의견 수렴·소통과 협의 과정 거쳐…강원도 18개 시군·관련 기업과 긴밀 협력
6000명 학생, 80여 개 과목에 AI교육 솔루션 접목…AI 교수·조교·튜터 도입 등 과감한 맞춤형 AI 교육모델 구축
도헌학술원, AI 융합연구원, 의료바이오융합연구원 등 3대 융합클러스터 산하로 전 학문 분할 배치…‘벽 허물기’ 시도

최양희 한림대 총장은 “기존 교육 통념으로는 미래 고등교육을 선도할 수 없다”며 “살아남기 위한 인위적 구조조정이나 통폐합이 아니라 미래를 내다본 글로벌 선도대학으로 약진하는 성장모델을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한명섭 기자)
최양희 한림대 총장은 “기존 교육 통념으로는 미래 고등교육을 선도할 수 없다”며 “살아남기 위한 인위적 구조조정이나 통폐합이 아니라 미래를 내다본 글로벌 선도대학으로 약진하는 성장모델을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김한울 기자] 2021년 9월 제11대 한림대학교 총장으로 취임한 최양희 총장은 당시 취임식에서 대학 기반 제4세대 대학 모델인 ‘유니버시티 4.0’을 제안했다. 한림대가 사회변화의 중심에 서면서 울타리가 없이 누구나 쉽게 접근하는 열린 대학으로 만들기 위함이었다.

‘AI 전문가’로 통하는 최양희 총장 취임 직후 한림대는 변화를 거듭했다. 선진화된 AI 교육시스템을 구축하고 전 학문 분야를 3대 융합클러스터 산하로 분할 배치하는 등 미래지향적 교육을 추구하고 이에 대한 성과를 다수 거뒀다. 이런 혁신 움직임에 ‘글로컬대학30’ 예비 선정 15개 대학 중 하나로 선정됐다.

최양희 총장은 “대학을 대체할 수단이 급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의 과감한 혁신이 필요한 때”라며 “생존을 위한 혁신을 넘어 글로벌 교육을 선도할 핵심 교육 모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학 교육의 근본적인 혁신이 요구되는 시점에서 한국형 인공지능(AI) 대학 교육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오는 10월 말 발표 예정인 글로컬대학30 사업 최종 선정을 앞두고 한림대는 어떤 준비를 해왔는지와 그동안 한림대의 혁신과정, 본 사업 지정을 위한 앞으로의 계획과 각오 등에 대해 지난 21일 서면 인터뷰를 통해 들어봤다.

- 글로컬대학30 사업과 RISE 체제 등 고등교육 체계 변혁 속에서 한림대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글로컬대학30 사업과 RISE 체제의 성공은 대학 내부의 혁신, 교육의 혁신, 지역과의 통합이라는 세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을 때 가능하다. 현재 대부분 지역 소재 대학들과 달리 한림대는 능동적으로 3가지 혁신 이슈를 선도할 방안을 검토해왔다.

많은 지역대학들은 신입생 부족, 재정압박 등으로 인해 생존에 방점을 둔 전략을 선택하고 있다. 하지만 한림대는 새로운 접근 방식을 택했다. 살아남기 위한 인위적 구조조정이나 통폐합이 아니라 미래를 내다본 글로벌 선도대학으로 약진하는 성장모델을 추구했다.

한림대의 준비는 급변하는 미래의 고등교육환경에 최선인 새로운 대학 학사구조 혁신에서 출발한다. 기존 학과 중심, 교수 중심의 체제에서는 기득권에 막혀 미래가 요구하는 융합, 첨단 전공을 수용하기 어렵다. 이를 대단위 세 개의 융합클러스터를 신설하고 전공개설, 교원 인사, 연구 협력 전반을 큰 틀에서 관장하게 하려고 한다.

지역과의 협력은 기업 기술지원, 창업 단지 구축, 투자 활성화 등을 골자로 한다. 대학의 역량을 지역 기업에 맞춤형으로 투입할 최적의 거버넌스, 공간구성, 기술협력을 강원도 18개 시군과 긴밀히 구축 중이다.”

- 글로컬대학30 사업에 예비 지정됐다. 선정 비결은 무엇이라고 보나.
“전 세계 2만 5000개 대학 중 약 3%에 해당하는 800여 개 대학이 글로벌 고등교육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국내 34개의 대학 중 한림대는 지방 사립대의 선두주자로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현재 글로벌 고등교육은 여러 가지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와 사회 변화를 못 따라가는 딱딱한 대학 교육방식, 기업 내 재교육 등 고등교육의 대안 범람으로 인해 현재와 같은 사일로(silo·부서 이기주의) 구조의 대학으로는 10년 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같은 점을 고려해 글로컬대학30 사업을 준비하면서 타 대학과 크게 차별화된 전략으로 임했다. 우리 대학이 제출한 글로컬대학 예비제안서를 보면 생존을 위한 혁신이 아니라 글로벌 최고 혁신대학으로 성장하는 발전전략을 담았다.

다른 대학과는 다르게 미래를 대비한 글로벌 혁신대학 모델을 새롭게 제시한 점이 많은 공감과 호응을 받은 듯하다. 또한 이전부터 글로벌 수준의 대학 혁신을 꾸준히 수행하고 있었는데 글로컬대학30 사업을 계기로 이를 더욱 발전시켜 혁신을 완성하겠다는 목표 설정이 주효했다고 본다.”

- 글로컬대학30 사업 본지정을 앞두고 한림대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글로컬대학30 사업 본지정 준비과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선 예비제안서에 기술된 내용을 구체화하는 작업을 지난 수개월간 진행해 실현가능한 다수의 세부 사업이 구상됐다. 이는 학내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집단지성의 형태로 개발됐으며 강원도, 18개 시군, 관련 기업과도 상당한 부분 공유하는 과정을 거쳤다.

두 번째로 대학 구성원의 의견 수렴과 전폭적 지지를 위해 많은 소통과 협의의 과정이 있었다. 교수, 학생, 직원, 동문, 지역사회, 명예교수와 함께 설명회와 간담회를 진행했고, 웹사이트를 통한 소통도 확대했다. 대학 재단과의 소통도 매우 원만하게 진행됐다고 자평한다.

세 번째로 대학과 지자체의 협력을 통해 지역발전 견인을 목표로 지자체와 MOU를 체결하고 마이크로 캠퍼스 구축도 진척되고 있는 상황이다.”

- 글로컬대학 도약을 위해 전 분야에서의 AI 활용을 강조했다. 한림대의 AI 방향성이 궁금한데.
“한림대는 이미 6000명이 넘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AI 교육 솔루션을 80여 개 과목에 접목해 제공해왔다. 다만 생성형 AI의 출현으로 더욱 과감한 AI 교육모델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한림대는 △수준 높은 교육 △학생 맞춤형 교육 △새로운 전공·과목의 신속한 개설 등 AI 전면 도입을 추진할 것이다.

또한 생성형 AI 기반 교육시스템을 전문집단과 협업해 개발하고 이를 전면 적용하려고 한다. 수백 개의 과목에서 사람이 아닌 AI가 과목을 가르칠 것이다. 대부분 과목에서도 AI 조교, 튜터가 맞춤형 교육을 지원하게 될 것이다. 세계 최초로 대학 전체가 AI 대학으로 바뀌는 성공사례를 선보일 계획이다. 특히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AI 교수’를 수백 개 과목에 도입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는 대학 교육에 획기적인 변화를 불러올 것이며 대학 경쟁력을 훨씬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10년 뒤의 고등교육은 현재와 크게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AI를 적극 활용하지 못하는 대학은 도태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한림대는 AI를 고등교육에 잘 활용한 모델을 갖춘 대학을 꿈꾼다. 유연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므로 먼저 AI에 기반한 고등교육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안정시킨 뒤, 전 세계에 보급할 계획이다. 즉 AI를 교육의 중심 수단으로 놓고 고등교육을 재구성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한림대가 선보일 선진화된 AI 교육시스템은 글로벌 미래 혁신대학 솔루션으로 패키징해 전 세계에 보급할 계획이다. 이는 K-Pop, K-Food처럼 한국에서 만든 대학 시스템이 K-고등교육(K-University)로서 글로벌 고등교육의 레퍼런스로 자리잡을 수 있다고 본다.”

- 지난 1월 개원한 도헌학술원도 한림대 혁신 과정의 일부인가.
“그렇다. 1990년 국내 최고의 인문·사회 분야 싱크탱크를 목표로 설치된 한림과학원을 확대 개편한 도헌학술원은 글로벌 주요 이슈를 깊이 있게 다루는 심포지엄, 초청 강연, 좌담회, 간행물 발간 등 다양한 행사를 주관하고 있다.

한림대가 갖고 있는 학문 분야 허물기와 융합 계획에도 도헌학술원이 포함돼 있다. 또한 춘천 시민과 소통 증진을 위한 명사 특강 시리즈도 진행 중이며 시민, 학생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향후 도헌학술원은 인문, 사회, 경영, 미디어 분야의 글로벌 이슈를 분석하고 대처방안을 다각적으로 강구할 것이다.”

- 대학의 위기는 대학 자체의 폐쇄적 구조와 거버넌스에 있다고 분석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 교육 통념의 해체와 재조립을 언급했는데.
“대학 위기의 원인은 학령인구의 감소뿐만이 아니다. 20세기부터 학문이 분화하고 융합하면서 대학이 감당해야 할 분야가 계속 새로 등장하고 있다. 대학의 폐쇄적 구조와 거버넌스로는 이에 신속히 대응할 방법이 없다. 사일로(silo)화된 대학 교육, 연구 조직들이 기득권에 집착하면서 융합 전공 신설, 새로운 학위제도 도입 등 꼭 필요한 대학 혁신조차도 어렵게 하는 것이 작금의 대학 현실이다.

대학이 주춤하는 사이, 대학을 대체할 다양한 사교육 서비스가 범람하고 있으며 기업은 사내교육 플랫폼을 구축해 대학의 도움 없이 인재를 조달하고 있다. 대학보다 뛰어난 연구집단을 이제는 대기업, 스타트업에서도 흔히 만날 수 있는 것이 대학이 마주한 현실이다.

AI 연구를 이끄는 곳은 구글, 오픈AI, 바이두 등 모두 사기업이다. 새로운 교육모델로 주목받는 미네르바대학, 올린공대, 에꼴42도 사설 교육기관이다. 이들 앞에서 전 세계에 존재하는 수만 개의 기존 대학의 경쟁력이 날로 약화되고 있다. 이대로 둘 수는 없다. 기존 대학에 적용 가능한 새로운 대학 모델의 출현이 절실한 시기다. 한림대는 이를 계속 고민해 왔으며 앞으로 새로운 한림 모델을 구축해 나가고자 한다.

학과 중심의 폐쇄적 대학구조는 다양한 학문 간 협력과 혁신을 저해하고 경직된 공급자 중심의 교육 체계로 교육 수요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없다. 한림대가 글로벌 혁신대학이 되기 위해선 소규모 학과에서 폐쇄적 구조로 유지되던 기존 교육 기득권 해체부터 이뤄져야 했다. 이후 융합에 기반한 새로운 혁신 아래 글로벌 혁신대학으로 발돋움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는 기존 대학의 최대 병폐를 극복할 최선의 대안이며, 한림대는 세 개의 클러스터를 책임질 융합연구원들을 이미 신설해 재조립에 나서고 있다.

한림대는 전 학문 분야를 3대 융합클러스터(도헌학술원, AI 융합연구원, 의료바이오융합연구원) 산하로 분할 배치하고 클러스터 단위에서 산하의 교육·연구·산학을 종합적으로 결정한다. 교원 채용, 평가도 큰 단위에서 이뤄진다. 앞으로도 전임연구원, 산업체 겸임교원을 다수 채용해 클러스터의 연구경쟁력을 글로벌 수준으로 올릴 계획이다.”

- 취임 이후 줄곧 대학 혁신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펴왔다. 어떤 총장으로 기억되고 싶나.
“인터넷의 잠재력과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PC(개인용 컴퓨터)나 인터넷이라는 개념조차 생소한 1970년대부터 프랑스 국립정보통신대학(E.N.S.T)에서 전산학박사를 받고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근무하며 미래를 준비하고자 노력했다. 이제 이를 대학이 실천하고 옮길 때다. 제가 몸담은 한림대에서 미래를 준비한 총장으로 기억되고 싶다. 또 하나는 고등교육의 미래를 준비하는 최선의 방안을 고민했던 사람으로 기억됐으면 한다. AI 시대가 도래하며 대학의 근본적 변화가 요구되고 있는 상황에서 ‘The New Hallym’이라는 비전을 세워 새로운 대학을 준비하고자 노력했던 이로 기억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 최양희 총장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으며 한국과학기술원에서 전기 및 전자공학 석사, 1984년 ENST 프랑스국립정보통신대학 공학박사를 취득했다. 이후 2006년 한국정보과학회 회장을 시작으로 2009년 차세대융합기술원 원장과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초대 대학원장으로 재직했다.  2014년에는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을 역임했으며 이후로도 서울대 AI위원회 초대 위원장, 컴퓨터공학부 명예교수를 역임하며 AI와 정보통신 분야 전문가로 활동해왔다. 2021년 9월 한림대 제11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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