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확대, 의료 교육 통합 방향성 논의하는 토론회 열려
의료계-한의계, 기존면허자 유지·한의대 정원 등 관련해 여전한 입장차 보여
한의대 정원의 의대 전환, 의료일원화 찬성 대학 한 곳도 없어

의대정원 확대 논의가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면서 대안으로 ‘의료일원화’가 거듭 거론되고 있지만 의료계-한의계의 입장차는 여전한 것으로 보이고 있다. (사진=아이클릭아트)
의대정원 확대 논의가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면서 대안으로 ‘의료일원화’가 거듭 거론되고 있지만 의료계-한의계의 입장차는 여전한 것으로 보이고 있다. (사진=아이클릭아트)

[한국대학신문 임지연 기자] 의대정원 확대 논의가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면서 대안으로 ‘의료일원화’가 거듭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의대 10개 대학 정원 632명을 의대 정원으로 전환하거나, 의대와 한의대가 같이 있는 4개의 한의대 정원 300명을 의대로 전환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의료일원화를 화두로 삼은 의료계에서도 내부 반발도 심해 내홍으로 번질 조짐이 엿보이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 의대 정원을 활용한 의대 정원 확대와 의료 교육 통합에 대한 필요성과 방향성을 논의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현영 의원(더불어민주당) 주최로 21일 국회 의원회관 제4간담회실에서 진행된 토론회는 ‘의대-한의대 의료일원화: 의대정원 확대와 동시에 추진되어야’를 주제로 진행됐다.

토론회 패널로는 △이정근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 △이성우 고려대 안암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김장한 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 회장(울산의대 교수) △황만기 대한한의사협회 부회장 △백유상 경희대 한의과대학 교수 △정명수 원광대 한의과대학 부학장 △박준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서기관 등이 참석해 ‘한의대 정원의 의대 전환’과 ‘의료 교육 통합’에 관한 내용을 논의했다.

21일 국회 의원회관 제4간담회실에서 진행된 의대정원 연속토론 제3차 ‘의대-한의대 의료일원화: 의대정원 확대와 동시에 추진되어야’ 토론회 현장. (사진=신현영 의원실)
21일 국회 의원회관 제4간담회실에서 진행된 의대정원 연속토론 제3차 ‘의대-한의대 의료일원화: 의대정원 확대와 동시에 추진되어야’ 토론회 현장. (사진=신현영 의원실)

■ 기존면허자 유지, 한의대 폐지·축소 등 의견차 여전 = 이날 토론에 참여한 패널들은 ‘기존면허자 유지’와 ‘한의대 정원’ 등을 놓고 엇갈린 목소리를 내며 여전한 입장차를 보였다.

이정근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은 “그간 의료일원화 시도가 몇 번 있었지만 기존면허자 문제로 번번이 무산됐다”며 “기존 한의사는 의료일원화와 별개로 구분하고 은퇴 시기가 다가오면 자연스레 한의과가 없어지는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의료계와 정부는 2018년 의·한·정 협의체를 구성해 의료일원화에 대해 논의했으나, 복지부 중재안에 대해 각 단체 이견으로 의·한·정 협의체 운영 잠정 중단된 바 있다.

또한 ‘한의대 정원’과 관련해 이 부회장은 한의대·한의사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며 “대한의사협회의 의료일원화 논의에 대한 기본 입장은 한의과 대학과 한의사 제도의 폐지를 통한 의과교육일원화다. 국민건강과 생명에 필요한 치료분야의 기존 역할을 비교해 의사 1인당 한의사 인원수의 파악이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성우 고려대 안암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도 “의료일원화 논의 시 큰 걸림돌은 기존면허자”라며 “새로운 의료일원화 개념은 의대 교육으로 의사를 양성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미래에는 의대나 의학전문대학원 등에서 의사 면허를 배출하는 제도로 일원화하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김장한 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 회장도 “통합의사 배출 시 면허는 하나로 통일하는 것이 맞다”며 “다만 의료일원화로 교육 통합했다 하더라도 의대에서 의사와 한의사 면허를 부여하기는 어렵다. 교육을 하되 면허는 하나로 통일해야 하고 의사 면허로 통일돼야 한다”고 전했다.

반면 대한한의사협회는 한의대 폐지가 아닌 축소를 제시했다. 특정한 수련 기회를 보장하고 통합의학 면허시험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황만기 대한한의사협회 부회장은 “의사 이력의 교육·수련을 위해 최소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해 의대 정원 확대를 유일한 해결방안으로 보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의료는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며 “의대와 한의대가 함께 있는 대학에서 한의대 정원을 일부 감축해 의대 정원으로 이관하고 지방 공공의료 및 응급의료 부족 지역의 한의대를 의대로 전환하는 방법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백유상 경희대 한의대 원전학교실 교수는 “한의대 정원의 축소는 현재 한의학 교육 시스템을 붕괴시킬 가능성이 크다”며 한의대 정원 축소 자체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백 교수는 “현재 12개 한의과대학 중 몇몇을 제외하고는 규모가 작고 열악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고, 한의학교육평가원에서 제시하고 있는 최소한의 기준도 간신히 맞추는 대학이 많다”며 “이런 실정에서 정원의 축소는 그 대학의 존립을 위협할 것이 분명하다. 규모의 축소 자체가 교육 시스템을 붕괴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의대 정원을 줄여 의대로 전환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입장은 팽팽하게 갈렸다. 황 부회장은 “매우 필요하다”, 백 교수는 “정확한 데이터를 근거해 충분히 결과가 나오면 따라갈 수 있겠지만 아직 한의대 정원 감축을 결정할 단계는 아니”라고 답했기 때문이다.

박준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서기관은 “의료일원화는 이원화된 체계로 발생할 수 있는 직역 간 갈등 해소로 인해 소요되는 사회적 비용 등을 해소해야 한다”면서 “나아가 국민들에게 진일보한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한 방안 중 하나로 논의돼야 한다. 필요한 부분에서 역할을 충실히 다하겠다”고 말했다.

■ 전문가 의견 대립 속 교육 현장은? “한의대 정원의 의대 전환, 의료일원화 찬성 안 해” = 의료계-한의계 전문가들의 의료일원화에 대한 의견이 팽팽한 반면 교육 현장에서는 한의대 정원의 의대 전환, 의료일원화에 찬성하는 곳이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 의원이 20일 공개한 ‘한의대 정원의 의대 전환’과 ‘의료일원화’에 대한 한의대·의대 의견조회 결과에 따르면 경희대, 가천대, 원광대, 동국대, 부산대 등 의과대학과 한의과대학을 모두 갖춘 대학 10곳 중 한의대 정원의 의대 전환이나 의료일원화에 찬성하는 곳은 없었으며, 절반 이상이 반대하거나 응답 없이 ‘답변하기 곤란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만 원광대 의대와 부산대 의대/한의학전문대학원 등은 한의대 정원의 의대 전환에 대해, 원광대 한의대와 부산대 의대/한의학전문대학원 등은 의료일원화에 대해서 무조건 반대가 아닌 ‘정책적 결정’이나 ‘사회적 합의’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원광대 한의대의 경우, 의료일원화 선결요건에 대해 “교육통합이 우선”이라는 입장이었다.

과목 유사성에 대해서는 의대와 한의대가 상반된 의견을 보였다. 원광대 의대는 과목 유사성에 대해 “일부 기초과목을 제외하고는 임상은 환자나 질병에 대한 개념이 차이가 상당히 있는 것으로 여겨짐”이라고 답한 반면, 원광대 한의대는 “현재 일률적 비교는 힘든 실정이지만 자체평가 결과 약 70~80%의 과목 유사성이 있다”고 밝혔다.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은 과목 유사성에 대해 “현재 일률적 비교는 힘든 실정이지만 아래와 같은 참고문헌의 내용을 인용드린다”며 의료정책연구소 연구보고서(의대와 한의대의 통합을 통한 의료일원화 방안 연구. 2012. 연구책임자 경희대 윤태영 교수)를 인용해 답했다.

해당 보고서는 한의학과 의학의 과목 유사성이 있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보고서는 학습 목표의 일치도 측면에서, 한의계는 최소 67%에서 최대 87%까지 의학과 유사성이 있고, 한의학에서 교육하는 내용의 최대 50%에서 최소 25% 정도를 의대에서 교육하고 있다고 보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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