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대학가는 분주했다. 정부의 교육개혁이 예상보다 속도감 있게 추진됐고, 정책변화 스윙 폭도 컸다. 윤석열 정부는 노동·교육·연금 개혁을 3대 핵심 과제로 내걸었다. 이 중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인 곳이 교육개혁 분야다.

교육부는 2023년을 ‘국민 눈높이에 맞는 교육개혁의 원년’으로 선포한 바 있다. 학생, 가정, 지역, 산업·사회 맞춤형 4대 개혁 분야와 이에 따른 10대 핵심 정책을 발표했다. ‘수평적 협력 파트너십’을 통한 소통도 강조했다.

2022년 말부터 시작된 대학의 자율적 운영을 확대하기 위한 규제개혁과 평가체제 개편이 2023년에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한마디로 ‘규제혁신 종합선물세트’가 마련된 느낌이다. ‘대학설립·운영 4대 요건(교지, 교사, 교원, 수익용기본재산) 전면개편’을 비롯해 2024학년도 정원 조정 기준 개선 등이 이뤄졌다.

2023년 상반기에는 ‘학위과정의 연계운영확대’, ‘계약학과 설치권역 확대’, ‘학교 범위 재산처분 허용 범위 확대’ 등이 이뤄졌고, 하반기에는 ‘대학교지 기준면적 폐지’, ‘대학의 교사·교지 소유원칙 완화’, ‘대학의 위치변경 완화’, ‘원격수업 운영범위 확대’ 등이 이뤄졌다. 더불어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 도입(23.1월)으로 고등교육 재정 확충 노력을 기울인 한 해였다.

그러나 규제 완화와 일부 재정확보로 대학의 어려움이 모두 해소된 것은 아니다. 학령인구 감소와 지역소멸 위기는 여전히 큰 압박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밖으로는 국제사회의 안정성이 흔들리고 경제 전망 또한 어느 때보다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대학의 X, Y 좌표를 정하고 나가야 하는데 길은 멀고 험하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정부는 대학지원사업으로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 Regional Innovation System&Education·RISE, 이하 라이즈)’와 ‘글로컬대학30’ 을 대표적인 신규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역과 대학의 동반성장을 통한 ‘지방시대’를 활짝 열어간다는 것인데, 어떤 성과를 낼지 주목된다. 대학 현장에서는 급격한 정부 정책변화에 기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자칫 정책이 의도한 바는 거두지 못하면서 혼선만 일으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중앙에서 관장해온 대학 행·재정 지원 권한 중 일부를 광역 지방자치단체로 이양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RIS 사업에 일부 시현(示顯)되고 있지만 대부분 대학에는 전혀 생소한 접근방식이다. 이전에 추진됐던 지방대학 육성을 위한 대학지원사업이 막대한 재정을 투여하고도 소기의 성과를 거두는 데 실패한 것과 다르게 이번에는 다를지 귀추가 주목된다.

우리나라 대학정책은 정권이 바뀜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요동쳤다. 특히 대학지원사업은 그 조급함과 즉흥성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었다. 정책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연속성이 있어야 하는데, 대학지원정책에 있어서만큼은 예외인 것처럼 연속성을 발견하기 힘들다. 그러니 성과는커녕 부작용만 양산한 주범이 됐다.

‘단군 이래 최대 대학지원사업’으로 불렸던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 사업이 대표적 사례다. 이 사업은 2015년 12월 29일 사업 기본계획 확정, 2016년 3월 31일 신청 마감, 4월 말 최종 선정되며 초스피드로 이뤄졌다. 학과 개편, 정원 조정, 교육과정 혁신 등 대학의 전반적인 구조개혁과 체질개선에 주어진 준비 시간은 단 3개월에 불과했다. 이 사업은 사회수요 맞춤형 대학으로의 전환에 대한 일부 성과도 있었지만 이로 인해 야기된 폐해와 부작용도 컸다. 라이즈, 글로컬대학30 사업 추진팀이 귀담아들어야 할 대목이다.

2024년 새해, 대학가의 기상도는 흐림 일색이다. 부정적 징후가 농후하고 불확실성 또한 가시지 않고 있다. 4월에는 국회의원 선거가 예정돼 있다. 분위기상 고등교육 이슈가 핵심 쟁점이 될 가능성은 낮다.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대학인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적실성 있는 고등교육정책을 제안하고 정치권을 견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책의 수혜 대상이 아닌 정책 발굴의 주체로서 집단지성의 힘을 발휘해야 한다. 위기와 도전에 당당히 대응하는 대학의 모습이 필요한 시점이다.

2024년 갑진년(甲辰年) 청룡의 해이다. 용의 해 중에서도 갑진년은 청룡, 즉 푸른 용의 기운이 가득한 해를 일컫는다. 청룡의 푸른 기상이 우리 고등교육계에 상승 기운을 가져오기 바란다. 2024년 한 해 모든 대학인들의 건승과 발전을 기원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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