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산정리금 지급 여부, 정부의 노력에도 여·야 간 이견으로 회기 만료 폐기 우려
한국사학진흥재단, 사립대학 구조개선 전담 ‘대학경영진단원’ 출범

지난해 9월 22일 열린 ‘사립대학 구조개선법 제정을 위한 국회 정책 토론회’ 현장. (사진=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임지연 기자] 학령인구 급감, 등록금 동결 등 경영 위기로 인한 폐교 증가가 가시화되고 있으나 해산정리금 지급 여부를 두고 여·야 간 이견으로 ‘사학구조개선법’ 제정은 안개 속에 싸여있다. 여야가 합의를 위하여 노력하고, 정부도 법 제정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고 있으나 회기 만료에 따라 폐기 수순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폐교대학 청산 지연에 따른 사회적 문제 심각…대학 구조개선 뒷받침할 법안 부재 = 지난 4일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이하 법안소위)에서 ‘사립대학 구조개선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하 사학구조개선법)의 상정이 불발됐다. 법안 심사를 위한 2월 임시회의 개최 여부가 미정인 상황에서 사실상 이번 회기의 마지막 기회조차 놓친 것이다.

현재 21대 국회에서 계류 중인 사학구조개선법은 여·야 의원 4인(이태규‧강득구·정경희‧문정복)이 발의한 4건으로, 제22대 국회 구성 전까지 약 100일 정도 처리 기한이 남아있다. 최초 법안 발의는 2022년 9월 30일 이태규 의원이 발의했으며, 이후 약 490일이 흘렀다.

국회에서 법안 심사의 공회전이 진행되는 동안 경남 진주에 소재한 ‘한국국제대’(이하 국제대)는 지난해 8월 31일 법원의 파산선고를 받고 폐교됐다. 2017학년도에는 신입생 충원율이 99.2%으로 정원에 육박했던 국제대는 5년간 신입생 충원율이 급감하면서 2022학년도에는 신입생 충원율이 14.2%까지 떨어졌다. 폐교될 당시에는 36개 전공학과에 570명 학생이 다니고 있었으며, 현재 임금체불액이 200억 원에 육박하는 등 보유재산 매각과 채무 정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 이후 총 21개의 사립대학이 폐교됐으나, 학교법인의 해산 이후 원활한 재산관계의 정리·분배 과정인 청산이 완료된 곳은 단 1곳(경북외국어대학교)에 불과하다. 청산이 지연됨에 따라 발생되는 사회적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으며, 구성원과 지역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폐교 이후 조속한 청산이 가능하도록 전담기관의 임‧직원을 청산인으로 선임할 수 있도록 하고, 학교법인의 해‧청산 지원을 명문화 한 ‘사학구조개선법’의 제정이 절실한 이유다.

대학 구조개선을 위한 정책은 이번 정부만의 화두는 아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국공립대학에 대한 구조조정을 시작으로 이명박 정부에서 본격적으로 정부 주도의 대학 구조조정 정책을 시행했다. 박근혜 정부에 들어서는 ‘대학구조개혁평가’를 시행해 본격적으로 대학에 등급을 부여, 재정지원과 연계하는 방안으로 관리했고, 문재인 정부까지 그 기조가 유지됐다.

정부 정책에 맞춰 국회에서도 매 회기, 대학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안을 제정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2010년 김선동 의원이 대표발의한 ‘사립대학 구조개선의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그 시초다. 이후 여야를 막론하고 약 10년간 계류된 법안을 포함해 총 9개의 관련 법안이 발의했다. 다만 모든 법안은 회기 만료로 폐기돼 현재까지 대학의 구조개선을 뒷받침할 법안은 부재한 상황이다.

■ ‘해산정리금’ 정당성 갖추려면 학교법인 구성원 보호, 학교 운영 기여 등 종합 판단해 지급하는 방안 검토 필요 =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사학구조개선법’은 매년 사립대학이 제출하는 결산 및 공시자료를 활용해 대학의 재정 여력을 진단하고, 재정 악화에 따른 경영 위기가 예견되는 대학의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각종 방안과 특례를 담고 있다.

특히 대학이 폐교할 경우 구성원 피해의 최소화를 위해 ‘재학생 및 교직원 보호’ 조치에 대해 명문화하고 있으며, 한국사학진흥재단(이하 사학진흥재단)을 전담 기구로 지정해 그 실행력을 담보하고 있다.

사학진흥재단은 ‘사학구조개선법’ 제정에 대비하여 올해 사립대학 구조개선 지원 사업 추진을 위한 ‘대학경영진단원’을 출범했고, 산하에 ‘대학구조개선센터’와 ‘폐교대학지원센터’를 두어 대학 체질 개선부터 청산까지 전문성을 보유한 인력이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준비를 갖춰놓은 상태다.

‘사학구조개선법’ 제정에 있어 여야 모두 고등교육 생태계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구조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공감하나, 사학법인을 바라보는 관점이 상이하고 ‘해산정리금’에 대한 이견이 존재한다. 실제 야당 내에서 경영 비리로 인한 재정난을 야기한 사학에게 해산정리금을 지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일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학령인구 위기에 따른 대학 구조개선이 필요하다는 공감대 속에 현재 여야 의원 모두 ‘해산정리금’ 지급을 내용으로 하는 법안을 발의한 상황이다. 정경희 의원은 귀속재산의 100분의 30 이내의 범위에서 잔여재산 처분계획서가 정한 자에게 ‘해산정리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했으며, 문정복 의원은 학교법인이 재정적 보전을 필요로 하는 시정요구에 응하지 않은 경우 ‘해산정리금’을 지급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고, 그 범위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위와 같이 법안이 제정된 취지를 존중해 여야는 이견이 있던 ‘해산정리금’에 대해서는 합의를 위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으며, 교육부도 야당의 지적을 반영해 ‘해산정리금’이 정당성을 갖추고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산정리금’ 지급 시 학교법인의 구성원 보호 노력, 학교운영에 대한 기여 정도, 시정요구 이행노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해산정리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 외에도, 교육부는 ‘해산정리금’을 지급하기 전 관할청의 철저한 조사와 감사가 필요한 것으로 대안을 마련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전해졌으나, 회기 내 법 제정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올해부터 대학 평가체제 개편이 본격화되면서 일방적으로 사립대학의 체질 개선을 요구할 수는 없으며, 사립대학 구조개선은 더 이상 미룰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골든타임을 놓치기 전에 ‘사학구조개선법’의 제정을 통한 체계적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우남규 대학경영진단원장은 “그간 여러차례 공청회, 토론회를 거치며 사학구조개선법에 대해 많은 논의와 의견을 수렴함으로써 여러 쟁점이 정리되는 등의 노력과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면서 “현재 대학은 학령인구 감소, 운영손익의 급감 등으로 인해 경영위기로 치닫는 속도가 매우 빠르고, 폐교에 대한 체계적 대응과 관리 능력 없이 해산과 청산으로 내몰릴 수 밖에 없는 현실이기에, 이번 21대 국회에서는 ‘선제적 구조개선 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의 마련’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되길 간곡히 바란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