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대, 학령인구 감소로 ‘성인학습자’ 주목…교육 현장은 ‘디지털 대전환기’
디지털요원, 메타버스 사전교육 등 성인학습자 ‘디지털 문해력’ 강화 나서
“고등직업교육서 ‘직무 연계’ 디지털 소양 필요…기초 문해교육 단계 넘어야”
[한국대학신문 주지영 기자] “그동안 과제물 출력을 딸이 해줬는데 이제는 혼자 할 수 있어요. 잘 잊어버리지만 계속 반복해야죠. 느리더라도 차근차근 배우면 우리도 할 수 있어요.”
오산대 사회복지상담과에 다니고 있는 A씨(65)는 지난해 혼자만의 힘으로 과제물을 출력했다. 취업설명회, 봉사활동 등 비교과 프로그램도 직접 신청해 다녀왔다. 같은 과에 재학하고 있는 B씨(24)의 도움으로 컴퓨터, 스마트폰과 친숙해지는 연습을 반복한 결과다.
1일 교육계에 따르면 4차산업혁명 시대가 오면서 교육 현장도 디지털 대전환기를 맞이했다. 기존의 학습관리시스템(Learning Management System, LMS)뿐만 아니라 메타버스(Metaverse), 인공지능(AI), 챗(chat)GPT까지 더해졌다. 이 가운데 디지털 기기에 취약한 중·장년층 성인학습자가 전문대를 찾는 경우는 늘고 있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전문대 전체 입학생 중 25세 이상 신입생 비율은 10%에서 23%까지 꾸준히 증가했다. 지난해 50세 이상 신입생은 성인학습자 전체 비율(23%)의 8.1%를 차지했다. 40대까지 더하면 13.4%로 성인학습자 절반 이상이 중·장년층인 셈이다.
이에 전문대는 디지털 기기에 취약한 성인학습자들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기초 교육부터 멘토링 같은 눈높이 교육까지 디지털 환경에 취약한 이들의 대학 생활 적응을 돕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성인학습자가 새로운 입학자원으로 주목받는 만큼 이같은 노력은 전문대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 성인학습자 학교생활 길잡이 ‘디지털 요원’ 등장 = 오산대는 디지털 학습 격차를 줄이기 위해 ‘디지털 요원’을 배치했다. 디지털 요원은 20대 재학생들로 구성됐다. 요원 1명당 최대 5명의 성인학습자가 매칭돼 한 팀을 이룬다. 여러 대학에서 진행하는 ‘학습 멘토링’ 프로그램을 성인학습자 맞춤으로 기획한 셈이다.
‘디지털 요원’ 프로그램은 팀별 학습 내용이 다르다는 점이 특징이다. 학습자가 궁금해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교육 내용을 구성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한글 문서 작성, PPT 자료 만들기, LMS 강의 수강 방법, 과제 제출 방법, 인터넷 검색 방법 등 학습에 필요한 기초 디지털 기기 활용법을 배운다. 디지털 요원으로 활동한 C씨(23)는 “공용컴퓨터실에서 컴퓨터 켜는 방법과 학교포털 사이트 검색 방법 등을 알려드렸다”며 “컴퓨터 사용법이 익숙하지 않아 배우는 데 시간이 걸렸으나 포기하지 않고 끈기있게 배웠다”고 전했다.
카카오톡, 키오스크 사용법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내용도 공부한다. 비교과 프로그램 마일리지 제도, 동아리 활동 신청 방법을 배우기도 한다. 디지털 요원에게 비교과 프로그램 신청 방법을 배운 D씨(60)는 직접 비교과 프로그램 신청 후 박람회, 취업설명회 등을 다녀왔다.
오산대 ‘디지털 요원’ 프로그램은 2023학년도에 도입됐다. 사회복지학과, 평생학습학과 총 2개 학과에서 참여했다. 지난해 총 48명의 재학생이 10팀으로 나눠져 활동했다. 수료 학생은 총 31명으로 참여 학생 대비 81.6%의 수료율을 기록했다. 요원으로 활동한 재학생들에게는 수료 시 교내 장학금을 지급했다. 오산대는 향후 성인학습자를 대상으로 하는 안내 책자를 제작해 ‘성인학습자 대상 오리엔테이션’을 실시할 계획이다.
■ 성인학습자 메타버스 수업 사례도…“사전교육으로 자신감 키워” = 사전교육으로 메타버스 기반 수업에서 중·장년층 성인학습자 참여를 이끈 사례도 있다. 아바타 조작 방법, 사진찍기, 채팅, 음성 참여 등 메타버스 플랫폼의 기본 기능을 배울 수 있도록 비교과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이다.
동아보건대 레저조경전공은 ‘메타버시티 잔디교육’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총 2회차에 걸쳐 ‘메타버스 플랫폼 사전교육’을 실시했다. 메타버시티(Metaversity)는 메타버스(Metaverse)와 대학(University)을 결합한 플랫폼이다.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에서 개발 중이다. 메타버시티에는 학회 회원 대학이 행성으로 구현돼 있다.
사전교육에서는 메타버시티 다운로드 방법, 가입 방법, 캐릭터 생성·이동 방법 등의 내용을 다뤘다. 또한 온라인 콘텐츠에 유독 취약한 성인학습자를 선별해 타자연습, 인터넷 검색 방법, 다운로드 경로 등의 기초학습도 더했다. 메타버스 사전교육으로 메타버스뿐만 아니라 디지털 기에 익숙해지도록 지원했다.
레저조경전공 성인학습자 E씨는 “사전교육에서 다운로드 방법부터 조작 방법을 배워 자신감을 얻었다”며 “본 수업도 메타버스로 수강해 훨씬 젊어진 기분을 느꼈다. 기존의 인터넷강의와 다르게 직접 조작하고 다양한 현장 사진을 볼 수 있어 대면 수업보다 흥미로웠다”고 소감을 전했다.
동아보건대는 향후 메타버시티 기반 수업에서 사전교육을 더욱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동아보건대 관계자는 “메타버스 플랫폼 다운로드를 미리 진행하고 다운로드 방법을 담은 상세 매뉴얼도 제작할 계획”이라며 “디지털 기기에 취약한 성인학습자를 대상으로 일대일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관련 인원을 증원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일대다 형태의 강의식 교육뿐만 아니라 학과 자체에서 교수, 조교가 지도하는 일대일 교육도 있다. 동원과기대 스포츠재활운동학부는 재학생 평균연령이 70세 이상인 점을 고려해 원격수업 시작 전 대면 수업으로 LMS 사용 방법을 실습했다. 대면 수업 후에도 LMS 사용을 어려워하는 학생들은 개인지도도 더했다.
조영갑 스포츠재활운동학부 교수는 “처음 원격수업을 진행할 때도 만학도 학생들의 문의가 많았다”며 “성인학습자의 경우 여러 번 반복해서 교육해야 한다. 학과 자체에서 시간을 내서 교육하는 건 쉽지 않다. 대학 자체적으로 디지털 기초 문해교육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 “고등직업교육서 ‘직무별 맞춤’ 디지털 소양 키워야” = 교육계에서는 앞으로 성인학습자가 본인 직무에 필요한 디지털 능력에 맞춰 교육 내용을 직접 선택하는 수준까지 발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직무, 직업 특성에 맞는 디지털 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대부분의 전문대 디지털 문해교육은 기초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강문상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장은 “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키오스크 사용법처럼 기본적인 디지털 문해교육은 필요하다”며 “다만 성공적인 고등직업교육 디지털 전환을 위해 ‘직업·직무별 맞춤형 디지털 교육’이 필요하다. 성인학습자가 스스로 본인 직무에 맞는 디지털 역량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필요한 수업을 선택해 들을 수 있는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강문상 회장은 이어 “미래에는 디지털 교육이 ‘진로 설계 전문가’와 ‘AI 전문가’가 함께 진행해야 한다”며 “직무 발전 방향을 진로 설계 전문가가 해준다면 AI 전문가는 해당 직무에 필요한 디지털 소양을 분석해주는 형태다. 두 가지 영역을 융합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