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교육위원회, ‘미래교육의 비전과 방향’ 주제 2024년 제1차 심층토론회 개최
손동현 성대 명예교수, 대학의 전공중심교육 한계 지적…기초학문·교양교육 정상화 및 강화 제시
지정·자유토론 통해 미래교육 비전과 방향의 기저 마련하는 심도있는 논의 진행

서울여대 학생들이 수업을 진행 중인 모습. (사진=한국대학신문DB)
학생들이 수업을 진행 중인 모습. (사진=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임지연 기자] 미래의 대학교육은 융합적 사고를 키울 수 있는 교육으로 진행해야 하며, 지금의 ‘전공분립교육’은 창의 융합 교육을 하기에 적합하지 않으므로 ‘University College’(학부대학) ‘Liberal Arts College’(자유학예대학)와 같은 무전공 체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달 26일 국가교육위원회가 ‘미래교육의 비전과 방향’을 주제로 개최한 2024년도 제1차 심층토론회에서 손동현 성균관대 명예교수(우송대 석좌교수)는 기조발제를 통해 “앞으로의 대학교육은 융합적 사고를 키울 수 있는 교육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기존의 ‘전공분립 교육’을 벗어나 무전공 체제를 확대해야 하며, 창의·융합적 사고 양성 및 기초학문·교양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 교수에 따르면, 융합·창의 교육은 다양하고 이질적인 지식을 재구성·융합해 문제해결능력을 제공하는 ‘창의성 함양 교육’을 의미한다. 특히 융합·창의 교육은 ICT·인공지능(AI) 등 디지털 기술로 정보화 사회 통합이 이뤄지면서 스마트폰처럼 기술·산업이 융복합한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시대 변화에 따른 필연적으로 요구된다는 분석이다.

이에 손 교수는 기초학문 중심의 학술교육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교육구조로 학사과정에서는 학생을 전공학과에 전속시키지 않고 기초학문 분야에서 여러 학문을 다양하고 균형 있게 교육받게 하는 미국식 무전공의 ‘University College’(학부대학) 또는 ‘Liberal Arts College’(자유학예대학) 같은 교육기구를 제시했다. 대학 안에 인문학-기초사회과학-기초자연과학을 망라하는 학문분야 학과들로 구성된 ‘자유학예대학’을 설치하고, 이를 가능케 하는 교육과정을 편성하자는 것이다.

손 교수는 기초학문·교양교육 강화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산업화·분업화에 따라 전공 중심의 전공분립 교육이 진행돼 왔으나, 이는 지적 시야를 협소화시켜 기초학문의 폐과와 연구·교육 저조 등 결과를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손 교수는 “현재 한국의 대학교육은 전공교육과 교양교육으로 이뤄지는데, 현실적으로 교양교육은 그 본래의 목적에서 크게 벗어나 소홀히 다뤄지고 있고, 전공교육은 학과 단위로 분립(分立)된 양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대학교육에서 이런 교육현실이 그대로 견지된다면 ‘디지털 혁명’이 불러온 신문명의 도전에 대학은 제대로 응전하지 못한 채 한국을 선진국의 대열에 올려놓지 못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융합-창의교육이 실현되지 않고서도 지적 수월성을 갖춘 차세대를 양성하기는 어렵다”며 “기초학문의 진흥을 통해 자립적인 지식생태계를 구축함으로써만 연구와 교육이 상호 상승하는 가운데 창의성이 문화 전반을 선진화시키는 시대적 과업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손 교수는 새 시대에 새롭게 요구되는 지적 능력으로 △비판적 사고 △창의적 사고 △문제해결능력 △의사소통 △종합적 사고 △정서적 감응 및 합리적 협동 등을 제시했다. 이를 위한 대학교육의 혁신 과제로는 △교육과정의 성층화 △학사조직 재구조화 △기초학문교육 회복을 통한 융합·창의 교육 재정립 △‘자유학예대학’ 복원 등이 제시됐다.

이에 배상훈 성균관대 교수는 “교양교육의 활성화를 위해 학과, 학업트랙, 신입생 모집단위를 달리하는 혁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매우 설득력 있는 방안이나 교수 사회에서 팽배한 학과 중심주의와 학과 존립 근거를 학생에서 찾는 전통적인 관념의 극복이 선결돼야 한다”며 “자유학예대학의 설치 주장도 직업기술역량 함양을 대학교육의 주된 목적으로 생각하는 견해 또는 전통을 극복해야 가능할 것”이라고 첨언했다.

또한 배 교수는 “오늘날 우리 고등교육이 가진 가장 큰 문제의 하나는 초중등교육과 고등교육의 단절, 교육 활동과 직업 세계가 요구하는 역량의 분리라고 할 수 있다”며 “대학에서 교양교육의 확대나 활성화를 논하려면 초중등교육에서 담당할 교양교육, 기초교육, 자유학예적 성격의 교육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밝힐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6일 국가교육위원회가 ‘미래교육의 비전과 방향’을 주제로 개최한 2024년도 제1차 심층토론회에서 손동현 성균관대 명예교수(우송대 석좌교수)가 기조발제를 하고 있다. (사진=국가교육위원회 제공)
지난달 26일 국가교육위원회가 ‘미래교육의 비전과 방향’을 주제로 개최한 2024년도 제1차 심층토론회에서 손동현 성균관대 명예교수(우송대 석좌교수)가 기조발제를 하고 있다. (사진=국가교육위원회 제공)

■ 미래의 대학교육 방향 제시하는 교육 전문가들의 제언 쏟아져 = 이날 심층토론회에서는 학생설계전공, 존중의 교육, 공정한 기회를 담보하는 교육, 학교·교사의 보상과 책무성 강화 등 미래 대학교육의 방향을 제시하는 교육 전문가들의 다양한 제언도 이어졌다.

기조발제 후 김창수 중앙대 전 총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된 자유토론에서 김원중 단국대 교수(한문학과)는 “탁월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각 분야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인문학적 교양의 함양이 전제돼야 하며, 이를 실현할 수 있도록 대학의 전공-교양교육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며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인재를 키우기 위해 우리나라 교육의 방향이 다양한 학문 분야를 융합하는 유연한 교육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학습자 주도의 ‘학생설계전공’을 제시했다. 학생설계전공은 기존의 학제와 학과별 교육과정에 만족하지 않아 스스로 자신의 진로를 개척하는 방법을 선택하는 제도다.

김 교수는 “학생설계전공은 학생들이 여러 전공에 걸친 다양한 시각으로 어느 한 분야에만 해당하는 지식이 아니라 학문 간 융합, 통섭을 자연스럽게 실천할 가능성을 제공할 수 있다”며 “여러 전공을 융합적으로 공부하고 싶다는 학문적 호기심 충족과 진로가 명확하지 않은 학생도 전공 공부를 해나가면서 자연스럽게 진로를 정하고 학생설계전공을 진로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활용하는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고 전했다.

황준성 한국교육개발원 본부장은 한국교육의 미래 비전과 ‘홍익인간’의 의미와 가치를 제시 “교육뉴노멀에서 지향하는 정의로운 교육결과는 기존과 같은 국가중심적, 획일적 관점에서의 최소 기준 또는 평균 기준이 아니라 개개인의 능력과 적성의 차가 고려된 ‘만족 기준’에 입각하게 될 것이며 또 그렇게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것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존중의 교육’이 자리를 잡아야 한다. 현재의 모습, 미래의 변화에 대한 존중, 같음과 다름에 대한 존중, 나 자신과 우리라는 국가・사회 및 인류에 대한 존중을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조장옥 서강대 명예교수(경제학과)는 혁신인재 양성을 위한 다양한 교육, 공정 기회를 담보하는 교육 및 학교·교사의 보상과 책무성 강화를 제안했다.

조 교수는 “공정한 교육기회가 주어지지 못하는 것은 초・중・고등 교육에 존재하는 공교육과 사교육의 이중성 때문”이라며 “사교육이 이처럼 범람할 정도로 공교육이 문제라면 과감하게 공교육을 수정해 사교육을 공교육으로 끌어들이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조 교수는 “보상체계의 마련은 교육의 효율성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라며 “학교와 교사의 책무성 또한 분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 교육은 근본적으로 어려운 과정이기 때문에 교권 또한 확고하게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배용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은 “디지털 대전환의 시대에 융합적 사고가 중요하고, 융합·창의 교육의 방법으로 대학의 기초 교양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한다며, 초중등교육에서도 융합·창의 교육이 연계되고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모색해야 할 것”이라며 “이번 심층토론회를 통해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교육의 모습을 함께 그려보고, 그에 따른 교육의 내용과 방법에 대한 폭넓은 논의와 소통을 통해 미래교육 비전과 방향의 기저를 함께 마련하는 시간이 됐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국교위는 지난해 네 차례의 대토론회에 이어, 올해 2월에도 대토론회(주제: 대전환의 시대 우리 교육의 길)를 개최해 디지털 대전환, 저출생 고령화 등 미래사회와 교육의 변화를 넓게 전망하며, 우리나라 미래교육의 방향을 탐색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노력을 지속해오고 있다.

이배용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이 환영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국가교육위원회 제공)
이배용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이 환영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국가교육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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