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개혁 이끈 장본인

이명박 대통령이 3일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을 국무총리로 지명함과 동시에 6개 부처에 대한 개각을 단행한 가운데 이 대통령 집권 2기를 이끌어갈 정 총리 후보자에 대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정 총리 후보자는 서울대 총장 시절에는 서울대 개혁을 이끈 장본인으로 2007년 대선 당시에는 범여권 후보 1순위로 거론되는 등 대학가 안팎에서 성공가도를 달려온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서울대 개혁 주도=정 총리 후보자는 서울대 총장을 역임할 당시 확고한 원칙과 추진력을 바탕으로 서울대의 개혁을 이끌어냈다. 청와대가 정 총리 후보자의 인선 배경으로 "서울대 총장을 지낸 국내 대표적인 경제학자로서 학회장과 총장 재임시 뛰어난 조직관리 성과를 보여줬다"고 밝힌 이유는 이 때문이다.

실제 정 총리 후보자는 2002년 서울대 개교 56주년 기념식에서 △기초교육 강화로 창의적 인재 양성 △다양한 배경 가진 학생 선발 △민주적 의사결정구조 정비 △사회 정의를 위한 감시자 역할 등 교육개혁의 방향을 제시하며 향후 서울대 개혁의 로드맵을 제시했다.

당시 정 총리 후보자는“서울대가 최근 연구의 중요성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교육이라는 또 다른 핵심 축을 소홀히 했다"며 "서울대라는 이름에 걸맞는 수준높고 내실있는 교육을 실시하기 위해 기초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교육지원 체제를 획기적으로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정 총리 후보자는 대학의 '슬림화'와 '전문화'를 강조하며 구조조정을 추진, 서울대의 2005학년도 학사과정 입학정원을 전년도보다 16.1% 줄인 3천260명으로 정한 바 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경영대 등 일부 단과대와 마찰을 빚기도 했지만 정 총리 후보자는 '서울대 정원은 3천명선이 적정수준'이라는 평소 지론대로 구조조정을 성사시켰다.

서울대의 오랜 논쟁 중 하나였던 김민수 서울대 교수의 복직도 정 총리 후보자의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2005년 서울대는 김민수 교수에 대한 복직인사위원회를 열고 김 교수의 복직을 가결시켰으며 그 배경에는 정 총리 후보자의 역할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대학 자율화·3불 재고 주장=정 총리 후보자는 총장 재임 시절은 물론 총장직에서 퇴임한 후에도 대학 자율화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다. 이 같은 측면에서 대학 자율화를 기조로 한 MB 정부와는 찰떡궁합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정 총리 후보자는 서울대 총장 시절인 2005년 교직원을 상대로 한 특강에서 "정부의 제약이 많은 것이 사실인만큼 3불정책 가운데 적어도 한두개 정도는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같은 해 가진 서울대 제59주년 개교기념식에서는 "자율성은 대학 존립의 으뜸원칙인데 안타깝게도 대학의 자율성은 허울조차 남아있지 않다. 창의적 인재를 선발하고자 하는 대학인의 노력을 정책으로 묶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 총리 후보자는 서울대 총장을 퇴임한 2007년 덕성여대에서 가진 특강에서도 "우리교육에 다양성을 높이는 일이 가장 시급한데 초등학교에서 대학에 이르기까지 정부의 통제는 너무나도 많다"며 "정부는 대학을 간섭하고 앞길을 가로막는 것이 아니라 뒤에서 도와주는 새로운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 총리 후보자의 서울대 총장 시절 3불 재고 발언은 교육시민단체들의 강한 반발을 초래, 사죄 요구에까지 이르는 등 파장이 거셌다.

■구조조정 강조=정 총리 후보자는 대학자율화를 일관되게 주장해온 것처럼 대학 구조조정에 대해서도 일관된 모습을 보여왔다. 이에 따라 정 총리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하고 총리직을 수행할 경우 MB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 드라이브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관련 정 총리 후보자는 2008년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불확실성과 한국의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을 주제로 한 강연을 통해 "40년 내내 이어진 열성적이고 성장지상주의적인 사고방식은 한국인들의 마음속에 크기와 외양, 규모에 대한 불건전한 집착을 심어줬다. 규모에 대한 집착은 교육에도 파급돼 1970년 8.4%에 불과하던 대학진학률은 2001년에는 84%로 뛰어 올랐다"며 한국 대학들의 구조조정 필요성을 시사했다.

■대권후보로도 각광=정 총리 후보자는 2007년 대선에서 범여권 후보 1순위로 거론될 정도로 정치적·사회적 신망이 두터웠다.

이는 정 총리 후보자가 서울대 총장 시절 보여준 추진력과 리더십 그리고 경제학자로서의 능력이 높게 평가받았다는 방증이다. 특히 정 총리 후보자는 신선함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 정치인들에 비해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당시 김종인 민주당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차기 대통령의 요건으로 자질·용기·권력의지를 꼽은 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이번 대선에서 누구와도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정 총리 후보자는 여권의 기대와는 달리 2007년 4월 "많은 생각끝에 내린 결론은 이번 대선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제게 그럴 만한 자격과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면서 불출마를 선언했다.

정 총리 후보자는 "국가의 미래와 방향을 제시하고 이를 국민들에게 지지해달라고 요청하기 위해선 정치세력화 활동을 통해서 지도자로서 자격을 인정받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여태껏 그런 세력화 활동을 이끌어본 적이 없는 저는 정치지도자로서 나설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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