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부정부패, 재정·재무 관리 불투명성·채용 비리 등으로 많이 나타나
교육문제, 사회문제로 연결돼…넓은 개념에서의 ‘부정부패’로 인식해야
교육의 공정성 완화, 교육 기회 접근·불공정성 측면에서 짚어봐야
한국반부패정책학회, 국가청렴도 향상·반부패 학술연구 및 정책 대안 제시 ‘주목’

김용철 한국반부패정책학회장(부산대 행정학과 교수).
김용철 한국반부패정책학회장(부산대 행정학과 교수).

[한국대학신문 임지연 기자] 현재 우리나라의 청렴도 좌표는 어디에 찍혀 있을까. 각 분야별로 들여다보면 경제 수준은 세계 10위권에 진입해 있으나, 정치나 사회 수준은 이보다 훨씬 못 미친다. 이런 현상은 정치부패와 공직부패, 기업부패 등 사회 각 분야의 부정부패와 사회 불공정성, 비윤리적 사회문화 등이 자리잡고 있으며, 원인이 잘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교육 분야에서 나타나는 문제점도 마찬가지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지방 대학의 위기, 수도권 집중 현상, 대학서열화, 학교폭력, 교권 침해 등 다양한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으나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만약 우리 사회에서 부정부패가 사라진다면 앞서 언급한 문제들이 해결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초석도 마련될 수 있지 않을까. 대학 사회에서 국가청렴도 향상과 반부패에 대한 학술연구를 하는 것은 물론 정책 대안까지 제시하는 역할을 하는 싱크탱크가 있다. 2005년 2월 한국반부패연구회로 발족한 뒤 이듬해 4월 비영리법인으로 등록 20년 가까이 사회적 책임 활동에 주력해 온 ‘한국반부패정책학회’가 독보적이다.  

경상남도 제13대 경남연구원 원장을 비롯해 대통령 정부혁신분권위원회 위원, 국무총리 국정과제평가단 위원, 한국정책개발학회 회장, 부울경 특별자치단체연합 자문위원장 등을 역임한 김용철 한국반부패정책학회장(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를 지난 9일 만나 ‘반부패’ 개념으로 바라본 고등교육 현황과 방향성 등에 대한 제언을 들어봤다.

- 한국반부패정책학회는 어떤 기관인가.
“한국반부패정책학회는 2005년 창립된 국내 대표 반부패 학술연구기관으로 대학교수, 연구원, 변호사, 회계사 등 반부패 관련 전문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지난 20여 년간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발생하는 부정부패, 사회 정의 및 불공정, 기업 투명성, ESG 등과 관련된 융복합적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여러 가지 업무를 추진해왔다.
학회 주요 활동은 연간 정기학술세미나 및 기획특별세미나, 정부기관 예방 정책간담회 등 개최, 언론사 공동 반부패정책 평가활동 및 사회캠페인 활동 추진, 우수정책사례 발굴, 해외 정책 분석, 국제 유관기관 협력을 통한 정보 학술 교류 등을 활발히 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정책 대안을 제시, 해결할 수 있는 정책 및 제도를 정부에 건의도 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회 정무위 국회의원들과 공동으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반부패 주제에 관해 논의하고, 청년 문화 확산을 위한 일반인 대상 강연을 진행해 큰 호응을 얻었다. 이외에도 매년 연말에는 ‘대한민국 반부패 청렴대상’ 시상식을 개최해 13년째 사회의 귀감이 되는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등에게 시상하고 있다.”

- 학회에서 정의하고 있는 ‘부정부패’의 개념은.
“예전에는 ‘부정부패’를 뇌물 관련 반대급부를 기준으로 하는 비정상적인 행위, 즉 특혜를 취하는 의미로 정의 내렸으나, 이제는 한 부분에 불과하다. 부정부패는 사회 정의, 공정성에 반하는 모든 행위가 포함된다고 봐야 한다. 고등교육에서 바라본다면 공교육의 공정성과 투명성, 사교육 확대, 대학서열화, 학교폭력, 성인지감수성, 인성교육 부재 등으로 인한 갈등도 부정부패 행위에 포함해 문제를 바라볼 수 있는 것이다.
부정부패 문제는 10년 전이나 20년 전이나 특정 시점, 특정 이슈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불공정, 특혜와 반칙, 기업의 투명성, 사회적 책임성 등 공동된 이슈를 관통하는 핵심은 같다. 요즘은 개념도 크고 넓어졌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사회 문제를 모두 부정부패 범주에 포함시켜 바라볼 수 있다.”

- 대학에서의 ‘부정부패’ 행위는 어떻게 나타나고 있나.
“대학에서의 부정부패는 여러 형태가 있다. 사학의 경우 재산을 다른 곳에 유용하거나 부동산에 투기하는 등 재정 및 재무 관리 측면에서의 불법성, 불투명성이 주로 많이 나타난다. 재단의 소유주와 소유주 가족들의 방만한 대학 운영과 전횡 등으로 불공정한 인사가 발생하는 등 대학 운영 문제로 이어지는 것도 문제라고 볼 수 있다. 또한 국립·사립 공통으로 일어나는 부정부패 행위는 자격이 안되는 교수를 채용하거나 입학 요건을 충족하지 않은 학생이 입학하는 등 채용 비리 문제를 들 수 있겠다.”

- 고등교육에서 대학입시의 공정성·형평성 문제는 빼놓을 없는 주제다. 입시제도에서 공정성 문제를 야기시키는 주요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종합적인 교육 정책의 방향과 이념의 차이가 문제이지 않나 싶다. 현재의 입시제도는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 유리하게 되어 있다. 이것이 틀린 것은 아니다. 다만 한 가지만 잘해서는 해당 분야의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구조가 안되어 있다는 것은 문제라고 본다. 해외의 경우 한 분야를 특별하게 잘하는 학생은 해당 분야 상위권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어렵지 않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골고루 모든 영역의 성적이 좋아야 상위권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 창의적이고 천재적인 학생의 탁월한 능력을 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이 부분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이것이 학생들이 최상위권 대학 입학을 목표로 하게 되는 주요 원인이 되고, 사교육 비중 확대와 대학서열화, 물질 만능주의 등을 야기하는 것이다.
이는 교육의 공정성에 대한 문제와 연결된다. 어떤 교육을 받느냐에 따라 상위권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이 결정되는데, 부모의 소득격차에 의해 학생이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이는 가난의 대물림으로도 이어져 사회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 사회가 어떤 교육 정책의 방향과 가치를 갖고 있는지 심도있게 살펴보고, 심층적으로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또한 당장 눈앞에 보이는 문제 해결에만 집중하지 말고, 교육 기회의 접근·불공정성 측면에서 근본적인 교육 개혁 방향에 대해서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 대학서열화도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데.
“이 사안 역시 입시와 연결되는 학벌·학력 위주 사회가 문제라고 본다. 그러므로 이런 문화를 불식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기업이나 회사에서 학벌 위주로 인력을 선발하지 않는 것이다. 인력의 현재 능력과 경력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 미래능력을 예측해 뽑는다면 대학서열화도 어느 정도 완화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학벌 위주 기준으로 인력을 채용한다면 현재 상황에서 나아질 수 없다. 그리고 대학 자체가 개인의 인생을 좌우하는 데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 또한 문제가 크다고 본다. 해외에서는 대학이 서열화돼 있어도 이것이 사회 문제로까지 번지지는 않는다. 왜 유독 동양사회에서는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지 심도있는 고민이 필요하다.”

- 최근 교육계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학교폭력, 교권 침해, 의대 증원 이슈 등이 크게 비화한 것에 대해 ‘중재하는 문화의 부재’가 문제의 핵심이라고 짚었다. 어떤 의미인지.
“학교폭력처럼 한쪽이 명확하게 잘못한 경우도 있지만, 바라보는 시각의 관점에 따라 양쪽의 입장이 모두 합당한 경우도 있다. 그래서 이를 조정하고 중재해야 하는 역할이 필요한데, 우리나라는 그런 문화가 없어 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로 시간만 흘러가고, 나중에 큰 문제로 비화하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사회 갈등 문제를 조정하고 중재할 수 있는 문화가 보편화돼 있다. 사회적인 큰 문제가 발생하면 조정과 중재를 담당하는 기구에서 해결 방안을 찾아 갈등을 풀어나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이 같은 문화와 기구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대안을 찾지 못하고 양쪽에서 본인들의 주장만 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물론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면 정부가 중재해 정책 추진 등을 시도한다. 하지만 양쪽의 팽팽한 입장이 지속되다 보면 국민들은 정책이 잘 추진될 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문제를 빨리 매듭짓기 위해서는 조정과 중재의 묘미를 살려 해결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하고,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기구 또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2025년부터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라이즈)가 전국에 도입되면 지방자치단체와 대학이 협력하는 과정에서 공정성,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도 있다.
“우리나라는 원래 사회 자체가 개방된 사회가 아니다. 폐쇄적인 사회로 수백 년 동안 이어져 왔기 때문에 지자체와 대학이 지금까지 제도적으로나 법적으로 연계돼 협력적 업무를 추진한 경우가 거의 없다. 그런데 라이즈 체계가 시행되고, 협력 시스템을 만들어 지역혁신을 해야 한다면 당연히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특히 정부에서 예산을 받아 시행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현재 추진하고 있는 추상적이고 규범적인 콘텐츠로는 실행 방안이나 전략 측면에서의 협의가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조정과 협의 역할을 하는 기구가 필요한 이유다.
또 이 사업은 지방정부, 대학, 기업이 유기적 협력체제 구축이 기본이자 필수다. 영국 캠브리지 테크노폴이나 쉐필드 문화 산업지구, 미국의 실리콘밸리 등이 모두 비슷한 발전 전략 형태를 띠고 있다. 이를 벤치마킹해 개방된 지역 시스템을 기반으로 제도와 정책에 대한 여러 협력 주체와 지역주민 간의 신뢰를 확보할 필요성이 있다. 더불어 지역대학과 지자체가 어떻게 협력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과 전략을 도출하고, 지자체와 대학의 수평적인 네트워크 시스템을 잘 구축해야 할 것이다.”

- 고등교육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제언한다면.
“고등교육 정책은 전공 지식교육과 인성교육 두 가지로 구분된다. 이 두 가지를 순차적으로 잘 진행해야 하는데 동시에 진행하려다 보니 어떤 것도 ‘제대로 진행되고 있다’라고 명확하게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기에 고등교육 정책의 기본방향 자체에 대해 심도있게 진단을 해볼 필요가 있다. 어떤 고등교육 정책이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에 걸림돌이 되는지 살펴보고 진단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빨리 개선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학회 역시 고등교육 문제를 포함한 다양한 영역의 사회적 문제를 연구하고 여기에 맞는 활동을 통해 지속적으로 들여다보려 한다. 우리나라의 청렴도 순위가 매년 조금씩 상승하는 추세이나 아직 북유럽 세계 최고의 청렴 국가인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보다는 한참 밑도는 수준이다. 청렴과 복지가 최고 상태인 국가들과 같은 깨끗하고 행복지수가 높은 국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람과 제도, 환경이 모두 바뀌어야 한다. 학회는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청렴 국가가 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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