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이 야당의 압승으로 막을 내렸다. 이로써 윤석열 대통령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임기 내내 여소야대 정치 지형을 맞이하게 됐다. 표심은 여권의 ‘안정론’보다 야권의 ‘심판론’에 있었다. 선거 기간 내내 야당과의 대립으로 일관한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스타일이 발목을 잡은 셈이다.
초라한 성적표를 받은 윤 대통령은 ‘국민의 뜻을 받들어 국정 쇄신에 적극 나설 것’을 밝혔으나 여권 내부 쇄신만으로 꼬인 매듭을 풀 수 있을지 의문이다. 난마와 같이 얽힌 매듭을 풀기 위해서는 여권 내부 쇄신은 물론 야당과의 적극적인 ‘협치’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 사회는 심각한 정치 양극화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여야 모두 양극화의 끝단에 존재한 최대요구자(maximalist)에게 휘둘려 정상적인 대화와 협력이 어려울 정도가 됐다. 윤 정부 출범 이후 ‘협치’의 상징인 여야 영수 회담은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대통령은 야당과의 협치에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오히려 대통령에게 부여된 ‘거부권 행사’와 ‘시행령 제·개정’만 전면에 내세웠다.
그 결과 거부권 행사는 어느덧 윤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취임 1년 8개월 만에 △양곡관리법 개정안 △간호법 제정안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쌍특검법(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특별검사법) △이태원 참사 특별법 등 5번에 걸쳐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렇게 잦은 거부권 행사는 이전 대통령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경우다.
다른 한편 ‘시행령 제·개정’을 남발했다는 지적도 받는다. 윤 정부는 국회에서 야당의 협조를 얻기 곤란하거나 시민사회의 반발로 정책 수행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경우 법률 개정 대신, 보다 간편한 시행령 제·개정을 통해 정책을 수행했다.
‘거부권 정치’와 ‘시행령 정치’로 명명된 사례만 보더라도 현 집권세력의 국정 운영 스타일을 읽을 수 있다. 정치는 근본적으로 타협의 예술인데, 정부 출범 이후 1년 8개월 동안 정치의 장에서 타협은 실종됐다. 제로섬 게임으로 변모한 정치판에서 ‘협치’를 주장하는 자는 ‘회색주의자’로 몰려 배제되고, 강경파만 득세하는 상황이 됐다.
대화와 타협이 실종된 상황에서 민심은 그 책임을 먼저 집권세력에게 물었다. 어떻게 할 것인가. 대통령과 여당 입장에서 별다른 선택지가 없는 것 같다. 시정(市井)에서는 윤 대통령이 ‘전반전과 정반대로만 하면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정치 현장에서 ‘협치’는 ‘패배’도 아니고 유약한 전술도 아니다. 정치학에서는 ‘협치’를 ‘극심한 정치 양극화를 극복하고, 국가의 안정과 발전을 위한 하나의 통치술’로 본다. 먼저 집권세력부터 방향을 틀어 ‘협치’의 기치를 높이 내걸어야 한다.
‘협치’의 책임은 집권세력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야권도 동등하게 져야 한다. 야권이 지금의 의석 확보에 도취되어 ‘다수당의 횡포’ 유혹에 빠진다면 국민은 언제라도 그 지지를 철회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21대 총선에서 압승한 집권세력이 그 이후 실시된 지방선거와 대선에서 패배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양당 모두 이번 총선에 나타난 민심을 존중하기 바란다. 정부 여당은 선거 결과 조성된 여소야대 정치지형을 받아들이고, 야당 또한 ‘협치’를 통한 국정 운영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제22대 국회의원 임기는 6월부터 시작해 2028년 5월 말까지고, 윤 대통령의 임기는 2027년 5월 9일까지다. 싫든 좋든 현 정부는 남은 임기를 여소야대 구도에서 보내야 한다. 그 사이에 ‘지방선거’도 있고, 차기 대선도 있다.
정치는 생물이다. 오늘의 승자가 내일의 패자가 될 수 있다. 누가 아는가, 집권세력이 환골탈태의 변화를 보여 다음 선거에서 역전 만루홈런의 기회가 올지. 기회의 신은 준비된 자에게만 미소를 보낸다고 했다. 다음 있을 선거를 생각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여야 스스로 알지 않겠는가.
<한국대학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