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진학지원센터장
지난해 지방 산업단지 지역에 있는 전문대의 취업 관련 자료를 받은 적이 있다. 해당 전문대의 입학 정원은 2025년도에 1095명인데, 졸업자 대부분이 산업단지의 좋은 기업에 취업한다고 했다. 2022년에 취업자 700여 명 중 212명이 대기업에 취업했다. 최근 5년간 사회에서 부러워하는 대기업에 취업한 수는 1431명이라고 했다. 또 하나의 특징은 산업단지에서 근무하는 부모님 중에는 자녀를 서울에 있는 일반대에 보내지 않으려고 한단다. 부모가 누리는 경제적·사회적 안정을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어서 그렇다는 것이다.
이런 결과는 좋은 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서울에 있는 일반대에 진학해야만 한다는 보통 사람들의 생각과는 매우 많이 상반되는 결과다. 기업에서 요구하는 인력은 많으나 전문대에서 보낼 수 있는 사람이 한정적이라고 했다. 어느 학생은 초봉 6000만 원을 받으며 대기업에 취업했다. 그 학생은 일반대에 진학하고 싶었는데, 산업단지에 근무하는 부모님이 산업단지 취업의 특별한 장점을 설명하면서 전문대에 진학하도록 종용했다고 했다. 이 학생은 부모님의 권유를 받아 해당 전문대에 진학해 대기업 취업에 성공했다.
모광역시에 있는 한 전문대학 졸업자 중 몇 명은, 연 수입이 수억 원대에 이르는 개인 사업장을 갖고 있었다. 어느 전문대의 총장은 기업에서 학생을 보내달라고 공문과 사원모집 공문을 보내고 있는데, 학생이 없어서 못 보내고 있다고 한탄했다. 전문대 졸업생을 원하는 기업은, 인근 산업단지에 있는 중견기업들이다. 연봉은 보통 공무원보다 높았고, 정년이 보장되고 복지도 훌륭하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한국경제인 연합회에서 조사한 일반대 졸업예정자의 구직실태에 관한 자료를 보면, ‘적극적 구직자’는 21%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57.6%가 의례적으로 구직하거나 구직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소극적 구직자’로 나타났다. 일반대 졸업자의 반 이상이 구직 활동에 매우 소극적이라는 결과는 매년 나타나고 있다. 그 이유를 보면 ‘자신의 역량, 기술, 지식 등이 부족해 더 준비하기 위해서’라는 응답이 48.5%로 가장 많았다. 다음이 ‘전공 분야 또는 관심 분야의 일자리가 없거나 부족해서’라는 응답이 16.9%였다. 다음은 ‘구직 활동을 해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할 것 같아서’라는 응답도 13.6%나 됐다.
4년 동안 대학에 다니면서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지식이나 기술이 부족하다고 하는 것은 여러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대학에서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거나, 제대로 배우지 않은 것이다. 혹은 대학에서 공부할 역량을 갖추지 못한 채로 대학에 진학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많은 전문가와 학부모가 주장하는, ‘일반대에 가야 취업이 잘 되고 경제적으로 안정된 삶을 누릴 수 있다’라는 가정과 기대가 상당 부분 잘못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2022년 고등교육기관의 취업률 조사 통계에 따르면, 전문대 취업률은 72.9%인데 일반대의 취업률은 66.3%였다. 매년 나오는 통계지만 두 고등교육기관 간의 취업률 차이는 비슷한 양상을 나타낸다. 그렇기에 일반대 졸업자들이 전문대 졸업자가 가는 일자리까지 차지하고 있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전문대에 개설된 전공 중에서 중복해 전공을 개설한 일반대(대학원 포함)가 총 114개에서 520개 학과다. 전문대에서 배우면 충분할 것을 굳이 일반대에서 배우라고 하는 것이다.
경기가 나빠지면서 취업이 점점 중요한 삶이 요소가 됐다. 학습 능력과 열정이 있다면 돈을 벌 수 있는 일이 매우 많아졌다. 그런 일들은 젊은 대졸자들이 쉽게 도전하지 않는다. 이런 시기에 대학에 긴 시간을 투자할 필요는 줄어들었다. 은퇴자들은 한결같이 ‘경제적인 자립’이 인생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말하며, 젊을 때 평생 살아갈 경제적 능력을 갖추라고 했다. 그것은, ‘어느 대학을 졸업했는가’라는 것보다 중요한 인생의 생존 요소다. 그렇지 않은 대학 선택은 ‘위험한 선택’이라 할 수 있다.
<한국대학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