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학교교육 다양화 위해 ‘교육발전특구’ 1차 시범지역 선정·발표
시범지역 선정 지자체, 다양한 교육혁신 전략 제시…지역 수요 반영한 교육혁신 추진
교육부, 연내 교육발전특구 지정·운영을 위한 특별법(가칭) 제정…전문가들 “실효성 있는 규제 발굴 필요”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교육발전특구 1차 시범지역 지정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한국대학신문DB)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교육발전특구 1차 시범지역 지정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임지연 기자] 저출생과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지역 소멸도 빨라지고 있다. 2020년 수도권 인구수는 비수도권 인구를 처음으로 추월한 이후 수도권 인구 대비 비수도권 인구의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으며, 지방의 많은 지역이 인구소멸 지역으로 분류돼 2040년이면 적지 않은 대도시도 지방소멸 고위험 단계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지역에서는 지방 균형 발전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지역에서 정주할 수 있는 인재 양성과 이를 뒷받침 할 지역 특성에 적합한 지역교육 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지역발전을 위한 기업 유치를 추진할 때 지역의 교육 및 정주 여건이 마련돼 있지 않으면 우수 인재를 유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지방정부 발전전략과 지역교육 간 연계를 강화해 공교육의 틀 내에서 지역 교육력을 높이고 아이를 키우기 좋은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지역마다 교육의 다양성을 실현할 수 있는 정책수단으로 ‘교육 분야 특례 운영’을 제안하고 있다. 하나의 자치단체가 본래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교육적 뒷받침이 필요하며, 교육정책 수립과 추진은 자치단체 발전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이유다.

정부 역시 이같은 의견을 받아들여 학교교육 다양화를 위해 ‘교육발전특구’ 정책을 발표하고, 지난 2월 28일 제1차 교육발전특구 지역을 선정, 발표했다.

교육발전특구는 공교육 혁신과 지역인재 선순환 체제 구축을 위해 자율과 책임의 원칙 하에 정부의 과도한 규제에서 벗어나 중앙-지방정부, 교육청, 초중등학교, 대학이 연계해 다양한 개혁을 시도할 수 있는 지역 중심의 교육 및 인력 양성 체제다. 이를 통해 지자체, 교육청, 대학, 지역 기업, 지역 공공기관 등이 협력해 지역발전의 큰 틀에서 지역교육 혁신과 지역 인재 양성 및 정부를 종합적으로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김병주 영남대 교수는 7일 한국교육개발원이 진행한 ‘2024년 교육정책 네트워크 교육정책 토론회’에서 “지방에서 교육발전을 위한 특별한 동력이 필요한 상황으로, 교육발전특구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유·초·중등교육이 자리를 잡고, 대학교육이 활성화되며, 지역교육이 제 모습을 갖추고 정착될 때 그 지역의 미래는 밝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김 교수는 “교육발전특구 정책 도입으로 광역은 물론 기초자치단체 수준에서도 교육 분야 특례 발굴 혹은 교육 분야 규제 체제를 통해 지역의 교육발전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병주 영남대 교수가 7일 한국교육개발원이 진행한 ‘2024년 교육정책 네트워크 교육정책 토론회’에서 기조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생중계 캡처)
김병주 영남대 교수가 7일 한국교육개발원이 진행한 ‘2024년 교육정책 네트워크 교육정책 토론회’에서 기조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생중계 캡처)

■ 6개 광역지방자치단체, 43개 기초지자체서 지역소멸 막는 선도 역할 수행 = 교육발전특구는 지역에서 주민이 원하는 교육정책을 자체적으로 마련하면 중앙정부가 재정지원 및 규제 해소 등 다양한 특례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시범지역은 선도지역과 관리지역으로 구분해 운영하며, 선도지역은 3년의 시범운영 기간 이후 교육발전특구위원회의 종합평가를 거쳐 정식 교육발전 특구로 지정된다. 관리지역의 경우 매년 연차평가를 실시해 성과관리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선도지역은 부산·대구·광주·대전·울산·제주 등 19곳, 관리지역은 경기 고양·충남 서산·전남 광양 등 12곳이다. 신청 단위에 따라 1유형(기초지자체), 2유형(광역지자체), 3유형(광역지자체가 지정하는 기초지자체)로 세분화돼 운영된다.

1차 시범지역에서는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 조성 △공교육 혁신을 통한 교육력 제고 △지역 초중고·대학 간 연계 강화 △교육을 통한 지역인재 양성 및 산업 경쟁력 강화 등 다양한 발전전략을 제시했다.

전 지역이 교육발전특구로 운영될 부산광역시의 경우 부산시와 부산교육청이 협력해 어린이집·유치원 공동교육과정을 시범 도입한다. 또한 전문대 졸업 시에도 학사 취득이 가능하도록 해 조기 취업을 유도하고, 외국인 유학생 맞춤형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위한 ‘부산국제고K-팝고등학교’(가칭)도 설립할 방침이다.

광주광역시는 초등 학부모를 위해 오전 10시 출근을 허용한 중소사업장에 장려금을 지급하고, AI 혁신 거점도시도 거듭나기 위한 방안으로 ‘인공지능(AI) 영재고’를 설립해 반도체, 에너지, 관광 등 지역특화산업과 지역대학 교육을 연계한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제주형 자율학교’를 확대하는 데 방점을 찍고 교육과정 범위에서 일부 교과를 영어로 진행하는 등 글로벌역량학교로 거듭나겠다고 제시하는 한편, 대입제도 혁신을 위해 ‘수능 없는 학생부종합전형’을 신설한다는 계획도 내세웠다.

교육부는 보다 많은 지역이 자역맞춤형 교육을 진행할 수 있도록 오는 7월 ‘교육발전특구 2차 시범지역도 선정, 발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지난 1일 교육발전특구 2차 시범사업 공모 접수를 시작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2월 지정된 교육발전특구 1차 시범지역에서는 특구별 세부 운영 계획 수립 등 지역 수요를 반영한 교육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이번 교육발전특구 시범지역 2차 공보로 보다 많은 지역이 지역맞춤형 교육혁명을 시작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덕난 대한교육법학회장(국회입법조사처 연구관)은 교육발전특구 정착을 위한 입법 과제로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규제 발굴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사진=유튜브 생중계 캡처)
이덕난 대한교육법학회장(국회입법조사처 연구관)은 교육발전특구 정착을 위한 입법 과제로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규제 발굴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사진=유튜브 생중계 캡처)

■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규제 발굴 필요” = 정부는 교육발전특구 운영뿐 아니라 각 지역에서 제안한 특례를 반영해 교육발전특구 지정·운영을 위한 특별법(가칭)도 연내 제정할 방침이다. 그렇다면 교육발전특구가 정착하기 위해 필요한 교육규제 완화 방향과 입법 과제는 무엇일까.

김 교수는 “지역별로 마련된 교육단계별 교육발전특구 운영방안에 따라 개선 필요성이 제기된 규제에 대해 제주특별법의 규정을 참고해 특례 적용을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세부적으로 제시된 개선 필요사항은 유아 돌봄 분야에서는 △지방정부 돌봄 역할 강화 △맞춤형 유아교육 활성화, 초중고 분야에서는 △학교·교육과정 운영 자율성 확대 및 책임 경영을 지향하는 자율적 거버넌스 구축 △특색있는 자율적 교육과정 운영 △교직원의 인사(임용)의 자율권 부여 △재정 지출 자율성 확대, 교원 업무부담 경감, 우수교원 유치를 위한 교직원 인센티브 제공 등 교육행정 혁신 △디지털 교육혁신, 늘봄학교, 학교시설복합화 등 교육개혁 과제 우선 지원 등이다.

고교-대학 연계 분야에서는 지역인재전형 확대가 거론됐다. 특구 소재 대학의 지역 거주자 입학 기회를 확대하고, 지역인재 특별전형으로 대학 진학에 대한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대학 교원의 지역 초중고 수업 협력 등 지역교육기관 내 교육 프로그램을 연계 강화하고, 직업계고 학생의 지역대학 후학습 및 취업을 지원하는 등 대학이 지역교육중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 외에도 김 교수는 “지역산업전략 연계 인력 양성, 일자리 지원사업 등 지자체-대학-지역산업연계 강화, 지역대학 운영 및 구조개혁을 위한 지자체 차원 투자와 행정적 지원 강화, 학교-교육청 선정 지역연계 장학제도 운영 등을 통해 대학의 지역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며 “교육발전특구가 정착되면 경제자유구역을 비롯한 다른 특구와 연계해 지역발전을 위한 시너지도 확대할 수 있다. 교육발전특구 지정을 극대화할 수 있는 범지역의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덕난 대한교육법학회장(국회입법조사처 연구관)은 “기존 특구 교육특례와의 차별화가 필요하다”며 “매우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규제 발굴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특히 이 회장은 “교육발전특구는 현 정부 국정과제로 중점 추진 중인 정책이나, 법률적 근거 미비로 인해 지속가능한 정책으로 추진되기에 한계가 크다”며 “체계적인 입법 방안 및 입법 전략 마련 연구가 필요하며, 국가가 교육발전특구에 대해 유아교육, 초중등교육, 고등교육, 자율학교, 교원, 지역 및 지자체 연계 영역 등의 영역에서 부여할 수 있는 특례 예시안 제시 방식에서 벗어나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이 회장은 현장의 장애요인을 규제 발굴 및 개선방안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조직 구축과 교육법 전문가 등 전문인력 배치, (가칭)‘교육특례연구원’을 설치해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분담금으로 상설 운영 등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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