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국립대 21일 학무회의서 가결됐으나 22일 평의원회서 부결
전북대 22일 교수평의회서 부결…재심의 요청‧학무회의서 재논의 예정
부산대‧강원대 개정안 가결…충북대는 교무회의 통과, 대학평의원회 남아
충남대‧경북대‧제주대 23일 심의 예정…휴학‧유급 등 문제 해결은 ‘난망’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의과대학을 운영하는 40개 대학 총장과 영상 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의과대학을 운영하는 40개 대학 총장과 영상 간담회를 하고 있다.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지난 16일 의과대학 증원 집행정지 신청이 법원에서 각하‧기각된 가운데 학칙 개정에 나선 대학들이 난항에 빠지며 가시밭길을 예고했다. 경상국립대는 학무회의서 가결됐던 의대 증원 관련 학칙 개정안이 교수‧대학 평의원회서 부결됐으며, 전북대 또한 교수평의회서 부결됐다.

22일 대학가에 따르면 의대 증원‧배정 집행정지 신청 기각‧각하 이후 아직 학칙 개정을 완료하지 못한 대학들이 속도를 내고 있지만 내부 반발이 이어지면서 제동이 걸리고 있다. 정부의 결정에 따른 대학별 학칙의 경우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반드시 준수해야 하는 만큼 교내 반발에 부딪힌 대학들의 속이 타고 있다.

■ 경상국립대‧전북대 평의원회서 학칙 개정안 부결…재심의 요청 예정 = 경상국립대학교의 경우 학칙 개정안이 학무회의를 통과했지만 다음날 열린 교수‧대학 평의원회에서 뒤집혔다. 앞서 경상국립대는 지난 21일 의대 정원을 기존 76명에서 138명으로 늘리는 내용의 학칙 개정안이 학무회의 심의를 통과했다. 그러나 다음날 열린 교수 평의원회와 대학 평의원회에서 모두 과반수 동의를 얻지 못하며 학칙 개정안이 부결됐다. 평의원회 참석자 다수가 현재 경상국립대의 시설과 교수진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날 학생들을 감당하지 못한다고 판단한 결과다.

경상국립대 관계자는 “현재의 인프라와 교수진으로는 2배 가까이 늘어날 인원을 감당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며 “재심의를 요청할 계획이지만 권순기 총장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북대학교 또한 이날 의대 정원 증원을 담은 학칙 개정안이 교수평의회에서 부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대는 의대 정원을 기존 142명에서 200명으로 증원하는 학칙 일부를 개정하려고 했으나 47명 교수로 구성된 평의회에서 과반 이상이 반대해 부결됐다. 전북대는 평의회 재심의를 요청하거나 학무회의를 열어 학칙 개정안을 다시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 부산대‧강원대는 ‘가결’…충북대는 교무회의 통과, 대학평의원회 남아 = 부산대와 강원대는 각각 교무회의와 대학평의원회를 열고 의대 증원 관련 학칙 개정안을 가결했다. 특히 부산대는 지난 7일 전국 국립대 중 최초로 의대 증원을 위한 학칙 개정안을 부결했지만 14일 만에 재의결을 통해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지난 21일 부산대학교는 새로 취임한 최재원 총장이 참석한 가운데 교무회의를 열고 의대 증원을 위한 학칙 개정안을 재심의한 결과, 다수가 찬성해 학칙 개정안이 가결됐다.

이에 따라 기존 125명이던 부산대 의대 입학정원은 200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다만, 정부가 내년도에 한해 증원 인원의 50~100% 범위에서 자율적으로 신입생 모집 인원을 정할 수 있도록 하용하면서 부산대는 증원분의 약 50%인 38명만 증원한다. 2025학년도 부산대 의대 신입생은 163명을 선발한다.

부산대는 “의대 정원 순증에 대한 학칙 개정안 의결을 하면서 학생‧교수님들께서 우려하는 점들이 아직도 완전하게 해소되지 않은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나라 공공의료 및 지역의료 개선을 위한 장기 계획과 전략이 필요하다는 시대적 요구에 따라 정부의 의대 정원 배정이 내려온 상황에서 법령을 따라야 하는 것이 국립대학의 의무 사항이기 때문에 교무회의를 통해 의대 증원에 대한 학칙 개정을 의결했다”고 설명했다.

강원대학교도 지난 21일 대학평의원회를 열고 의대 증원 관련 학칙 개정안을 가결했다. 지난 8일 대학평의원회가 대학 본부에 상정했던 의대 증원 학칙을 철회했던 강원대는 이날 김헌영 총장을 비롯한 주요 보직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 평의원회를 열고 의대 정원 증원을 위한 학칙 개정안을 가결했다.

이에 따라 강원대는 기존 49명에서 42명 늘어난 91명을 2025학년도 의대 모집정원으로 선발한다. 기존 증원 규모인 83명의 50%를 반영한 것이다. 강원대는 22일 심의 결과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역인재전형 규모는 대교협 승인 사항이기 때문에 24일 이후 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충북대학교도 지난 21일 의대 증원 등을 담은 학칙 개정안이 교무회의를 통과했다. 고창섭 총장 주재로 열린 교무회의에서 기존 49명이었던 의대 정원을 200명으로 증원하는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2025학년도에는 정부의 증원 배정 인원의 50%만 반영된 125명을 모집한다.

다만, 충북대의 경우 오는 23일 예정돼 있는 대학평의원회 심의가 남아있어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대학평의원회 심의를 거쳐야 최종 확정되기 때문이다. 대학평의원회는 교수들과 교직원 등 대학 구성원이 참여한다.

■ 더욱 중요해진 ‘23일’…경북대‧충남대‧제주대 심의 예정 = 국립대들이 학칙 개정안 심의에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서 남은 대학들의 시선이 23일에 집중되고 있다. 국립대 중 남아있는 경북대, 충남대, 제주대가 심의 또는 재심의에 나서기 때문이다.

충남대학교는 23일 학무회의와 30일 대학평의원회 심의를 거쳐 의대 증원 등을 포함한 학칙 개정안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심의를 통과하면 오는 31일 개정된 학칙을 최종 공포한다.

충남대 관계자는 “당초 6월 중순쯤 학칙 개정을 마무리할 예정이었지만 시행계획과 신입생 모집요강 공고 일정 등을 고려해 관련 절차를 앞당기기로 했다”고 전했다.

앞서 학칙 개정안이 심의 과정에서 부결됐던 경북대와 제주대는 23일 재심의에 들어간다. 경북대학교는 23일 교수회 평의회에서 재심의를 할 예정이며, 24일에는 대학평의회를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제주대학교는 23일 재심의를 위한 교수평의회와 대학평위원회를 연다. 지난 13일 김일환 총장이 재심의를 요청해 재심의 결과 재적 평의원 3분의 2 이상 출석하고 출석 평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전과 같이 의결하면 그 심의안은 확정된다.

대교협은 오는 24일 대입전형위원회를 열고 의대 증원이 반영된 각 대학의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 사항’을 심의하고, 30일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23일 예정된 심의에서 모든 대학이 학칙 개정안을 가결한다고 하더라도 아직 문제는 남아있다. 의료계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모두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 대학들은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유급 사태 방지와 학업 복귀 지원을 논의하고 있지만 재학생 대부분이 등교하지 않으면서 연세대, 고려대, 원광대 의대 등은 휴학 승인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휴학 승인을 받지 못해 유급을 당한 학생은 등록금을 돌려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유급이 2~3회 누적되면 퇴교 조치가 이뤄지는 의대가 대다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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