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이정환 기자] 인천대학교(총장 박종태) 학산도서관 Great Books 센터는 「노동 그리고 우리」라는 대주제하에 세인트존스대학(St. John’s College, SJC)과 함께하는 제3회 GB 캠프를 영종도 더위크앤리조트에서 개최했다. 이번 캠프에서는 인천대학교 학생들과 세인트존스대학 학생들이 함께 고전 및 명저를 기반으로 한 토의세미나를 통해 노동을 둘러싼 사회문제와 인간다운 삶을 위한 사회적 조건에 대해 진지한 성찰과 열띤 토론을 펼쳤다. 노동 관련 텍스트를 통해 참가자들은 일과 효율성과 돈을 호환 개념으로 간주하며, 인간의 도구화를 조장하는 자본주의의 짙은 그늘을 들여다보고 인간다운 삶을 위한 사회적 여건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할 수 있었다.
제1세션에서는 [속박과 굴레]는 주제하에 조영래의 《전태일 평전》 (평화시장의 괴로움 속으로)을 통해 1960년대 노동 현장의 비극을 살펴보았다. 그룹토의를 이끌었던 김정우 교수(인천대 물리학과)는 연애 감정조차 평화시장에서는 사치처럼 여겨질 수밖에 없었던 비참한 노동 현실을 최근에 작고한 신경림 시인의 ‘가난한 사랑의 노래’를 통해 감명 깊게 들려주었다.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 돌아서는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 //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제2세션에서는 [플랫폼 일자리와 진화하는 노동법]이라는 주제하에 전혜원의 『노동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고용 없는 노동)에 대해 다루었다. 2019년경 한국인의 국민건강보험 가입률은 97%인데 비해 전체 취업자 중 고용보험 가입률은 그 절반에 불과한 49%에 머물렀다. 단지 임금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인 취업자가 680만명에 이른다는 것은 “노동하지만 노동자는 아닌” 그리하여 산재보험이나 고용보험 등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현실을 반영한다.
전체 취업자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특수고용 노동자, 프리랜서, 1인 영업자 등은 임금노동자로 간주 될 수 없기에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전 국민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건강보험처럼 모든 취업자가 산재보험 및 고용보험이라는 사회안전망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사회적 여건에 대한 진지한 질문과 답변이 오고 갔다.
캠프 둘째 날에 개최된 제3세션에서는 [근면에서 게으름]으로 라는 주제하에 러셀의 《게으름에 대한 찬양》을 통해 노동자의 여가(leisure) 확보를 위한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았다. 특히 제3세션의 3개 그룹 중 한 개 그룹은 세인트존스대학의 튜터인 랭스턴 박사(Senior Advisor to the President, SJC)와 이용화 교수가 영어 텍스트를 기반으로 영어로 토의 세미나를 진행했다.
인천대와 세인트존스대 학생들이 함께한 금번 GB 캠프 폐회식은 노라 뎀라이트너(Nora Demleitner) 세인트존스대학 총장이 참석하여 더욱 특별한 시간이 됐다. “서로 마주 볼 수 있는 원탁 테이블에서 학문의 구획주의를 벗어나 문학과 철학으로부터 과학에 이르는 텍스트를 함께 읽고 토의하는 세인트존스대학의 토의세미나 모델이 세인트존스 동문(이용화 교수, 인천대 영문과)에 의해 인천대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그레이트 북스를 매개로 인천대와 세인트존스대학 간 상호 교류 및 협력을 확대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는 노라 뎀라이트너 총장의 격려 메시지가 인상적이었다.
참가 소감을 듣는 시간에 이은재 학생(인천대 행정학과)은 “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이 다 한 방향만 보고 대학이라는 입시 체제 아래에서 공부를 했는데, 대학교에 처음 들어와서 서로 마주 보면서 각자 다른 목표를 가진 사람들이 함께 대화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이 너무 좋았고, 앞으로도 사회적 이슈에 대한 키워드를 바탕으로 하는 행사가 더 있었으면 한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그런가 하면 세인트존스대학에 재학 중인 신서현 학생은 “이러한 토론 수업을 찾아 바다를 건너 세인트존스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너무 행복하다. 그런데 그러한 즐거움을 인천대 학생들과 함께 누릴 수 있다는 게 큰 기쁨”이었으며 이후에도 상호 교류 프로그램이 지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표현하기도 했다.
한편 인천대 그레이트 북스 센터장(윤영돈 교수, 윤리교육과)에 따르면 GB 프로그램은 2019년에 시작하였고, 2022년에는 학산 도서관 내에 그레이트북스 센터를 설치한 이래로 체계적으로 교과 및 비교과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대학을 넘어 중고등학교 및 시민을 대상으로 지역사회 교육공헌에 기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