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걸 대구광역시교육청 대입지원관(법학박사)

윤종걸 대구광역시교육청 대입지원관.
윤종걸 대구광역시교육청 대입지원관.

전문대 학생 선발을 4년제 대학과 비교하면 몇 가지 특별한 점이 있다.

첫 번째로 수시모집이 수시 1차와 2차로 구분되며 지원 횟수에 제한이 없다는 점이다. 전문대는 전체 모집인원 중 수시모집 1차에서 75.2%를, 수시모집 2차 때 16.8%를 선발한다. 더 많은 학생을 모집하는 수시모집 1차에 먼저 지원하는 것이 우선 유리하다. 하지만 9월의 수시모집 1차 때 전문대 지원을 못 한 수험생에게 11월에도 한 번 더 기회가 제공된다는 점에서 수시모집 2차의 특별함이 있다. 4년제 대학이나 전문대의 수시모집에 지원해 합격하면 4년제 대학의 정시모집에 지원할 기회가 상실되기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수험생의 입장을 고려한 추가 기회의 제공이라 생각된다.

두 번째로는 전문대의 정시모집 선발 비율이 8%로 매우 낮은데 그중에서도 수능 위주 전형 선발은 2.7%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전문대 진학을 희망하는 수험생에게 수능 시험은 큰 의미가 없다.

결국 전문대에 진학할 고3 재학생은 11월 중순의 수능 시험 전까지 자신에게 큰 도움도 되지 않는 수능 공부를 억지로 할 필요가 없고 수능 시험에 꼭 응시할 이유도 적다. 차라리 전문대 진학 후 전공 공부에 도움이 될 고교 교육과정의 교과목을 3학년 2학기까지 충실히 이수하는 것이 학생을 위해서도 좋고, 고교 교육의 정상화에도 바람직하다.

전문대 역시 각 고교가 3학년 2학기 때 필요로 하는 교과목 개설에 적극 협조하는 노력이 요망된다. 고교와 대학이 협력해 교육하는 과정을 통해 전문대의 각 전공 분야 교수가 진학 예정자에게 직접 전공 분야 공부를 안내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전문대에 입학하기 직전 고교 교육을 통해 전공 기초 관련 이론을 미리 공부할 기회가 제공된다면, 전문대에 진학해서는 실습 위주 공부에 더 집중할 수 있어 재학 기간이 짧은 전문대 교육과정 운영의 어려움도 일부 줄여줄 수 있을 것이다.

전문대도 학생부종합전형 방식의 선발을 고민한다면 각 전공에 입학해 공부할 때 도움 될 수 있는 교과 이수 현황을 고교 학생부를 통해 살펴봐야 할 것이다. 이때 기초학업과 관련한 주요 과목 기록도 참고할 필요는 있겠지만 전문대 각 전공 분야에 대한 진학 의지와 전공 적응 가능성을 고려하기 좋은 자료는 3학년 1, 2학기 때 고교와 전문대학이 연계해 개설한 전문대 각 전공 분야에 관한 기초 이론 및 이해 과목 관련 기록일 것이다. 해당 과목의 수강 여부와 성적, 참여 과정에 관한 학생부 기록의 구체적 검증을 서류와 면접을 통해 하는 과정이 결국 전문대 방식의 학생부종합전형 평가 방법이 될 수 있겠다.

전문대 진학을 고민하는 상당수 수험생이 수능 시험을 준비하고 응시하는 대신, 전문대 연계 교과목을 3학년 2학기까지 충실히 이수한다면 어떤 변화가 있을까? 중하위권 이하 수능 응시자 감소로 중상위권 이상 수험생의 수능 등급이 내려가서 수시 수능 최저 충족률이 내려가고 입시에 큰 혼란이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누군가를 위해 나에게 필요 없는 것을 억지로 공부하고 시험 보느라 내 인생의 가장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게 강요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 차라리 수능을 절대 평가하거나 그것도 싫다면 원점수를 제공해 대학 자체 기준으로 평가 방식을 개선하면 될 일이다.

전문대 학생 선발에 있어 고교 성적에 따른 선발은 여러 부분에서 한계가 있다. 결국 전문대 진학을 희망하는 수험생이 긍정적 노력으로 힘써왔고 잘한 내용을 중심으로 평가해 주는 배려가 필요하다. 이를 위한 가장 적극적 방법의 노력이 바로 고교와 전문대 사이의 교육과정 연계를 통한 교과목 개설과 해당 내용을 살펴 대입에 반영하는 것 같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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