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대구서 개최된 전문대학 기획실처장 협의회 하계연찬회 참석해 축사
“서로 시기·질투보다 잘되는 대학의 전략 함께 공유·습득하는 자세 필요”
“전체 전문대에 필요한 현안이라면 힘 합쳐 개선해 진정한 혁신 이루자”

남성희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대구보건대 총장)이 4일 대구 인터불고 호텔에서 열린 한국전문대학기획실처장협의회 하계 연찬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김의진 기자)
남성희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대구보건대 총장)이 4일 대구 인터불고 호텔에서 열린 한국전문대학기획실처장협의회 하계 연찬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김의진 기자)

[대구=한국대학신문 김의진·임연서 기자] 남성희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대구보건대 총장)이 오는 9월 협의회장 퇴임을 앞두고 전국 전문대 기획실·처장들이 모인 자리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싸워나가지 않으면 우리가 쟁취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전문대에 꼭 필요하고, 잘할 수 있는 계획이라면 규제가 있든 없든 일단 시도해 나가야만 한 걸음씩 전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대교협 회장직에서 퇴임하기 전 전국 단위 협의체 행사에 참석해 내놓는 메시지로는 사실상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가운데 남성희 회장이 혁신과 관련한 ‘담대한 자세’와 ‘대학 간 공조’를 거듭 강조한 것이다.

4일 남성희 전문대교협 회장은 이날 대구 인터불고 호텔에서 열린 ‘2024년도 한국전문대학기획실처장협의회 하계 연찬회’에 참석해 행사 개회를 축하하면서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축사를 했다. 이례적으로 이날 남 회장은 사전에 준비해온 원고가 아닌 즉석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이날 축사자로 연단에 올라 손에 들고 있던 대본을 덮은 뒤 “지난 5년간 전문대교협 회장으로서 공식 석상에서의 인사말은 늘 ‘전문대학은 위기’라는 말이었다”면서 “하지만 오늘 이 자리에선, 대학에 없어선 안 될 핵심 참모로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그동안 우리 총장들 옆에서 고군분투해준 여기 계신 기획실·처장들께 허심탄회하게 말씀을 전하고자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출생·고령화, 학령기 입학 자원 감소 등 위기감이 고조되고 교육정책 추진 과정에서 전문대의 진입·참여도가 녹록지 않은 게 지금의 현실이지만, 우리가 이 같은 상황을 비관만 할 게 아니라 주도적인 입장에서 극복하고 혁신 의지로서 헤쳐 나갈 때 비로소 새로운 길로 나아갈 수 있다”고 당부했다. 그는 “엄청난 반발과 저항이 뒤따르게 돼 있지만, 혁신이란 그저 그냥 오는 게 아니다”라고 촉구했다.

남 회장은 “대구보건대가 전국에서 최초로 ‘안경광학과’를 만들었을 당시를 떠올려보면, 그때 역시 엄청난 반발과 저항을 무릅쓰고 결국 이뤄낸 결과였다”라며 “당시에만 해도 눈과 관련해서는 ‘안과 의사들이 봐야지, 전문대를 졸업해서 안경사가 된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핀잔을 엄청 들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강의를 해줄 분을 구하는 과정에서도 당시 안과 의사들의 협조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었고, 그래도 해외에서 공부한 분들이 ‘안경사’라는 직업을 알고 있어서 이분들이 강의를 해주기로 한 덕분에 결국 학과를 만들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후 여러 대학에서 대구보건대 안경광학과를 보고 개설이 뒤따랐고, 지금에야 전문대에서 안경광학과 교육을 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게 된 것”이라며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먼저 홀로 제도화하고 정착시키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과제인지 절감한 계기였던 것 같다”고 했다.

남 회장은 또 “아직 ‘학교 기업’이라는 개념이 나오기도 전에 대구보건대는 된장을 만들어서 팔아보자는 생각에서 식품과에서 ‘된장 공장’을 만들었던 적이 있었다”며 “돈을 어디에서 받고, 또 어디에서 팔아야 하는지 잘 몰라서 법인에서 팔기 시작했는데 바로 교육부에서 감사가 내려와서 ‘왜 교수들이 학교에서 월급 받으며 법인 사업을 하느냐, 그러면 안 된다’고 해서 속절없이 접었었다”고 밝혔다. 이어 “물론 우리가 ‘고등교육법’을 잘 살펴보지 못한 것은 잘못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한편으론 무언가 혁신을 해보려고 시도했다가 리스크에 걸린 사례로도 볼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은 대학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는 우리 대학 병원도 처음에는 우여곡절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교육부에서 ‘학교 기업’으로서 ‘의료 용역’을 권장하는 분야로 안내하길래 대학 병원을 만들기로 해서 추진하는데, 어느 순간 제가 교비 80억 원을 횡령한 사람이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며 “돈을 가지고 제 주머니에 넣으면 횡령이 맞겠지만, 돈을 가지고 학생들이 교육·실습할 수 있는 병원을 만들었는데 횡령이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일로 대구보건대는 3년간 정부 재정지원도 받지 못했고, 감사 받고 경찰·검찰 조사도 받았다”며 “결국 병원을 해도 된다고 답을 받았지만, 당시 생겼던 빚을 갚느라 지난 10년간 많이 힘든 시기를 겪어야만 했다. 그런 시기를 겪었던 이 병원이 지금 와서는 얼마나 효자 노릇을 하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남 회장은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있는데 무엇을 할 것인지, 어떻게 변할 것인지를 찾아서 위험을 무릅쓰고 싸워나가지 않으면 우리가 쟁취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고 싶었다”며 “우리 대학도 무언가 저질러보고 무언가 하고자 해서 실행에 옮겼던 일들이 지금 이렇게 변화를 가져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전문대에 꼭 필요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이라면 이를 계획해서 규제가 있든 없든 한 번 시도해 보는 자세가 필요한 시기”라며 “대구보건대는 글로컬대학30에 도전했다. 그동안 우리 대학이 하고 싶었던 이것저것을 계획서에 담아봤다. 일단 저질러보자는 생각에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교육부에서 이것은 안 되겠는데 할 것도 있을 수 있고 이것은 특이한데 실제로 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내용도 있을 것”이라면서 “최종 선정(본 지정)되면 좋겠지만, 안 되더라도 이렇게 도전했던 이유는 이 같은 제도들이, 이러한 혁신들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외치는 어느 한 대학이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남 회장은 “우리 전문대는, 이런 혁신을 힘을 모아서 함께 헤쳐가야 한다”며 “현재 여건에서 이러이러한 규제가 완화·혁파된다면 좋겠다고 교육부에 함께 건의하고, 그러면 교육부는 이를 풀어주는 모습이 돼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우리 전문대에 반드시 혁신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퇴임 전 전국 단위 총장·보직교수 협의체 행사에서 그가 전하는 사실상 마지막 메시지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날 공식 석상에서 내놓은 남 회장의 발언은 연찬회에 참석한 기획실·처장뿐만 아니라 전문대 전체 구성원에게 전하는 당부의 목소리라는 평가가 나온다.

남 회장은 “지난 5년간 전문대교협에서 하는 일들에 대해 늘 깊은 관심을 가지고 여러 정보를 공유해준 전문대 기획실·처장 여러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전하고 싶다”며 “전문대교협 회장 자리를 떠나더라도 혹시 저를 필요로 하는 분들이 있다면 기꺼이 함께 머리를 맞대겠다고 약속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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