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배지 국내 도입 3년차…교육 기관·기업 중심으로 사용자↑
기업에서 활용 시 직원 역량 파악하고 구직자 자격 검증 가능
기업 인식 부족하단 지적도…“오픈배지로 인재 찾고 보상 제공해야“
“오픈배지 자리 잡으려면 정부·교육 기관·기업 등 협력 필요”

‘META Learning’을 위한 디지털 배지와 자격인증서의 모습 (사진=한국직업교육학회)
‘META Learning’을 위한 디지털배지와 자격인증서의 모습 (사진=한국직업교육학회)

국내에 오픈배지가 보급된 지 3년이 지났다. 도입 이후 오픈배지는 우리 사회에서 자격과 인증을 획득하고 검증하는 방식에 혁명을 일으켰다. 기존의 종이 기반 인증서와 달리 성과를 보여주는 보다 안전하고 검증 가능한 방법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이에 본지는 오픈배지의 지난 성과를 돌아보며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 시리즈는 상편, 하편으로 총 2회에 걸쳐 진행된다. <편집자주>

[한국대학신문 김소현 기자] 올해로 도입 3년차를 맞은 오픈배지는 대학과 기업을 중심으로 활용되며 ‘디지털 대전환’ 시대를 열어젖힐 촉매제로 평가받는다. 오픈배지가 단순한 자격 증명 방식의 변화를 넘어 직업 역량 강화, 채용 혁신, 교육 프로그램 강화 등 다양한 측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오픈배지를 활용 중인 대학은 올해 7월 말 기준 192개교로, 국내 사용자 수는 2만 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여러 문제가 산적해 있다. 전문가들은 오픈배지가 더욱 넓은 분야에서 성공적으로 자리 잡으려면 여러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주체들이 협력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가능성과 해결해야 할 과제를 동시에 보여준 오픈배지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 살펴봤다.

■ 기업의 디지털 전환 앞당기는 오픈배지…구직자 자격 검증하고 인력 배치에 활용 가능 = 오픈배지가 지난 3년간 교육 기관을 중심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가운데 기업에서도 활용 사례가 점차 느는 추세다. 기업은 직원들이 습득한 기술과 역량을 명확히 파악하고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방식으로 오픈배지를 활용하고 있다. 직원의 학습 이력을 시각적으로 기록하고 관리할 수 있어 성과 평가와 경력 개발에도 오픈배지는 유용한 도구로 쓰인다.

채용 과정에서도 오픈배지는 여러 장점을 지닌다. 발급 기관의 신뢰성을 보장해 구직자의 자격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사용자는 링크드인 등 다양한 소셜미디어에 오픈배지를 공유하며 자신의 역량을 드러낼 수 있는데, 이를 토대로 기업은 전통적 방식에서 벗어나 넓은 범위로 채용 범위를 확장할 수 있다.

오픈배지를 활용해 내부 교육 및 연수 프로그램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장점으로 꼽힌다. 노원석 레코스 대표는 “오픈배지를 통해 직원들이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 명확히 기록할 수 있어 내부 교육 프로그램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며 “직원들이 교육과 연수를 마친 뒤 해당 내용을 오픈배지로 인증받아 성과를 시각적으로 확인하며 교육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전했다. 특히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표준을 따르는 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고 글로벌 인재와의 협업과 채용에도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시간과 비용의 절감 또한 오픈배지를 활용하는 기업이 점점 늘고 있는 요인으로 풀이된다. 디지털 방식으로 자격을 검증하는 과정을 통해 불필요한 절차 없이 효율적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기업은 직원들이 습득한 자격과 기술을 명확히 파악할 수 있어 업무 배치와 프로젝트 관리에서도 유용하게 인력을 배치할 수 있다. 더불어 오픈배지를 이미 활용 중인 대학과 협력해 학생들의 역량을 미리 파악하고 실습과 연계된 채용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다.

서울특별시교육청 디지털배지. (사진=레코스)
서울특별시교육청 디지털배지. (사진=레코스)

사용자·기업 인식 아직 부족, 표준화된 시스템 부재 등 한계 존재…“정부·교육 기관·기업 등 협력해야” = 여러 이점을 지닌 오픈배지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와 한계점도 존재한다. 전문가들은 오픈배지에 대한 사용자 인식이 더욱 높아져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대학과 기업을 중심으로 오픈배지가 활용 중이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이고 개념과 장점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조훈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국제협력실장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세대들이 디지털배지(오픈배지)에 대한 사용자 편의성과 가능성에 눈을 뜬다면 기존의 아날로그형 역량 증명서를 오픈배지가 대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훈 실장은 “기존 핵심 역량 중심의 교육뿐만 아니라 기술 급변에 따른 세부 스킬 중심의 마이크로단위 교육이 중요해지면서 이를 세부 역량 단위로 증명할 수 있는 디지털배지와 개인별 포트폴리오가 고등직업 교육 분야에서는 대세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영란 서울디지털대 교수는 사용자의 인식 변화에서 나아가 기업이 더욱 적극적으로 오픈배지를 받아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영란 교수는 “사용자들에게도 오픈배지에 대한 요구가 있지만 오픈배지를 인정해야 하는 곳은 기업”이라며 “오픈배지에 대한 기업의 인식이 더욱 높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 교수는 “사용자들은 링크드인, 페이스북 등에 취득한 배지를 공유하고 있지만 기업이 이를 인정하는 데에는 아직 인식이 부족하다”며 “여전히 기업의 업무는 기존에 배치된 조직·학력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연차와 직급으로 사람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이 사람이 뭘 잘하고 어느 쪽에 전문성을 쌓아가고 있는지 접근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 교수는 “기업이 오픈배지를 통해 우수한 사람을 찾고 해당 조직원에게 중요한 일을 맡기며 거기에 따른 승진과 보너스 등의 보상을 제공해야 오픈배지가 활성화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디지털배지의 인증 기준과 발급 방식이 다양해 표준화된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노원석 대표는 “지난 3년간 오픈배지와 관련해 지출된 정부 예산이 적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각 부처별, 사업별로 다른 요구조건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며 “데이터의 활용이나 연동은 여전히 장벽에 가로막혀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노 대표는 “오픈배지에 대한 접근 방식이 교육 생태계가 아닌 일부 기능인 블록체인에 초점이 맞춰져 사업화되고 있다는 점 또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국제표준이 아닌 여러 플랫폼이 각자도생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노 대표는 오픈배지가 국내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선 정부, 교육 기관, 기업, 인증 기관, IT 기업 등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각 주체들은 자신의 역할을 명확히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며 “이러한 노력을 통해 오픈배지의 신뢰성과 효용성을 높이고 한국이 글로벌 오픈배지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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