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사위‧과방위‧행안위 19일 ‘딥페이크 성범죄 대안 모색 토론회’ 공동 주최
정치권, 검경, 학계 전문가 한자리 모여…추미애 의원 “윤 정부, 심각성 축소‧방조”
이근우 교수 “법률이 처벌 위주로 흐르면 범죄자 양산, 불행한 결과 초래할 수도”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딥페이크 허위영상물 성범죄에 대한 종합적 대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백두산 기자)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딥페이크 허위영상물 성범죄에 대한 종합적 대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백두산 기자)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딥페이크 기술을 악용한 디지털 성범죄를 막기 위해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검‧경, 학계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논의하는 자리가 열렸다. 이들은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해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에는 동의했지만 지나치게 처벌 위주로 흘러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에서는 이날 논의된 내용을 중심으로 실질적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인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9일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딥페이크 허위영상물 성범죄에 대한 종합적 대안 모색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국회 법사위와 행정안전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공동 주최했으며, 정치권은 물론 검찰, 경찰, 학계 교수, 성범죄 전문가 등도 참석해 열띤 논의를 펼쳤다.

정청래 의원은 “AI 관련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딥페이크를 악용한 허위영상물 관련 성범죄 피해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며 “유명인뿐만 아니라 평범한 국민, 미성년자까지 피해자가 되고 있어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고 절실한 상황”이라고 이번 토론회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기존 오프라인 범죄와의 다른 실효적 대응을 위해 법무부, 과기부, 경찰청 등 관련 부처가 함께 긴밀히 협력하고, 국회 역시 필요한 관련 법 개정과 제도 개선을 위한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며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인 만큼 해결책을 위한 공감대가 만들어지고, 강력한 규제수단, 범죄를 사전에 차단하고 가해자에 대해서는 충분히 처벌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토론회에는 이날 민주당서 출범한 ‘딥페이크 성범죄 디지털 성폭력 근절 대책 특별위원회’의 위원장인 추미애 의원도 참석해 축사를 전했다. 추 의원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동훈 법무부 장관 시절 (N번방 사태 해결 위한 디지털 성범죄 대응 TF) TF가 해산됐다”며 “당시 TF가 제안했던 디지털 성범죄 제도 개선 방안도 시행되지 못한 채 고스란히 폐기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가) 범죄가 지능화하고, 고도화하고 깊숙이 침투하도록 조장한 혐의를 벗을 수 없다”며 “정부가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을 축소, 방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딥페이크 허위영상물성범죄에 대한 종합적 대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 참석자들이 함께 기념사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백두산 기자)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딥페이크 허위영상물성범죄에 대한 종합적 대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 참석자들이 함께 기념사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백두산 기자)

정승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좌장으로 이근우 가천대 교수, 장응혁 계명대 교수, 최경진 가천대 교수가 발제를 맡은 이번 토론회는 딥페이크 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 위장수사 도입, 법‧제도적 대응방안 등 폭넓은 범위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근우 교수는 처벌과 관련해 발본색원도 좋지만 억울한 경우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구성요건을 명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디지털 성범죄 관련) 시청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자발적으로 시청했는지, 행위자의 의지와 무관하게 시청한 것인지에 대한 구분을 해야 한다”며 “특히, 법률이 처벌 위주로 흐르는 경우 주로 청소년 범죄자를 양산하고, 매우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영리목적의 제작, 배포자에 대한 형량은 보다 가중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제작도구가 되는 AI 비용이 저렴해질수록 확산될 우려가 있다”며 “서비스 제공자의 책임이 강화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한국에서 청소년의 지인능욕 사례군이 유독 많은 점을 고려해 형사법보다는 사회학적, 정신병리학적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장응혁 교수는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위장수사 도입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우리 사회는 이미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신분비공개수사는 물론 신분위장수사를 허용했기 때문에 우선은 이를 기준으로 성인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성범죄에도 신분비공개수사와 신분위장수사가 허용될 수 있는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위장수사와 관련해 “미국의 경우 경미한 범죄행위는 어쩔 수 없는 경우 허용하지만 중대한 범죄행위는 금지하고 있고, 영국은 최근 어느 정도의 범죄행위를 허용하도록 제도를 개정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성인 대상 디지털 성범죄에 위장수사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최경진 가천대 교수는 딥페이크 대응이 어려운 점으로 크게 다섯 가지를 꼽았다. △딥페이크와 실제의 구분 △빠른 전파속도 △훼손된 신뢰나 명예의 복구 △규제 대상 구분 △표현의 자유 권리 등이다.

최 교수는 딥페이크를 통해 만들어진 피해를 크게 다섯 가지로 구분해 단계별 대응책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우선 딥페이크 피싱, 가짜 뉴스+선거, 음란물 등에 대해서는 강력한 처벌을 하되 특히, 음란물과 관련해서는 인격훼손을 방지하고 강력한 예방‧경고를 위해 처벌 수위를 최대한 상향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딥페이크로 제작한 콘텐츠에 대해 표시의무를 부과하고, 워터마킹을 의무화하되, 워터마킹을 제거‧변경‧우회 등의 방법으로 무력화하는 것에 대해 금지함으로써 이중보호장치를 구성하는 방식에 대해 소개했다.

한편, 딥페이크 성범죄와 관련해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 10일 발간한 이슈와 논점 ‘딥페이크 성범죄 수사‧처벌 개선방안’을 통해 △성인대상 디지털 성범죄에 위장수사기법 도입 △처벌규정과 법정형 정비 △효율적이고 통합된 대응체계를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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