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 취득한 10명 중 3명은 ‘무직’…역대 최고 기록
타 연령대보다 취업에 어려움 겪는 청년 박사들
전공에 따라 ‘부익부 빈익빈’…박봉 ‘이중고’ 심화

16일 조선이공대 2호관 대강당에서 2023학년도 학위수여식이 열렸다. (사진=조선이공대 제공)
학위수여식 전경. (사진=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지난해 박사 학위를 취득한 10명 중 3명은 이른바 ‘고학력 백수’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취업에 성공한 박사 학위 취득자 중 절반은 저연봉에 허덕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4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전국 대학의 2023년도 8월과 2024년도 2월에 졸업한 박사 학위 취득자 전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국내 신규 박사 학위 취득자 실태조사’ 결과 응답자 1만 442명 중 경제활동 중(재직 중 41%, 취업 확정 29.4%)인 비율은 70.4%였다.

이에 반해 박사 학위를 취득했지만 일을 구하지 못한 미취업자는 26.6%, 취업도 실업도 아닌 비경제활동인구는 3.0%로 집계돼, 사실상 박사 학위 취득자 10명 중 3명은 ‘고학력 백수’였다.

박사 학위 취득자의 무직자 비율은 2014년 조사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2014년 24.5%를 시작으로 2018년 25.9%까지 20% 중반을 유지한 무직자 비율은 2019년 29.3%로 급상승한 이후 지난해 29.6%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청년층인 젊은 박사의 무직 상태가 증가하고 있는 점이다. 30세 미만 박사 학위 취득자 537명 중 47.7%, 30~35세 미만 박사 학위 취득자 3627명 중 41.0%가 무직자인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미취업이라 밝힌 박사 학위 취득자는 전년 대비 각각 1.7%p, 2.2%p 늘어난 것으로 집계돼 다른 연령대 박사 학위 취득자보다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공 분야에 따라 무직자 비율도 큰 편차를 보였다. 무직자 비율이 가장 높은 전공은 예술 및 인문학으로 40.1%를 기록했다. 이어 자연과학‧수학 및 통계학(37.7%), 사회과학‧언론 및 정보학(33.1%)이 뒤를 이었다. 이에 반해 보건 및 복지(20.9%), 교육(21.7%), 경영, 행정 및 법(23.9%) 등의 전공은 상대적으로 무직자 비율이 낮았다.

취업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10명 중 4명은 2024년 기준 대한민국 근로자 평균 연봉 4214만 원보다 적게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재직 중이라고 밝힌 7346명 중 연봉이 4000만 원 이하라고 응답한 이들은 38.2%에 달했다. 특히 2000만 원 이하를 연봉으로 받고 있다고 답한 이도 10.6%에 달했다.

이같은 상황은 비교적 어린 박사 학위 취득자일수록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에 성공한 박사 학위 취득자 중 연봉이 4000만 원 이하인 30세 미만은 48.4%에 달했으며, 30~35세 미만은 43.6%, 35~40세 미만 45.7% 등 절반에 가까운 인원이 근로자 평균 연봉보다 낮은 연봉을 받고 있었다.

전공별 편차도 심각했다. 예술 및 인문학 분야는 71.7%가 4000만 원 이하의 연봉을 받는다고 응답했으며, 교육 분야도 53.1%에 달해 절반 이상을 기록했다. 반면, 정보통신 기술 23.0%, 공학, 제조 및 건설은 26.3%로 전공에 따라 저연봉자 비율은 상이했다.

1억 원 이상의 고연봉자 비율도 전공에 따라 차이가 컸다. 비율이 가장 높은 전공은 경영, 행정 및 법 전공으로 23.5%가 1억 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다고 응답했다. 이어 보건 및 복지(21.9%), 정보통신 기술(20.3%)이 20%를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수도권 대학에서 박사를 지도하고 있는 한 교수는 “경기 한파가 취업시장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 국내에는 고학력자를 위한 고임금 일자리도 부족할 뿐만 아니라 연구에 대한 인식도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출연연구소에서 인사를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연구소마다 예산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학력에 따른 대우를 해주고 싶어도 쉽지 않은게 현실”이라며 “특히, 인문‧사회와 같은 분야의 경우 특별한 설비 등이 필요 없어 비용적으로 많은 투자가 필요없다는 인식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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