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전공의 수련환경‧처우개선 토론회 개최
2015년 ‘전공의 특별법’ 도입 이후 여전히 근무환경 열악
“수련이라는 명목하에 노동 착취가 합리화돼”
근로기준법 특례가 오히려 전공의 처우 악화시켜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사직 전공의들이 열악한 수련환경을 비판하며 전공의에 요구되는 실질적인 수련환경 조성을 촉구했다. 이를 위해 법정 상한 근로 시간을 주당 64시간으로 단축 후 단계적으로 52시간제를 도입하고, 연속 근무 시간은 24시간으로 줄일 것을 제안했다.
대한의사협회‧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국회 입법조사처‧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10일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의료현장 정상화를 위한 정책대화 –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사직 전공의들은 2015년 ‘전공의 특별법’이 발의돼 국회를 통과했지만 10년이 지나도록 열악한 수련환경이 바뀌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임신한 전공의에 대한 부조리가 여전히 자행되고 있다며, 한 임신 전공의의 경우에는 임신 후부터 출산 직전까지 당직 근무는 물론 시간외 근무를 지속했던 사례를 공개했다.
김은식 사직 전공의(전 세브란스병원 전공의협의회장)는 “근로기준법에서 임산부는 본인이 명시적으로 청구하지 않는 한 야간근무를 못 하게 돼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공의들은 가혹한 환경에서 근무하며 여러 부조리한 일을 강요받고 있다. 한 세브란스 산부인과 전공의의 경우 임신 초기부터 출산 수일 전까지 다른 전공의들과 마찬가지로 야간 당직근무와 36시간 연속 근무를 강요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전공의도 임신 초기부터 당직 근무를 섰고, 어느 날 퇴근 후 자택에서 복통을 느껴 응급실을 경유해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받았다”며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는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응급실에서 심정지 환아를 1시간 동안 심폐소생술을 했다. 후속 조치까지 끝내고 나서 태아에 죄책감이 들어 몇 시간을 내리 울었다”고 말했다.
근로기준법 제70조 및 제74조에 따르면 임산부는 야간 근로 및 연장 근로가 금지된다. 이를 위반할 경우 근로기준법 제110조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을 경우 의료법에 따라 면허 취소가 가능하다.
이와 함께 전공의 특별법을 악용하는 사례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김 사직 전공의는 “전공의 법이 일반적인 법과 괴리가 심하다”며 “전공의 법을 위반할 경우 처벌 조항이 전무하거나 처벌 수준이 경미한 것을 이용해 병원이 법의 허점을 악용해 전공의를 착취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준영 사직 전공의(전 순천향대학교병원 전공의협의회장)는 “현행 전공의법은 주 80시간 이하 근무하도록 돼 있지만 실제로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실질적으로는 주 120시간을 근무하고 있으며, 80시간 이하 근무는 전체 수련기간의 반의 반도 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지난 2015년 제정된 ‘전공의 특별법’에 따르면 전공의는 주당 최대 80시간, 연속 최대 36시간까지 근무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대전협은 지난 몇 년간 지속적으로 수련 시간 단축을 요구해왔지만 10년째 답보 상태라는 주장이다.
대전협이 2022년 전공의 1만 3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공의 평균 근로시간은 77.7시간, 4주 평균 80시간 이상 초과해 근무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52.0%에 달했다. 특히 인턴 응답자의 약 75.4%가 평균 주 80시간 초과 근무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뿐만 아니라 응답자의 약 66.8%는 주 1회 이상 24시간 초과 연속 근무를 하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24시간 초과 연속근무 횟수는 주 2회(31.5%), 1회(18.1%), 3회(10.3%), 4회(5.9%)로 집계됐다.
전공의 수련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김 사직 전공의는 “과중한 업무 경험에도 불구하고 실제 전문의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경험은 채우지 못한다”며 “정부가 고시한 수련 교과내용의 절반 이상이 지켜지지 않고 있고, 전공의에게 독립적인 외래 진료 기회를 주는 곳도 손에 꼽고, 단독으로 집도할 기회를 주는 과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대로 된 업무 매뉴얼이 갖춰져 있지 않고 상급연차의 조언과 인터넷 검색에 의존해야 하는 실정”이라며 “(전공의 대부분은) 수련 기간 동안 지도전문의인 교수가 누구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전공의 문화에 내재한 부조리와 수련환경 개선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전문의 취득 후에도 추가 근무와 대학원 등록을 강요받고, 담배와 음식 배달 심부름, 365일 내내 당직을 강요받는게 현실”이라며 “현실은 드라마와 다르다. 전공의법에는 과태료 외에 별다른 벌칙 조항이 없어 난장판 수련은 계속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전공의 수련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수련 시간을 주당 80시간에서 64시간, 장기적으로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52시간으로 단축하고, 연속 근무시간도 36시간에서 24시간으로 줄일 것을 제안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유럽, 일본 등의 사례를 참고해 전공의 수련 시간을 주 64시간으로 줄이고, 근로기준법 특례 업종에서 의료인을 삭제해 주 52시간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24시간 깨어있는 것 만으로도 환자 위해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가장 개선이 시급한 게 36시간 연속 근무시간”이라며 “주 80시간이 무색한 상황이다 보니 휴게 시간도 수련시간으로 인정해 법적으로 명문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경우 ‘졸업 후 의학 교육을 위한 인증 위원회(ACGME)’는 최대 24시간까지만 연속 근무를 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으며, 유럽 연합은 유럽 근로시간 지침을 통해 주당 근로시간을 48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다. 일본 또한 초과 근무시간을 연 960시간 수준으로 제한하고 있다.
박 비대위원장은 전공의를 더 이상 값싼 노동력으로 취급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대병원의 전공의 의존도는 46.2%, 그 외 빅5 병원들도 35%를 상회한다”며 “반면 해외 병원의 전공의 의존도는 미국 메이요 클리닉 10.6%, 일본 동경대 부속병원은 10.2%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지난 1년간 전공의 공백으로 인해 3.3조 원의 추가 비용을 지출했다”며 “이는 전공의 노동력 착취를 통해 병원이 부당한 이익을 챙겨왔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전공의 없이도 원활히 운영될 수 있도록 전문의 채용을 확대하고, 수련병원의 수를 늘리며, 국가 차원의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전공의 수련환경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의료 체계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된 문제”라며 “이제는 전공의를 값싼 노동력으로 소모하는 악순환을 끊어내, 정당한 근로 환경과 처우를 보장하고, 충분한 교육을 제공해야 결국 환자 안전과 의료의 질 향상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