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은진·오주환·한세원·강희경 교수 4명 공동 입장문
“진짜 피해자는 외면당하고 치료받지 못한 환자와 가족”
‘전공의 착취’ 주장엔 “전문의 되면 고액 연봉…공감 못받을 것”

(사진=한국대학신문 DB)
(사진=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김준환 기자]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증원 이전인 3058명으로 복귀시킨다는 조건으로 제시한 ‘3월 내 의대생 복귀’의 시한이 임박한 가운데, 서울의대 교수들이 학교로 복귀하지 않는 사직 전공의·의대생들을 직격했다.

서울의대·병원 소속 하은진 중환자의학과 교수, 오주환 국제보건정책 교수, 한세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강희경 소아청소년과 교수 4명은 17일 ‘복귀하는 동료는 더 이상 동료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분들께. 이제는 결정할 때입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냈다.

A4 용지 4장 분량의 성명에서 이들은 “(사직 전공의 대표인) 박단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이 올린 ‘스승의 위선’(7일), ‘어른의 편협’(10일)이라는 글을 읽었다”며 “더는 침묵하는 다수에 숨어 동조자가 될 수 없기에 우리는 우리의 생각을 이야기하고자 한다”고 했다.

이들은 “메디스태프, 의료 관련 기사 댓글, 박단의 페이스북 글들, 그 안에 가득한 환자에 대한 책임도, 동료에 대한 존중도, 전문가로서의 품격도 찾아볼 수 없는 말들이 넘처난다”며 “정말 내가 알던 제자, 후배들이 맞는가, 이들 중 우리의 제자, 후배가 있을까 두려움을 느낀다”고 전했다. 이어 “조금은 겸손하면 좋으련만, 의사 면허 하나로 전문가 대접을 받으려는 모습도 오만하기 그지없다”고도 꼬집었다. 

이들은 또 “2000명 의대 정원 증가가 해결책이 아니라는 오류를 지적했지만 의료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한 로드맵도, 설득력 있는 대안도 없이 1년을 보냈다”고 비판하면서 “현재의 투쟁 방식과 목표는, 정의롭지도 않고, 사회를 설득할 수도 없어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투쟁 방식에 계속 동조할 것인지, 아니면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낼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러분은 피해자라고 말하지만 사직과 휴학은 여러분이 스스로 선택한 일이다. 그로 인해 손해를 봤을지언정 진정한 피해자는 아니다”라면서 “진짜 피해자는 지난 1년간 외면당하고 치료받지 못한 환자들과 그의 가족들 아닌가”라고 직격했다.

전공의들이 수련 과정을 ‘착취당했다’라고 주장하는 것을 두고 “수련 환경이 가혹한 점에서는 동의한다. 하지만 전문의가 된 후에 대다수는 고액 연봉을 받으며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지 않나”며 “석·박사 과정 연구자들, 생산직·서비스 노동자들, 월수입 100만 원을 벌지 못하는 자영업자들의 삶이 여러분의 눈에 보이기는 하나. ‘억울하면 의대 오든지’라는 태도는 진심인가”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이들은 “정부가 잘못한 것이 맞다. 그렇다고 의료계도 똑같이 굴어야 하나”며 “극단적 대립은 그 나라를 파괴한다. 결국 모두 무너진다. 그런 승리가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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