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년별 단톡방서 ‘미등록 인증 + 수강신청 인원 현황’ 게시
복학 신청자 추정 가능해 우회적 압박 수단으로 활용
사직 전공의들은 전공‧실명 밝힌 성명서로 후배들 압박

경상국립대 의대 전경. (사진=경상국립대 의대 홈페이지)
경상국립대 의대 전경. (사진=경상국립대 의대 홈페이지)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경상국립대 의대에서 복학을 신청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됐다. 학년별 단체 대화방에서 미등록 인증과 수강신청 인원 화면을 캡쳐해 복학 신청자를 특정 지을 수 있도록 하거나 전공 학과와 성명을 밝힌 사직전공의들이 미등록 휴학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우회적으로 수업 복귀를 방해하기 위한 행위가 이어졌다.

31일 취재를 종합해보면, 지난 27일 복학 신청을 마감한 경상국립대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빅5 의대(서울대‧연세대‧성균관대‧울산대‧가톨릭대)를 비롯한 다수의 의대가 전원 복귀를 결정하자 강경한 학생들을 중심으로 실명 미등록 인증이 이어졌다. 그러면서 각 학년 대화방에서는 미등록 인증과 수강신청 인원을 확인할 수 있는 화면을 캡쳐해 수강신청을 한 학생이 누구인지 특정 짓게 하는 등 복학 신청 학생을 압박하는 행위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단체 대화방에서 실명 미등록 인증은 복학 신청자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해석된다. 수강신청 인원에서 미등록 인증자를 제외하면 복학 신청자 추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직접적이지 않지만 간접적으로 ‘마녀사냥’이 가능하다.

복귀생들에 대한 압박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경상국립대 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의대 전체 대화방에 각 학년 수강신청 현황과 미등록 비율을 공유함으로써 복귀생들을 재차 압박했다. 다만, 이 공지의 경우 24학번과 25학번이 동시에 예과 1학년 수업을 들어야 하기 때문에 해당 학년에서 복학 신청자 추정은 어려웠을 것으로 추측된다.

경상국립대 의대 비상대책위원회가 공지한 카카오톡 내용. (사진=제보자)

복귀생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박은 같은 학생뿐만 아니라 이미 졸업한 선배들로부터도 계속됐다. 진주경상대학교병원‧창원경상대학교병원 사직 전공의들은 성명서를 통해 “학생들이 적법하게 제출한 휴학계 수리와 제적 및 일체의 협박을 중단하고 학업의 자유를 보장할 것”을 주장했다.

진주경상대학교병원‧창원경상대학교병원 사직 전공의 성명서. 성명은 블라인드 처리함. (사진=제보자)

문제는 이들이 각자의 전공 분야와 실명을 공개해 지지했다는 부분이다. 선배들이 전공과를 걸고 성명서를 발표했기 때문에 해당 분야를 지망하는 후배들로서는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번에 복학 신청을 했다는 한 경상국립대 의대생은 “복학을 신청한 학생에 대한 선후배의 압박이 거세다”며 “블랙리스트가 문제가 되니 간접적인 방식으로 복귀생을 특정지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압박 방식이 교묘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앞서 서울대를 비롯한 주요 의대에서는 의대생 전원이 복학 신청을 완료하는 등 의대생 복귀가 이어지고 있다. 빅5 의대인 서울대, 연세대, 성균관대, 울산대, 가톨릭대를 비롯해 거점국립대 중에서는 충남대와 부산대가 전원 복귀를 완료했다. 고려대와 차의과대도 모두 복학 신청을 완료했다.

한편, 경상국립대는 당초 복학 신청 마감일인 27일 오후 6시까지 신청을 받을 예정이었지만 등록금 납부 마감일이 4월 3일인 만큼 추가 신청에 대해서도 접수한다는 방침이다. 경상국립대 의대 관계자는 “복귀 시한을 넘겼지만 등록금 납부 마감일에 여유가 있어 추가 신청 건도 접수할 예정”이라며 “미복귀생에 대한 제적 예정 통보 시점은 아직 안 정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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