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벌찬 지음 《딥시크 딥쇼크》
[한국대학신문 정수정 기자] 지난 1월 20일, 중국 항저우의 인공지능 스타트업 ‘딥시크’가 공개한 AI 모델 ‘R1’은 세계를 발칵 뒤집어 놨다. 공교롭게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 날이었다. 딥시크의 R1은 AI 성능을 비교하는 방식 중 하나인 미국 수학경시대회 풀이 정확도 테스트에서 79.8%의 정확도를 기록해 오픈AI의 최신 모델인 o1을 앞섰다. 또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벤치마크 평가의 21개 분야 가운데 12개 항목에서 오픈AI 및 구글의 AI모델을 앞섰다. R1은 ‘성능은 높은데 싸다’는 평가를 받으며 미국 실리콘밸리를 뒤흔들었다. 1월 27일 미국 엔비디아의 주가는 하루 새 17%나 폭락했다.
중국이 미국을 앞지르며 글로벌 AI 시장의 주도권이 재편되는 지금, 우리는 그 격변의 중심이 아닌 바깥에 서 있다. 급변하는 AI 패권 전쟁의 한가운데서 한국은 아직 뚜렷한 역할을 찾지 못한 채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게임이 끝난 것은 아니다. 영원한 구경꾼으로 남지 않으려면 먼저 냉정하게 시장을 들여다봐야 한다.
지난 10년간 우리는 ‘중국의 추격’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중국은 더 이상 추격하지 않는다. 그들은 이미 우리를 추월했고, 글로벌 시장과 기술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전력 질주하고 있다.
작가는 “딥시크 쇼크는 허구가 아니며 ‘예견된 충격’이었다. 딥시크가 고성능 AI 모델을 출시한 사건은 소셜미디어와 외신에서 ‘미스터리’로 그려지지만, 중국의 ‘기술 돌파’전략을 살펴보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중국의 당과 정부는 사회주의식 거국 동원 체제(산·학·연 및 국민 총동원)를 통해 첨단 기술 혁신을 위한 인프라를 빠르게 건설하고, 그 위에 유연한 천재 스타트업을 선수로 내세워 미국의 대對중국 기술 봉쇄를 보기 좋게 뚫었다, 목표를 위해 국가 자원을 총동원하는 중국의 ‘경직성’과 젊은 천재를 최전선에 배치하는 ‘유연성’이 합쳐져 성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또 “‘국가와 천재의 콜라보’라고 할 수 있는 이 전략은 효과가 확인된 만큼, 향후 더욱 널리 쓰일 것이 분명하다. 딥시크 쇼크는 그래서 ‘딥쇼크’다. 일시적인 현상도, 우연히 등장한 것도 아닌 앞으로 늘 일어날 일의 시작점이기 때문이다.”라고 예견했다.
딥시크의 등장은 미국이 장비와 기술의 수출을 통제해도 중국의 기술 굴기를 더 이상 막기 어렵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동맹국을 동원해 전방위 압박을 가했는데도 한계에 직면하지 않았는가. 중국은 이미 2023년에 구세대 노광 장비DUV로 7나노 반도체 생산에 성공했고, 자국 전기차, 배터리 산업에서 거대한 시장과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첨단 기술력을 확보했다. 미국의 중국 견제에 따른 한국의 반사이익도 이제는 기대하기 쉽지 않다. 오히려 미국이 첨단 기술 영역에서 중국의 손발을 묶어놓을 것이란 기대가 우리의 눈을 가려 안주하게 하고 있다.
우리는 모르고 있었다. 중국이 AI 특허출원 1위 국가이며, 량원펑 같은 젊은 이공계 천재 사업가가 수두룩하며, 딥시크는 그들이 준비하고 있는 여러 AI 모델 가운데 하나뿐이라는 사실을.
저자는 중국 정부의 장기적이고 흔들림 없는 산업지원 정책과 이공계 인재 육성 정책 그리고 천재와 국가의 환상적인 콜라보가 중국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닐 수 있게 된 요인으로 평가한다. 현명한 선택과 더 넓은 기회. 대한민국이 AI 세계 대전에서 살아남는 방법이 무엇일지 이 책을 통해 알아보자. (미래의창/1만 90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