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vant, Christine 지음 《정신병동 수기》
[한국대학신문 정수정 기자] “글쓰기는 저의 유일한 것입니다.” 고통의 환부를 꿰매는 약이자 유일한 출구였던 글쓰기. 극심한 질병과 사회적 편견, 정신적 고통에 시달렸던 오스트리아 작가 크리스티네 라반트가 자신의 체험을 문학으로 증언한 세 편의 중편소설이 《라반트 중편선》으로 국내에 출간됐다.
라반트는 태어난 직후부터 림프 부종, 폐렴, 합병증을 겪으며 시력과 청력까지 잃을 뻔했고, 결국 정신병원에 입원해야 했을 만큼 극심한 우울증과 외부의 손가락질 속에서 살아야 했다. 나치 점령기의 ‘장애인 안락사’ 공포에 시달리며 숨어 지내다 종전 후 쏟아낸 글들은 그녀에게 마지막 남은 생존의 증언이었다.
이번 중편선에는 자전적 체험이 짙게 녹아든 〈어린아이〉, 〈정신병동 수기〉, 그리고 사회적 약자를 향한 가혹한 폭력을 조명한 〈마귀 들린 아이〉가 수록됐다.
〈어린아이〉는 아홉 살 때의 병원 생활을 바탕으로, 아이가 느끼는 두려움과 빈곤, 엄마에 대한 사랑, 의사에 대한 양가적 감정을 섬세하고 순수한 시각으로 그렸다. 동시대 언론으로부터 “삶 자체를 비범한 판타지처럼 관찰해낸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다.
〈정신병동 수기〉는 스무 살 무렵 정신병원에 입원했던 경험을 ‘수기’ 형식으로 기록하며, 사랑을 갈구하지만 세상에 이해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고통과, 정신병동 내부의 권력 구조를 생생하게 드러낸다.
〈마귀 들린 아이〉는 장애아가 ‘악마가 바꿔치기한 아이’라는 낙인 아래 폭력과 차별을 당하는 이야기를 다뤘다. 중세의 미신이 현대 사회의 야만과 결탁해 재생산되는 폭력의 실상을 날카롭게 그려내며, 편견을 무너뜨리는 절박한 사랑의 목소리를 담았다.
라반트의 작품은 자신이 “진실로 체험한 것”에 “마법”과 “시적 허구”를 더해 재구성한 독특한 언어를 구사하며, 극한 상황에 놓인 인간의 존엄과 연대, 해방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사회의 주변으로 밀려난 이들에게 보내는 따뜻하면서도 준엄한 시선이 빛나는 중편집이다. (문학과지성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