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5월 23일 투신해 서거한데 대해 대학 교수들이 잇따라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검찰수사의 부적절함을 지적하면서 정부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이번 교수들의 시국선언은 5공화국 이후 지난 20년간 최대 규모로 기록됐다.
서울대 교수 124명이 6월 3일 처음으로 시국선언한데 이어 12일까지 열흘간 전국 69개 대학 2500여명의 교수가 시국 선언에 합류했다. 지난 1990년 5월 보수 정당 3곳의 합당에 반대하며 전국 57개 대학 교수 1000여명이 나선데 이어 가장 큰 규모다.
교수들은 이번 시국선언을 통해 검찰이 전직 대통령에 대해 무리한 수사를 벌인 것에 대해 정치적 보복이라고 비판하고, 2008년 촛불집회 사태와 올해 초 용산 철거민 참사 등 현 정부 들어 일어난 일련의 사건 등을 함께 거론하면서 정부 국정기조 변화를 촉구했다.
본지가 지난 5월 29일 전국 4년제 대학 교수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서는 87%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해 현 정부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 수사에 대해 교수들은 압도적으로 ‘부적절했다(82%)’고 답했고, ‘노 전 대통령 서거가 향후 정국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95%가 ‘그렇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설문에서 교수들은 ‘검찰독립’(24%), ‘정부측사과’(20%) 등을 촉구했고 내각 총사퇴와 이명박 정부 재신임 의견도 각 4%씩으로 나타났다.
시국선언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자 일부 보수 성향 교수들이 시국선언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면서 학계의 보수와 진보간 대립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보수 진영 교수들 역시 현 정부의 소통과 국정쇄신을 촉구했다. 박효종 서울대 교수는 “이명박 정부는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섬김의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며 “노 전대통령 서거 이후 민심이반 현상이 크게 드러나 현 정부는 과감한 국정쇄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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