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사정관제·구조조정·시국선언·관치바람·대교협 자율역량 논란

■ 공정성 · 투명성 논란에 '기여입학 통로' 우려도

2009년 대학가의 지각변동, 입학사정관제다. 미국·일본 등에서는 보편화된 제도인 입학사정관제가 올해를 기점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본격화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대학이 입학사정관제 확대에 나서는 만큼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우려와 논란도 뒤따라 입학사정관제는 대학가와 사회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입학사정관제는 지난 2007년 처음 도입될 당시 10여 곳의 대학만이 실시했지만 올해의 경우 97개 대학에서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했다. 내년에는 105개 대학이 입학사정관제를 실시하겠다고 밝혀 입학사정관제는 확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입학사정관제 확대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 따른 결과다. 정부는 입학사정관제가 대입 선진화는 물론 공교육 정상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 장관은 “입학사정관제는 훌륭한 대안이라고 생각하며 올해는 입학사정관제를 내실화하는 해가 되기를 희망한다”며 “정부가 할 일은 열심히 노력하는 대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자질 있는 입학사정관 양성도 지원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정부와 대학이 입학사정관제 확대에 나서는 만큼 후폭풍도 커지고 있다. 입학사정관제의 공정성·신뢰성은 여전히 논란 대상이다. 특히 입학사정관제가 특목고 등 일류고 출신과 기여 입학을 위한 입학통로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김선동 한나라당 의원이 2009학년도 대입에서 입학사정관제에 의해 선발된 학생들의 내신등급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부산대의 경우 입학사정관제 선발인원 67명 중 외고 출신은 8명을 선발한 가운데, 이 학생들의 내신등급은 평균 5.83등급으로 각각 7.34, 7.33, 7.32, 6.55, 5.91, 5.00, 3.89, 3.24등급이었다.

김 의원은 “8명의 외고생을 제외한 59명의 평균 내신이 3.69등급인 점을 감안한다면 부산대는 입학사정관제도 입시에서 외고생을 우대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입학사정관제가 오히려 사교육 시장을 부추기고 있다. 실제 교과부의 ‘2009년도 국정감사 후속조치 사항 보고서’에 따르면 입학사정관제 대비 컨설팅 업체를 운영하고 있거나 준비 중인 업체는 약 14개로 나타났다. 이들 업체들의 컨설팅 비용은 많게는 50만원에서 적은 경우 10만원 이하에 달했다.

상황이 이러자 정부도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게 됐다. 결국 교과부는 지난 15일부터 18일까지 입학사정관제 선도대학 15곳을 대상으로 현장점검을 실시했다.

교과부는 비리가 있거나 특목고를 우대하는 등 입학사정관제 취지에 부합되지 않는 전형을 실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학에 대해서는 30%의 나머지 예산 지원을 중단하고, 교과부 차원의 감사도 실시할 방침이다. 아울러 교과부는 입학사정관제 관련 고액 컨설팅 사교육업체를 점검·단속하는 방안도 마련해 추진할 예정이다.

정성민 기자 (bestjsm@unn.net)

■ '구조조정' 부실 사립대 퇴출작업 본격화

2009년 대학가는 한동안 잠잠하던 구조조정 바람이 다시 일면서 ‘폭풍전야’의 날들이 계속됐다.

이명박 정부의 구조조정 정책은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가 부실사립대 퇴출작업에 나서면서 본격화됐다. 부실 사립대 판정은 대학선진화위원회가 마련한 사립대 경영부실 진단기준(대학의 재정상태를 나타내는 재무지표와 교육여건을 나타내는 교육지표로 구성)에 의해 결정되며 현장실사를 마친 교과부는 이르면 내년 1월경 최종 부실대학 리스트를 공개할 전망이다. 단 교과부가 대학명을 직접적으로 공개할지는 미지수다.

또한 교과부는 ‘동일 권역 내 3개 이상의 국립대 연합 후 통합’을 기조로 국립대 구조조정을 유도하고 있다. 이 방안은 동일 권역에 소재한 3개 이상의 국립대가 우선 연합체를 구성한 뒤 캠퍼스별 특성화를 추진하고 3년 이내에 단일 법인, 즉 한 개 대학으로 통합한다는 내용이다. 현재 일부 국립대들이 통합 논의를 진행하고 있거나 논의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국립대 지형에도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정부가 대학 구조조정에 다시 고삐를 죄는 이유는 학령인구가 매년 감소하는 상황에서 현재의 대학 수를 유지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실제 통계청이 발표한 ‘2009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올해 초등학교에서 대학까지의 학령인구는 1006만2000명으로 전년 대비 1.6%(15만9000명) 감소했다. 이는 학령인구가 가장 많았던 1980년(1440만1000명)에 비해 30.1%(433만9000명)나 줄어든 수치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하면 어느 시점에서는 신입생 모집난으로 파산 또는 부도에 처할 대학이 나올 수도 있다. 따라서 정부로서는 대학 구조조정에 드라이브를 걸 수밖에 없는 입장이며, 구조조정 드라이브는 내년에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정성민 기자 (bestjsm@unn.net)

■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교수들 시국선언

뇌물 수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5월 23일 투신해 서거한 데 대해 대학 교수들이 잇따라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검찰수사의 부적절함을 지적하면서 정부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교수들의 시국선언은 5공화국 이후 지난 20년간 최대 규모로 기록됐다.

서울대 교수 124명이 6월 3일 처음으로 시국선언을 한 데 이어 12일까지 열흘간 전국 69개 대학 2500여 명의 교수가 시국선언에 합류했다. 지난 1990년 5월 보수 정당 3곳의 합당에 반대하며 전국 57개 대학 교수 1000여 명이 나선 데 이어 가장 큰 규모다.

교수들은 이번 시국선언을 통해 검찰이 전직 대통령에 대해 무리한 수사를 벌인 것에 대해 정치적 보복이라고 비판하고, 2008년 촛불집회와 올해 초 용산 철거민 참사 등 현 정부 들어 일어난 일련의 사건 등을 함께 거론하면서 정부 국정기조 변화를 촉구했다.

본지가 지난 5월 29일 전국 4년제 대학 교수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서는 87%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해 현 정부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 수사에 대해 교수들은 압도적으로 ‘부적절했다(82%)’고 답했고, ‘노 전 대통령 서거가 향후 정국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95%가 ‘그렇다’고 전망했다. 설문에서 교수들은 ‘검찰독립’(24%), ‘정부측 사과’(20%) 등을 촉구했고 내각 총사퇴와 이명박 정부 재신임 의견도 각각 4%씩으로 나타났다.

시국선언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자 일부 보수 성향 교수들이 시국선언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면서 학계의 보수·진보 간 대립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보수 진영 교수들 역시 현 정부의 소통과 국정쇄신을 촉구했다. 박효종 서울대 교수는 “이명박 정부는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섬김의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며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민심이반 현상이 크게 드러나 현 정부는 과감한 국정쇄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용수 기자 (unnys@unn.net)

■ 관치바람 ··· 표적감사 · 총장선거 개입 의혹

2009년 대학가는 유독 바람 잘 날이 거의 없었다. 그것도 관치 바람이다. 지난해 정연주 전 KBS 사장의 퇴진을 반대했던 신태섭 동의대 교수(당시 KBS 이사)가 수업 소홀 등의 이유로 해임되면서 촉발된 이명박 정부의 관치 논란은 올해 표적감사·진보인사 제거 논란·총장선거 개입 의혹으로 이어졌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지난 1월 덕성여대에 대한 감사를 실시했지만 참여정부 시절 여성부 장관을 역임한 지은희 덕성여대 총장이 재선임되자 이를 제지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표적감사 의혹을 샀다. 이어 교과부는 지난 3월에는 동덕여대 학교법인 동덕여학단에 대한 감사를 벌였으며 이 역시 참여정부 시절 정이사에 선임된 이사 등을 겨냥한 표적감사라는 의혹을 샀다.

최근에는 황지우 전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총장과 진중권 전 교수 사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황 전 총장과 진 전 교수 모두 대표적인 진보성향의 인물로 보수 정권인 이명박 정부가 이들을 제거하기 위해 정치적 압력을 가했다는 비판여론이 제기됐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는 지난 3월 18일부터 5월 1일까지 한예종에 대한 감사를 진행했지만 당시 황지우 총장 퇴진을 위한 표적감사라는 지적을 받았다. 논란이 확산되면서 황 총장은 사퇴했고 문화부는 황 총장에 대한 교수직까지 박탈했다. 진중권 전 교수는 중앙대를 비롯해 자신이 강의를 맡고 있던 대학에서 연이어 강의가 무산되는 사태를 겪었다.

이명박 정부의 관치 논란은 표적감사·진보 인사 제거 의혹에만 그치지 않았다. 지난 3월 교과부 한 고위간부는 당시 이태일 경기대 총장을 만나 “현승일 전 국민대 총장을 총장으로 모시려 한다”며 이 총장에게 후보 사퇴를 요구했다는 의혹을 샀다. 현 전 총장은 16대 한나라당 국회의원과 2003년 한나라당 인사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인물이다. 또한 김정기 청와대 교육비서관은 주명건 세종대 전 이사장을 만난 자리에서 후임총장으로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을 지낸 김영래 아주대 교수를 거론했다는 언론보도도 이어졌다.

2009년 대학가를 강타한 관치 바람. 이렇게 볼 때 2009년은 자율을 표방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에나, 대학가에 모두 씁쓸한 해로 기억될 만하다.

정성민 기자 (bestjsm@unn.net)

■ 고교등급제 의혹 ··· 대교협 자율역량 논란

2009년 대학가는 물론 전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뉴스 중 하나는 단연 고려대의 고교등급제 의혹으로 불거진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의 자율역량 논란이었다.

고려대는 지난해 수시 2학기 모집에서 특목고 학생을 우대한 정황이 드러나 고교등급제를 적용했다는 의혹을 샀으며, 대교협은 진상조사에 착수해 지난 2월 “고려대는 고교등급제를 적용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당시 손병두 대교협 회장은 “고교등급제는 개인의 능력차가 아니라 학생이 속한 고교의 특성이나 소재지를 일률적으로 성적에 반영하는 것”이라면서 “고려대는 출신고교를 기준으로 일률적으로 성적을 차등 적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등급제를 한 것도, 특목고 우대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손 회장은 “국민을 상대로 직접 자세한 사항을 발표하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고려대에 권고해 고려대가 설명회를 가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교협이 결론에 대한 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한 채 최종 해명의 몫을 고려대에 돌리자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즉 대교협은 고려대에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과 동시에 입시업무 총괄기구로서의 한계를 보였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민주노동당은 “고려대의 고교등급제 의혹이 제대로 해소되지 못한다면 여러 대학이 고려대와 같은 일을 암묵적으로 행할 수 있게 만들 것”이라며 “대교협에 입시관리를 계속 맡길지에 대해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후 고려대가 모집요강과 다른 산식을 적용해 특목고 학생 등을 우대했지만 대교협이 진상조사 과정에서 해당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대교협의 자율 역량은 또 한 번 도마 위에 올랐다.

고려대는 모집요강에서 ‘V = MIN(Y - α1β|Z*|, k3)’ 산식을 적용하는 것으로 돼 있었지만 진보신당이 고려대가 대교협에 제출한 추가 소명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실제로는 마이너스를 플러스로 바꾼 V = MIN(Y + α1β|Z*|, k3)라는 산식을 적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입 업무 총괄기구로서 자율 역량의 시험대에 올랐던 대교협, 2009년의 곤혹스런 경험이 향후 대교협이 성장하는 데 약이 될지 주목된다.


정성민 기자 (bestjsm@un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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