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원 상명대 융복합특성화대학 저작권보호학과 교수

필자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 청계천에는 중고서점들이 줄지어 들어서 있었다. 당시 그곳에 가면 자신들이 원하는 교재를 찾아다니느라 분주히 돌아다니는 학생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물론 그중에는 자신이 구입한 새 책을 내다팔고 생활비나 유흥비로 탕진하는 학생들도 많았다. 중고서점은 선배들에게 교재를 물려받지 않는 이상 저렴하게 교재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복사 가격에 비해 복사 품질은 떨어지던 시절이었기에 책 한 권을 그대로 복사하는 것은 생각도 못했다.  그 시절 “책 한 권을 사서 나중에 한 페이지라도 다시 보게 된다면 그 책은 값어치를 다한 것이다”라는 전공 기초과목 담당 교수님 말씀에 감동받아 이후로 많은 전공서적들을 수집(?)했던 기억이 난다.


오늘날 출판기술이 발달하면서 대학가에 다양한 교양교재와 전공교재들이 보급되고 있지만, 오히려 대학 주변에서 복제되는 서적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새로운 기술로의 접근성이 높아지고 보편화되면서 많은 서적들이 나오고 불법복제가 성행하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에는 “책도둑은 도둑이 아니다”라는 옛말이 있다. 이 때문만은 아니겠으나 상아탑이라 불리는 대학가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저작권에 대해 오히려 소홀히 취급하는 것이 못내 아쉽다.


실제로 대학가에서 일어나고 있는 저작권 관련 문제는 단순히 대학교재에만 한정돼 있지 않다. 언론을 통해 종종 보도되고 있는 논문의 표절에서부터 강의자료,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콘텐츠 불법 다운로드 및 보고서 표절 등 다양한 저작권 침해가 일어나고 있다. 콘텐츠 불법 업로드에 대해서는 국내에서 많은 단속활동으로 조심스러워지고 불법행위가 점차 사라져 가고 있다. 하지만 대학가에서 일어나고 있는 가장 큰 저작권 침해 중 하나는 보고서 표절일 것이다. 물론 이 부분은 대학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초중고교를 막론한 각급 학교에서 보고서 제출과제가 주어지면 많은 학생들이 무의식적으로 인터넷 검색포털을 통해 자료를 검색·복사해 출처를 명시하지도 않은 채 제출하고 있다.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된다”,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등의 속담처럼 교육받을 수 있는 시점에서 저작권에 대한 인식을 명확히 심어 주지 못한다면 우리의 소중한 학생들이 나중에 사회에 나가서 심각한 문제에 부딪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보고서 작성 시 타인의 자료를 참고했을 때 인용 및 출처를 반드시 명시토록 교육하고 저작권에 대한 이해를 제고해 줄 필요가 있다.


다행스러운 점은 최근 대학들이 교양강좌로 저작권강의를 개설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대학도 매년 1학기에 '현대인과 저작권'이라는 저작권 관련 교양강좌를 개설하고 있는데, 매 학기 100여 명의 학생이 수강신청을 하는 등 높은 관심 속에 수업이 이뤄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소프트웨어 불법복제에 대해서 간략히 언급해 보면 많은 학생들이 현재 소프트웨어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해 공급자들이 저렴한 학생용 소프트웨어의 공급에 적극적으로 나서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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